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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di 22 septembre 2008

orgue « 오르간 »

orguegens 이나 amour 처럼 성과 수의 사용이 조금 특별한 단어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첫눈에는 보통 단어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남성 단수 (un orgue) 는 한 대의 오르간을 가리키며, 남성 복수 (des orgues) 는 여러 대의 오르간을 가리키니까요.

문제는 여성 복수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때 특이한 점은 복수이면서도 여전히 단 한 대의 오르간을 칭하는 것입니다.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워낙 대규모이고 다양한 부위들 (수많은 관, 여러 층의 건반과 페달, 바람을 불어 넣는 송풍기, 음색을 조절하는 단추들과 기계장치들) 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한 대의 악기를 말할 때도 복수로 여기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un grand orgue = des grandes orgues = 한 대의 대형 오르간. 반면, des grands orgues = 여러 대의 대형 오르간.

물론 여성 복수형은 성당이나 큰 연주회장 등에 설치된 진짜 오르간에만 적용됩니다. 해먼드(식) 오르간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전자 오르간) 이나 중세의 이동식 오르간, 바르바리 오르간 등은 다른 보통 남성 명사와 마찬가지 취급을 받습니다.

쌍-떼띠엔-뒤-몽 성당의 오르간
l'orgue ou les orgues de l'église Saint-Étienne-du-Mont

dimanche 21 septembre 2008

gens « 사람들 »

gensamours 보다도 성의 용법이 조금 더 복잡한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그 자체가 이미 복수형으로서, 기본적으로는 남성 복수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gens 을 꾸며주는 형용사도 남성 복수로 써줍니다 : les gens méchants ; Ces gens sont bons.

하지만 형용사가 gens 앞에 놓일 때는 여성으로 변합니다 : les méchantes gens ; les bonnes gens.

그러나 bon/bonne 처럼 여성형과 남성형이 분명하게 달라야지, 만약 같은 모양을 가진 형용사라면, gens 앞에 올 때도 남성으로 취급됩니다. 즉 les pauvres gens 이라고 했을 때, pauvres 는 여성형이 아니라 남성형입니다. 물론 이 문장에서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pauvres 를 꾸며주는 또다른 말이 붙으면 성이 확인됩니다 : tous ces pauvres gens. 하지만 여성형이 뚜렷한 형용사는 여성형을 유지합니다 : toutes ces bonnes gens.

이러한 규칙들이 조합되어 적용되다 보니, les vieilles gens sont fatigués 같이 문법적으로 특이한 문장이 가능합니다. vieillesfatigués 는 모두 gens 을 꾸미는 말인데도, 한 문장 내에서 하나는 여성, 하나는 남성으로 쓰였습니다.

gens 의 성이 불분명한 이유는 아마도 애초에 gens 의 단수형이 gent 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gent ([졍] 또는 [졍뜨]) 는 « 인종, 민족, 부족, 부류 » 등의 뜻으로, 요즘은 gens 과는 무관한, 개별적인 단어처럼 여겨지는데, 바로 여성 명사입니다. 반면 gens 은 그저 « 사람들 » 이라는 뜻으로, 정확한 성과 수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하여 막연하게 쓰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마도 남성화된 듯 합니다. 불어에서 여자들만 있을 때는 여성으로, 남자들만 있을 때는 남성으로, 남녀가 섞여 있을 때는 남성으로 받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성으로 쓰이던 흔적 역시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두 성이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vendredi 19 septembre 2008

amour(s) « 사랑 »

불어를 잘,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대표적인 불어 단어로 잘 알려진 amourdélice 와 비슷한 문법적 특징을 가진 명사입니다. 즉 단수일 때는 남성으로, 복수일 때는 여성으로 취급됩니다. 예 : un amour pur ; des amours pures (et non purs).

그런데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사랑, 순수한 감정으로서의 사랑을 말할 때는 일반적으로 위의 원칙이 적용되나, 육체적인 사랑, 연애 관계, 사랑의 대상(물) 등을 뜻할 때는 복수이더라도 남성을 유지합니다. 예 : des amours secrets (et non secrètes).

단수일때는 비교적 일관적으로 남성으로 쓰이는 편이긴 하나, 드물게 여성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단어는 문맥에 따라, 강조하고 싶은 의미에 따라, 발음의 조화로움에 따라, 성을 잘 골라서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해할 때도 역시 조금 더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amour 의 성을 혼동하여 사용하는 추세이며, 유명한 작가들도 문학적인 암시와 각운 따위의 효과를 위해, 남성으로 써야 할 자리에 여성으로, 또는 그 반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amour 의 성이 고정되지 못한 것은 아마 단어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현대 불어 amour 는 라띠나어 amor 로부터 유래하긴 했는데, 대부분의 다른 불어 어휘들과는 달리, 라띠나어로부터 곧장 온 것이라기 보다는, 옥어를 한번 거쳐서 왔습니다. 만약 라띠나어가 자연스럽게 변했더라면 amor 는 불어에서 amour 가 아니라 *ameur 라는 형태를 띄었어야 정상입니다. 다른 예들 : calor (더위) => chaleur ; cantor (가수) => chanteur ; valor (가치) => valeur, etc. 반면 amoramour 로 변하는 것은 옥어에서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리고 바로 옥어에서 이 단어는 여성입니다. 옥어로부터 이 단어를 수입한 까닭에, 불어에서도 중세에는 amour 의 성이 여성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our 로 끝나는 다른 단어들이 대부분 남성이므로, 그리고 원래 라띠나어에서도 amor 는 남성이었기 때문에, 불어 amour 를 남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로, 어떤 사람들은 남성으로, 또다른 사람들은 여성으로, 이럴 때는 남성으로, 저럴 때는 여성으로, 망설이며 사용하던 습관이 지금까지도 분명하게 고정되지 못한 채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amour, délice, hymne 등은 현대 불문법에서 두 가지 성이 있는 단어로 인정을 받은 경우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단어들이 지역에 따라, 공식적으로 정해진 성과는 반대의 성으로 쓰입니다. 한 예로, armoire (장롱) 는 공식적으로는, 그리고 프랑쓰 도처에서 여성으로 간주되지만, 루씨용 지방에서는 남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또 lièvre (산토끼) 는 사전에 남성으로 표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산토끼 중 특별히 수컷을 뜻함에도 불구하고, 뻬르삐녕 근처와 루에르그 지방에서는 여성 명사 취급을 받습니다. 성의 변화는 지역 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서도 나타납니다. doute (의심), poison (독약), navire (항해선) 등은 현재에는 모두 남성으로 고정된 단어들이지만, 17-18세기까지는 모두 여성 명사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예들은 모두, 문법적인 성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인위적인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불어 뿐 아니라, 성이 있는 외국어들을 배울 때 초보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몇몇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지름길이 없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별로 무작정 외우는 수 밖에는...

mercredi 17 septembre 2008

délice(s) « 쾌락 »

두 가지 성을 모두 가진 단어 중 또다른 예로 délice 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hymne 와는 또다르게, 복수냐 단수냐에 따라 성이 달라집니다. 우선, délices 는 라띠나어 시절부터 이미 여성 복수형으로 굳어진 단어로서 (deliciae), « 지극한 쾌락, 극도의 즐거움, 환희, 황홀 » 등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단수로 쓰이면, 남성으로 취급되며, 비슷한 뜻을 유지하기는 하되, 특별히 먹는 것과 연관되어 쓰일 때가 많습니다. 즉 un délice = « 매우 맛있는 음식, 황홀할 정도로 감미로운 진미 ».

délices 와 연관된 숙어 하나로 délices de Capoue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Capoue 는 이딸리아 남부에 있던 고대 도시 까뿌아 (Capua) 를 말하는데, 아니발 (Hannibal) 이 여기서 기원전 215년의 겨울을 한가로이 보냈다고 합니다. 당시는 2차 뽀에니 전쟁 (2e guerre punique) 중이었는데, 아니발과 그의 군대는 훈련과 경계는 커녕, 까뿌아에서 먹고 마시고 온갖 종류의 다른 쾌락을 즐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일화가 속담처럼 굳어져서, délices de Capoue 라는 숙어가 나왔습니다. 이 표현과 함께 사용되는 동사는 주로 s'endormir 로, je m'endors dans les délices de Capoue 라고 하면, « 나는 꺄뿌의 쾌락 속에 잠든다 » 고 직역할 수 있는데, 물론 이것은 실제로 잠들 때 하는 말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안이하고 나른한 삶을 보낸다는 뜻입니다. (딱 내 경우...)

jeudi 27 mars 2008

낮은 운송비 = 찬 물 (Low Freight = L'eau froide)

알라스꺄에는 Low Freight 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습니다. freight 이 애초에는 특별히 물길을 통한 운송과 관련된 말이기는 했지만, 과연 호수 이름에 « 낮은 운송(비) » 라는 이름을 준 이유가 무엇일까요 ? 이것은 사실은 Lemon FairBob Ruly 처럼 전혀 엉뚱한 어원을 가지고 있는 이름입니다. 순수한 영어처럼 보이는 Low Freight 은 알고 보면 불어 L'eau froide 가 변형된 말입니다. 알라스꺄에 있는 호수이기 때문에 프랑쓰 사람들이 그저 « 찬 물 » 이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프랑쓰 사람들은 미국 도처에 Eau Claire, 또는 복수로 Eaux Claires, 즉 « 맑은 물 » 이라는 지명들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위스꼰씬에는 재미있게도 Trempealeau 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이것은 trempé à l'eau, 즉 « 물에 젖은 » 이라는 뜻입니다.

eau 라는 단어가 직접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물과 관련된 많은 불어 지명을 미국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보았듯, 미씨씨삐를 비롯한 주요 강들의 이름이 그러하며, 다섯 개의 거대한 호수들의 이름도 예외없이 프랑쓰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그 중 쒸뻬리외르 호수 근처에 있는 오늘날의 미네조따 주는 애초에 프랑쓰 사람들에 의하여 Pays de Mille Lacs, 즉 « 천 개의 호수가 있는 지방 » 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 때의 흔적으로, 미네조따에는 Milles Lacs 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습니다. 단 하나의 호수인데 Mille Lacs 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순이지만, 영어로는 Mille Lacs Lake 라 부르니, 번역하면 « 천 개의 호수 호수 » 가 되는 재밌는 이름입니다.

실제로 크고 작은 호수가 많은 미네조따에는 Lac qui Parle 이라는 호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 말하는 호수 » 라는 뜻이지요. 그런가하면 꼴로라도에는 Fontaine qui Bouille 라는 지명이 있습니다. bouillebouillir 동사 (끓다, 거품나다, 요동치다) 의 변화형으로, fontaine qui bouille 는 사실 현대 불어 문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fontaine qui bout 라고 해야 옳음), « 끓는 샘 » 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인 것 같습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유난히 재잘재잘 거리거나, 뽀글뽀글 거리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또한 몇몇 주 (오하이오, 알라바마...) 에는 Belle Fontaine, 즉 « 아름다운 샘 » 이라는 지명이 있으며 , 위스꼰씬과 미네조따에는 Fond du Lac (호수의 바닥) 이라는 지명이 흔합니다. 한편 껑싸쓰 주에는 Marais des Cygnes (백조의 연못) 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 연못이 아니라, 미쑤리 강의 지류 중 하나입니다. 역시 미쑤리 강으로 합류되는 Platte 강은 이미 보았듯, 깊이가 너무 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다른 재밌는 이름으로, 루이지안 주에는 Fausse Rivière, 즉 « 가짜 강 » 이라는 지명이 있습니다. 이것은 강인줄 알고 보니 호수였기에 붙은 이름이며, 오레곤 주에는 Malheur, 즉 « 불행 » 이라는 이름의 강이 있습니다. 이 강이 물난리를 일으켰거나, 이 강 근처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오레곤 주에는 또한 Des Chutes 이라는 강이 있습니다. chute 은 « 폭포 » 를 뜻하는데, 이 강은 실제로 컬럼비아 강으로 합류되는 지점에서 니아갸라 폭포에 버금가는 거대한 폭포들을 이루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댐의 건설로 이 폭포들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 댐의 이름 역시 불어 Dalles (돌판) 입니다.

니아갸라 폭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께벡의 창설자이기도 한 싸뮈엘 드 셩쁠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604년). Niagara 는 이로끄와 말로 « 해협 » 을 뜻하는 단어를 불어로 표기한 것으로, 니아갸라 강은 에리에와 옹따리오, 두 거대한 호수를 상대적으로 좁은 물길을 통해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쌍뜨-끌레르 호수 (Lac Sainte-Claire) 와 에리에 호수를 이어주는 강 역시 Détroit, 즉 « 해협 » 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결국 NiagaraDétroit 는 같은 뜻을 가진 이름인 것입니다. 미쉬간 주의 도시 데트르와는 바로 이 데트르와 강을 중심으로 엉뜨완 드 꺄디약 (Antoine de Cadillac) 이 1701년 설립하였습니다. (데트르와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자동차, 꺄디약의 상표명은 바로 이 데트르와시 설립자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꺄디약에 앞서 마르껫은 1668년, 미쉬간 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Sault Sainte-Marie 를 세웠습니다. 옛 불어 sault 또는 현대 불어 saut 는 « 폭포 » 를 뜻하는 또다른 단어로, 이 도시는 쒸뻬리외르 호수와 위롱 호수를 이어주는 쌍뜨-마리 강의 폭포를 중심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그런데 훗날 이 강을 경계로 꺄나다와 미국의 국경이 나누어지는 바람에, 도시가 남북으로 두 동강이 났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미쉬간 주에 쏘 쌍뜨-마리가 하나 있고, 꺄나다의 옹따리오 주에도 쏘 쌍뜨-마리가 하나 있습니다.

lundi 24 mars 2008

밥 룰리와 숲 (Bob Ruly et bois)

Lemon Fair 만큼 엉뚱한 어원을 가진 미국의 지명으로 Bob Ruly (Michigan) 와 Babruly (Missouri) 를 들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영어처럼 보이고, 게다가 거의 인명처럼 들리는 이 두 지명은 사실은 불어 bois brûlé 가 변한 말입니다. « 불탄 나무 » 또는 « 불탄 숲 » 이라는 뜻의 이 표현은 먼 옛날, 이 두 지역의 숲에 화재가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해 줍니다.

아이다호의 수도, Boise 역시 불어 형용사 boisé (숲이 우거진, 나무가 많은) 로부터 왔습니다. 아이다호에는 또한 Dubois 라는 지명도 있는데, 이 역시 du bois, 즉 « 숲의, 나무의 » 라는 뜻입니다. Dubois 또는 Du Bois 는 아이다호 외에도 여러 주에서 발견됩니다 : 일리느와, 인디아나, 네브라스꺄, 뺀씰바니... (참고로, 이 마지막 지명 Pennsylvanie 도 숲과 관련이 있습니다. 라띠나어 silva = 불어 sylve = « 숲 ».)

한편 아르껑싸쓰 주에는 Bois d'arc 라는 지명이 있습니다. 불어 bois d'arc 는 활 (arc) 을 만들 때 사용되는, 특별히 잘 휘어지는 성질을 가진 나무 (bois) 를 칭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지역에 그러한 나무가 특별히 많아서 이런 지명이 붙게된 것이라고 이해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저 Bois d'Ark(ansas) 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즉 « 아르껑싸들의 숲 » 이라는 뜻이죠. ArkansasIllinois, Ayavois, Hurons, Ériés 처럼 프랑쓰 사람들이 원주민 부족에게 준 이름입니다. s 는 복수를 만들기 위해 붙인 것이라, 애초에는 발음되지 않았으며, 미국에서는 지금도 발음하지 않는 관습이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외국의 고유명사로서 역수입된 프랑쓰에서는 [아르껑싸쓰] 라 발음합니다).

아르껑싸쓰 주와 그 인접 지역에는 Ozark 라는 지명도 자주 발견되는데, 이 역시 Aux Ark(ansas), 즉 « 아르껑싸들에게 속한 (영토) » 라는 표현이 변한 것입니다. 이것을 Aux arcs, 즉 « 활을 잡은 (사람들) » 이라 해석하고, 아르껑싸 종족이 특별히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그저 민속적 상상력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Arkansas 역시 프랑쓰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니, arc 이건 Ark 이건 모두 불어에서 비롯된 지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두 다꼬따 주와 미네조따 주가 만나는 지점에는 Bois de Sioux 라는 강이 흐릅니다. 지금은 강의 이름이지만, 애초에는 필경 그 주변 숲을 지칭했을 이 이름은 « 씨우들의 숲 » 이라는 뜻이지요. Sioux 역시 프랑쓰 사람들이 이 부족에게 준 이름입니다. 물론 원주민어 자체를 불어화 시킨 것이나, -ou 로 끝나는 명사의 복수를 만들기 위해 x 를 붙이는 점이나, 그 x 가 발음되지 않는 점 (현대 영어에서도) 등, 불어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단어입니다. 또 이 단어는 불어에서 아예 형용사가 되어, « (씨우 원주민처럼) 지혜로운, 영리한 », 또는 « 교묘한, 교활한 » 등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dimanche 23 mars 2008

베르몽 주의 레몬 시장 ? (Lemon Fair, Vermont)

미국의 주 이름 Vermont이미 보았듯이 (les) verts monts, 즉 « 녹색의 산들 » 이라는 불어 표현이 축약되어 이루어진 고유명사입니다. 실제로 베르몽 주는 상록수가 우거진 산들이 자연 경관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베르몽 주에는 또한 Lemon Fair 라는 강이 흐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형적인 영어처럼 보이는 이 강 이름은 레몬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사실은 les monts verts, 즉 « 초록색 산들 » 이라는 뜻의 불어 표현이 변한 것입니다. 결국 Vermont 과 똑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형용사의 위치만이 다를 뿐입니다. 참고로, 현대 불어 문법에서 색깔 형용사는 명사의 뒤에 놓이는 것이 정상이나 (monts verts), 옛스런 표현, 숙어, 고유명사 등에서는 간혹 명사 앞에 놓이는 경우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verts monts).

Rivière Lemon Fair, Vermont
(La photo provient d'ici.)

하지만 beau 같은 형용사는 명사의 앞이나 뒤, 어디든 자유롭게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 꺄롤린 (Caroline du Nord 또는 North Carolina) 주에는 Monbo 라는 지명이 있지요. 첫눈에는 불어처럼 보이지 않는 이 이름은 사실은 Mont beau, 즉 « 아름다운 산 » 이라는 불어가 변한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미국에 흔한 지명 Beaumont 은 같은 표현에서 형용사를 명사 앞에 둔 것에 불과하지요. 또한 beau 의 다른 형태인 bel 을 이용한 Belmont 이라는 지명 역시 매우 흔합니다.

미국에 흔한 또다른 지명으로 Clermont 이 있습니다. clerclair 의 옛 불어로, 이 지명은 « 깨끗한 산, 맑은 산 » 이라는 뜻이지요. 미국에는 Montclair 라는 지명도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역시 형용사의 위치를 바꾼 것에 불과하지요.

한편, 미국과 꺄나다 도처에서 눈에 띄는 Montcalm 는 « 조용한 (calme) 산 » 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고유명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루이-죠제프 드 몽꺌므 (Louis-Joseph de Montcalm) 라는 프랑쓰 장군은 신대륙의 프랑쓰 영토를 탐내는 영국군에 맞서 누벨-프렁쓰를 지키는데 공헌한 사람으로, 북미의 Montcalm 라는 지명들은 이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주어진 이름이지요.

역시 고유명사에서 도입된 미국 지명으로 Montpelier 가 있습니다. 베르몽의 수도를 비롯하여 몇몇 다른 주에서도 발견되는 몽쁠리에들은 모두 프랑쓰 남부의 도시 Montpellier 의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불어 지명 Montpellier 는 뜻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몽쁠리에는 실제로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mont 이 « 산 » 을 뜻하는 것은 분명하나, pellier 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할 뿐입니다 : « 헐벗은 산 » (mont pelé), « 처녀들의 산 » (mons puellarum)... 학술적으로 가장 진지하게 여겨지는 설은 « 자물쇠 산 » 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이 도시의 라띠나어 이름은 Mons pestelarium 이었는데, 비록 이 pestelarium 의 의미가 명확치 않으나, pessulus (자물쇠) 와 관계있을 것이라는 가정이지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몽쁠리에는 실제로 주변 지역의 통행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Montpellier 에 관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e 다음에 l 이 두 개 뒤따름에도 불구하고 [몽쁠리에] 라 발음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발음되려면 l 이 하나만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미국의 Montpelier들은 모두 l 을 하나만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지명들이 보다 발음에 합당한 표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Montpelier 의 미국식 발음은 불어와 다릅니다.)

한편 Piedmont 은 그 반대입니다. 불어 pied (발) 와 mont 이 합성된 이 단어는 말그대로 « 산의 발치, 산 아래 지역 » 을 뜻하는 명사인데, d 는 어차피 발음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대 불어에서는 piémont 이라 쓰고 [삐에몽] 이라 읽습니다. 하지만 미국 도처에서 발견되는 Piedmont 이라는 지명들은 모두 필요 없는 d 를 굳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물론 Piedmont 의 미국식 발음은 불어와 다릅니다.)

아무튼 mont 이 들어간 미국의 많은 지명들이 이렇게 불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dimanche 16 mars 2008

미국의 주명 (Noms des États des États-Unis d'Amérique)

미국의 주 (État) 이름 중에는 불어와 관련된 이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Louisiane, Maine, Vermont. Louisiane 은 프랑쓰 왕 루이 14세에 대한 경의로 붙인 것이며, Maine 은 프랑쓰에 있는 멘 지방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입니다. 한편 Vermont 은 그저 « 초록색의 » (verts) « 산 » (monts) 이라는 뜻의 두 단어가 축약된 것에 불과하지요 (마치 Montréal 처럼). 루이지안이야 백여년간 프랑쓰의 땅이었으니 당연하다 쳐도, 누벨-엉글르떼르 (Nouvelle-Angleterre 또는 New England) 에 속해 있는 멘과 베르몽이 불어에서 비롯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의외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을 최초에 발견한 사람은 졍 드 베라잔 (Jean de Verrazane) 이었고, 이 두 주는 누벨-프렁쓰 (Nouvelle-France) 의 시발점이 된 아꺄디 (현재 꺄나다의 누벨-에꼬쓰와 누보-브륀스빅) 와 붙어 있음을 확인하고 나면, 놀라움이 가십니다. 게다가 미국 동부 해안에 위치한 주들 중 이 두 주는 유일하게 미국 독립에 참여한 열 세 개의 식민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열 세 개의 식민지 내에도 프랑쓰와 관계된 주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Maryland 가 그것으로, 이 주명은 프랑쓰의 공주였던 엉리엣-마리 드 프렁쓰 (Henriette-Marie de France) 의 이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그녀가 엉리 4세의 막내딸이자 루이 13세의 여동생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영국 왕 챨쓰 1세의 왕비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엄격하게 볼 때 불어를 어원으로 삼는 미국의 주명은 단지 세 주 뿐이나, 알고 보면, 좀 더 많은 수의 주 이름이 불어를 거쳐서 현재의 모습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원주민어를 불어화시킨 이름들로, Michigan, Mississippi, Missouri, Arkansas, Kansas, Illinois, Iowa, Wisconsin, Nebraska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이름들 중 일부는 여전히 불어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우선 ArkansasIllinois 는 모두 원주민 부족에게 프랑쓰 사람들이 준 이름으로, 마지막 s 는 복수를 뜻합니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이 s 는 현대 영어에서 발음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불어의 특징 중 한가지이지요. 더군다나 Illinois 에는 주민이나 민족을 칭할 때 사용하는 불어 접미사 -ois 가 발견됩니다. 예 : « 골사람(들) » = Gaulois, « 중국인(들) » = Chinois, « 깐 주민(들) » = Cannois, « 도시 시민(들) » = bourgeois, etc.

Illinois 는 대호수들 남쪽에 살던 한 원주민 부족의 이름을 프랑쓰어화시킨 이름이었습니다. 미씨씨삐를 탐험하던 마르껫과 졸리에가 일리느와 강을 발견했을 때, 이 강이 미씨씨삐와 대호수들 사이를 연결해 주고 있음을 알려준 것이 바로 일리느와들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르껫은 이 강에 Illinois 라는 이름을 주었고, 훗날 강의 이름을 따, 주명이 정해졌습니다.

프랑쓰 사람들은 일리느와 외에도 몇몇 다른 원주민 부족에게도 -ois 로 끝나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유명한 Iroquois, 덜 유명한 Ayavois. 이 마지막 이름은 Ayavois, Ayauois, Ayowa 등 여러 표기를 거치다가, 현대에는 매우 영어스럽게 보이는 Iowa 로 고정되었습니다.

역시 w 가 들어있는 Wisconsin 도 전혀 불어다와 보이지 않지만, 마르껫과 졸리에가 이 강을 발견한 후로 19세기 중반까지는 Ouisconsin 또는 Ouisconsing 이라 적었습니다. 이것은 부족의 이름이 아니라, 강 자체의 이름으로, 그 주변에 살던 원주민들이 자기네 언어로 강을 부르던 이름을 마르껫이 불어로 옮겨 적은 것입니다.

Kansas 도 k 의 사용 때문에 별로 불어다와 보이지 않지만, 역시 애초의 표기는 Canzès 였습니다. 현대 영어에서 첫번째 s 를 유성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그 때문.

반면 MississippiMissouri 에는 모음과 모음 사이에 오는 s 를 무성음으로 발음하라는 뜻의 전형적인 불어 표기인 이중 s 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영어에서 Missouri 는 유성음을 사용하여 발음합니다. 영어 단어 중에는 불어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이런 현상을 보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예 : dessert, possession...

하지만 Michigan 은 불어식 ch 발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ChicagoCheyenne 같은 도시명도 마찬가지. 참고로 역시 원주민어이지만 영어를 거쳐서 온 이름인 Massachusetts 는 ch 를 영어식으로 발음합니다.

Nebraska 역시 이 지역을 처음으로 탐험한 (1714년) 프랑쓰인 에띠엔 드 부르몽 (Étienne de Bourgmont) 에 의해서 원주민어로부터 음독된 표기입니다. Nebraska 도 원래는 이 주를 흐르는 강의 이름이었으며, 원주민어로 « 얕은 강, 평평한 강 »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의 대평원 지대를 흐르는 이 강은 실제로 깊이가 너무 낮아서 배가 다닐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 정착한 프랑쓰인들은 처음에는 그저 원어의 발음을 흉내내어 Nebraska 라고 강을 칭했었는데, 점차 이 이름을 불어로 번역하여 Platte 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platte 은 형용사 plat (낮은, 평평한) 의 여성형. 여성형을 쓰는 이유는 강 (rivière) 이 여성이기 때문이지요. 오늘날 영어에서 강의 이름은 Platte, 주의 이름은 Nebraska 라고 굳어졌는데, 사실 알고 보면 두 말은 같은 뜻의 단어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Oregon 주의 이름 역시 불어 단어 ouragan (폭풍) 으로부터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실제로 폭풍과 비바람이 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확실한 어원은 아니고, 다른 가정들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어는 불어이되 ouragan 이 아니라 origan (요리에 사용되는 향풀의 일종) 의 변형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에스빠냐의 Aragon 지방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오레곤은 프랑쓰 보다는 에스빠냐의 영향권 밑에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또다른 설에 의하면 에스빠냐어 orejon (큰 귀) 이 그 어원이라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에스빠냐 탐험가들이 이 지역의 원주민들을 보고 귀가 유난히 크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프랑쓰 사람들이 위롱들의 얼굴을 보고 멧돼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듯이). 그 외에도, 원주민어를 옮겨 적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위에서 말한 위스컨씬의 불어식 옛 표기 Ouisconsin 을 잘못 읽은데서 왔다는 주장도 있는 등, 결국 Oregon 의 실제 어원은 영원히 비밀로 남을 듯 싶습니다.

vendredi 7 mars 2008

대호수들 (Grands Lacs d'Amérique)

께벡 (Québec)몽레알 (Montréal) 을 설립한 프랑쓰 사람들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점차 누벨-프렁쓰를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졍 드 베라잔 (Jean de Verrazane) 이 발견한 현재 미국의 동부는 그 사이 네덜란드인과, 무엇보다도 영국인들의 차지가 되었으므로, 프랑쓰는 자연스럽게 대륙의 내부로 눈길을 돌립니다. 계속해서 아시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프랑쓰 사람들은 유난히 주변의 강들과 물길들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다섯 개의 거대한 호수들을 발견합니다.

이 호수들이 어느 날짜에, 누구에 의해 발견되었는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다섯 개의 호수를 모두 탐험한 첫번째 유럽인으로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사람은 에띠엔 브륄레 (Étienne Brûlé) 이지만, 조금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기록이 부족하며, 더군다나 브륄레는 프랑쓰 정부로부터 임명된 정식 탐험가가 아니라, 혼자 주변 지역을 방문하던 개인 모험가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coureurs des bois, 즉 « 숲 속을 달리는 사람들 » 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공식적인 허가 없이, 원주민들과 직접적으로 모피와 가죽 등을 매매하면서 신대륙을 헤매다녔습니다. 모피와 가죽 거래는 신대륙으로 이주한 프랑쓰 사람들의 주요 경제 활동 중 하나였는데, 숲 속을 달리는 사람들 때문에 상업 질서에 혼란이 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덕분에 누벨-프렁쓰의 영토 확장이 보다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어쨌거나 대호수 주변에 프랑쓰 사람들이 일찍부터 정착한 것에는 논의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것은 호수들의 이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선 쒸뻬리외르 호수 (lac Supérieur) 는 다섯 개의 호수들 중에서 가장 상류에 위치해 있기에, 그저 « 상류의 » (supérieur) « 호수 » (lac)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쌍뜨-마리 (Sainte-Marie) 강을 통해 쒸뻬리외르 호수의 물을 내리 받는 위롱 호수 (lac Huron) 는 그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 위롱족 (les Hurons) 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종족 이름은 불어로부터 왔습니다. 위롱들 고유 언어로는 스스로를 웬닷 이라 부르는데, 이들을 처음 만난 프랑쓰 사람들이 그들의 얼굴과 머리털 장식이 hure « 멧돼지 머리 » 를 연상시킨다 해서, 이러한 이름을 주었습니다.

에리에 호수 (lac Érié)
역시 주변에 살던 에리에족 (les Ériés) 의 이름을 땄습니다. Huron 이 순전히 불어인데 비해, Érié 는 이들 종족의 원주민어 이름을 프랑쓰 사람들 귀에 들리는 대로 적은 말입니다. 이 지명이 처음 등장하는 문서는 프랑쓰 예수회 선교사들이 적은 보고서 (Relations des Jésuites) 인데, 이 문서를 비롯한 초기 기록들에는 Ériez 라는 표기도 자주 등장합니다. 마지막 z 는 옛불어에서 마지막 음절에 오는 e 에 강세를 주기 위해 덧붙이던 글자로, 묵음입니다. 물론 -ez 는 현대 불어에서 모두 -é 로 바뀌었습니다.

옹따리오 호수 (lac Ontario) 의 이름 역시 예수회 선교사들의 보고서 에 처음 등장합니다. 그런데 옹따리오라는 이름이 고정되기 전에 이 호수는 이로끄와인들의 호수 (lac des Iroquois) 라고도 불렸으며, 누벨-프렁쓰의 통치자였던 루이 드 프롱뜨낙 (Louis de Frontenac) 의 이름을 따, 프롱뜨낙 호수 (lac Frontenac) 라고도 불리웠습니다. 옹따리오 는 원주민들의 말로 « 거대한 호수 »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미쉬간 (Michigan) 역시 원주민들의 말로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를 프랑쓰 자모를 사용하여 표기한 것입니다. 현대 영어에서 Michigan 을 읽을 때 ch 를 불어식으로 발음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jeudi 21 février 2008

생명수 (eau-de-vie)

꼬냑 (cognac) 이나 꺌바도쓰 (calvados) 같이 증류를 통해서 얻은 술을 불어로는 eau-de-vie, 즉 « 생명의 물 » 이라고 부릅니다 (복수는 eaux-de-vie). 이 말은 라띠나어 aqua uitae 로부터 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다른 불어 어휘와는 달리,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변형된 말이 아니라, 라띠나어 표현을 직접 불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물론 단어별로 보면, eau 는 라띠나어 aqua « 물 » 로부터, vie 는 라띠나어 uita « 삶 » 로부터 온 것이 사실이지만, aqua uitae (uitaeuita 의 소유격) 라는 표현은 로마 시대부터 자연스럽게 쓰던 일상 용어가 아니라, 중세, 그것도 후반기 (14세기 이후) 에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인 것입니다.

연금술사들은, 납으로부터 금을 만들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통 술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주는 음료수를 만들려는 꿈을 가졌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일반 술을 끓인 후, 거기서 생긴 증기를 곧바로 냉각시킴으로써, 새로운 액체를 얻어 내었습니다. 알콜 성분이 농축된 이 액체는 일반 술보다 더 순수한 물질로 여겨졌고, 아픈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 생명수 » 는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는데, 프랑쓰에서는 특히 꼬냑 (Cognac) 에서 일찍부터 포도주를 증류하는 기술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꼬냑 근처에서 나는 포도주는 그 자체로는 맛이 없으며 보관도 잘 안되기 때문에, 맛을 향상시키고 보관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았던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생명수가 바로 꼬냑 (cognac) 입니다. 꼬냑은 옛날부터 프랑쓰 각지는 물론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는데, 네델란드 사람들이 꼬냑을 증류하는 것을 보고는 이 술을 brandewijn, 즉 « 불에 태운 포도주 »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말이 영어로 건너가 brandy 로 변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영어에서 brandy 는 지금도 거의 cognac 과 동의어처럼 쓰이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주로 포도주로부터 증류시킨 술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브랜디 라는 말을 그냥 그대로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증류주 또는 화주 라는 말들이 버젓이 있습니다. 화주 는 불화자를 쓰는데, 아마도 역시 불에 끓인 술이라는 뜻인 듯 합니다.

반면, 불어의 eau-de-vie 는 포도주 뿐 아니라, 다른 과일주나 곡식주, 아무튼 증류시켜서 얻은 모든 종류의 술을 칭합니다. 프랑쓰에 잘 알려진 오-드-비의 몇몇 종류 :

  • 사과 : calvados
  • 포도 : cognac, armagnac
  • 포도 찌꺼기 : marc, grappa
  • 산딸기 : framboise
  • : poire, williamine
  • 버찌 : kirsch
  • 살구 : abricotine
  • 자두 : mirabelle, quetsche, damassine
  • 사탕수수 : rhum, tafia
  • 호두 껍질 : brou
  • 곡식, 야채, 뿌리 : aquavit, genièvre, gin, kummel, vodka, arak, whisky et whiskey

samedi 2 février 2008

프로피트롤 (profiteroles)

프로피트롤은 역시 슈를 기본으로 하는 과자이지만, 이 때 슈는 크렘 빠띠씨에르 (슈 알 라 크렘, 를리쥐으즈, 에끌레르) 로도, 버터 크림 (빠리-브레스트) 으로도 속을 채우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쌍-또노레 처럼 속을 비워두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피트롤에 사용되는 슈의 속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지요. 그리고 먹기 직전 뜨거운 초콜렛 쏘쓰를 끼얹습니다. 이 위에 때때로 아몬드나 땅콩 가루를 뿌리기도 합니다.

profiteroles 이라는 이름은 profit (이득) 라는 명사, 또는 profiter (이득을 보다) 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으며, 이 과자를 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수 (profiteroles) 로 써야 합니다. 단수 (profiterole) 로 쓰면 다른 음식을 가리킵니다. 혼돈을 피하기 위해 때로 profiteroles au chocolat 라고도 합니다.

프로피트롤 (profiteroles)

dimanche 20 janvier 2008

밀푀이으 (millefeuille)

대표적인 프랑쓰 과자로 유명한 밀푀이으는 « 천 장의 종이, 천 개의 겹, 천 개의 층 » 이라는 뜻입니다. 안그래도 여러 겹이 만들어지는 종잇장 반죽을 또다시 삼 층으로 쌓아서 만들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물론 정말로 천 개의 층이 생기는지는 아무도 세어보지 않았으므로 알기 힘들지만요. mille (1000) 과 feuille (종이) 로 구성된 이 과자의 이름은 mille-feuille 로 적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사전들에 의하면 공식적으로는 이제 한 단어로 붙여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문법적으로 따지면 mille 의 꾸밈을 받으니까 feuille 에 s 가 붙어야겠지만, 전체가 과자 한 개의 이름으로 고려되어 s 가 없습니다. 물론 밀푀이으가 여러개 있을 때는 당연히 s 가 붙구요 : des millefeuilles.

세 층의 종잇장 반죽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것은 크렘 빠띠씨에르. 크렘 빠띠씨에르 (crème pâtissière) 는 우유와 달걀, 밀가루, 설탕, 바닐라 등을 섞어 만든 크림으로, 여러 과자에 들어갑니다. 크렘 빠띠씨에르는 집에서 만드는 것이 비교적 간단하므로, 걀렛 데 르와처럼 종잇장 반죽을 사기만 한다면, 밀푀이으 역시 집에서 만드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약간의 어려움이라면, 종잇장 반죽은 그 특성상 불균등하게 마구 부풀어 오르는데, 밀푀이으의 층을 쌓으려면 지나친 부풀음을 막아야 합니다. 부풀음을 막는 대표적인 방법은 반죽을 두 판 사이에 끼운 채로 굽는 것인데, 그러면 또 너무 짓눌려 전혀 결이 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부풀기의 정도만 잘 조절하면, 구워진 반죽과 크림을 번갈아 가며 층을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 비교적 쉽지요. 하지만 또한가지 어려운 점은, 파는 것처럼 매끈하고 예쁜 모양으로 자르기가 잘 안됩니다, 반죽이 사방으로 부숴져서.

밀푀이으의 가장 윗층의 표면에는 단순히 윤내기용 설탕 (sucre glace) 을 곱게 뿌리거나, 아니면 유명한 제과점들에서는 여러가지 특이하고 정교한 장식을 얹기도 합니다.

밀푀이으 (millefeuille)

vendredi 28 décembre 2007

성탄절 (Noël)

« 성탄절 » 을 불어로는 Noël 이라 합니다. 이 단어는 라띠나어 natalis (출생, 탄생) 로부터 유래했습니다.

NoëlPâques 와 마찬가지로 거의 고유명사 취급을 받습니다. 따라서 항상 첫자를 대문자로 쓰고, 관사가 붙는 일이 드뭅니다. 관사를 붙여야 할 때는 남성단수에 맞춥니다 : le Noël de cette année-là (그 해의 성탄절). 하지만 종종 la Noël 이란 표현도 보고 듣게 되는데, 이것은 성인 축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미 설명했듯이, la fête de... 의 줄임말이기 때문입니다 : la Noël = la fête de Noël.

Noël 은 역시 Pascal 과 마찬가지로 매우 흔한 사람 이름 (prénom) 이기도 합니다. 여성형은 Noëlle. 또 매우 흔한 프랑쓰 여자 이름 Nathalie (또는 Natalie 및 여러 변형들) 역시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어로 성탄절 인사는 joyeux Noël 또는 bon Noël 이라고 하면 됩니다. 간단하지요 ? 또는 joyeuses fêtes 이라고도 많이들 합니다. 이것은 성탄절 뿐 아니라 망년회, 새해 축하연 등 연말연시에 일어나는 많은 잔치들을 다 포함하는 인사입니다 (따라서 복수). 이미 성탄절이 지났으므로, joyeux Noël 이란 인사는 이제 못하지만, joyeuses fêtes, bonne fêtes 은 요즘 어딜가나 자주 주고받게 되는 인사입니다.

lundi 3 décembre 2007

공기 제거 (anaérobie)

울리삐앙들은 아크로님이나 빨랑드롬, 리뽀그람 (=글자 생략), 뻥그람 등 기존의 말장난들을 마음껏 활용하였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자기들이 직접 새로운 말장난을 고안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 하나로 공기 제거라는 것이 있습니다. « 공기 제거 » 는 anaérobie 의 정확한 해석은 아닌데, 마땅한 말이 없어서 제가 그냥 그렇게 번역한 말입니다. anaérobie 의 정확한 뜻은 « 공기나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달할 수 있는 » 이며,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입니다. 주로 미생물 따위에 관해 말해지는 전문적인 용어라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불어에서 공기를 뜻하는 단어 air 는 글자 R 와 발음이 같습니다. 따라서 문맥을 모른 채 « [에르] 가 없다 » 는 말을 들으면, 산소가 모자란다는 뜻인지, 글자 R 가 빠졌다는 뜻인지 혼돈이 올 수 있지요. 이 점을 이용하여, 수학자-물리학자-작가-울리뽀 회원이었던 뤽 에띠엔 (Luc Étienne, 1908-1984) 은 아나에로비, 즉 « 에르 (air) 제거 또는 에르 (R) 제거 » 라는 구속을 만들었습니다. 이 구속에 따르면 문장을 짓되, 에르, 즉 글자 R 를 모두 빼어도 의미가 통하는 문장을 써야 합니다. 예 :

Cette rosse amorale a fait crouler le parterre. (저 무도덕한 사람이 관중을 완전히 정복했다)

이 문장에서 R 를 모두 빼면 다음의 문장이 됩니다 :

Cet os à moelle a fait couler le pâté. (저 뼈 때문에 고기 반죽에서 물이 흘렀다)

글자로 쓰여진 것만 보면, R 외에 다른 글자들도 빠졌고 (cette/cet), 또는 새로운 글자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amorale/à moelle), 아나에로비는 표기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의 문제입니다. 발음을 해보면, 오로지 R 만 빠져나갔음이 확인됩니다. 반면, couler 에는 여전히 R 가 붙어 있는데, 이 역시 croulercouler 건, 마지막 R 는 어차피 묵음이기 때문에, 발음상으로는 R 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서 얻어진 새로운 문장을 첫 문장의 아나에로비라고 부릅니다. 또는 그 역도 가능합니다. 즉 R 가 없던 문장에 R 를 잔뜩 집어 넣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죠. 이 작업은 aération, 즉 « 환기 » 라고 부릅니다.

한편 아나에로비에는 몇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공기를 제거하는 대신, 날개를 잘라내거나, 차를 금지시킬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날개 (aile) 를 잘라낸다는 것은 글자 L [엘] 을 빼는 행위이며, 차 (thé) 를 못마시게 하는 것은 글자 T [떼] 를 지우는 것입니다.

dimanche 2 décembre 2007

아크로님 (acronyme)

울리삐앙들이 즐기는 말장난 중 하나는 아크로님 만들기입니다. 아크로님은 머릿글자들만 모아서 만들어진 약칭이되, 보통 단어들처럼 읽고 쓰이는 단어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Oulipo = OUvroir de LIttérature POtentielle.

아크로님은 씨글 (sigle) 의 일종인 동시에 씨글과 구별됩니다. sigle 은 머릿글자들을 따서 만들어진 약칭을 보다 포괄적으로 총칭하는 말로, 예를 들면,
  • SNCF = Société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çais = 프랑쓰 국립 철도청
  • RATP = Régie Autonome des Transports Parisiens = 빠리 지하철 공사
등입니다. 이 두 예에서 보다시피 씨글은 모두 대문자로 표기하고, 읽을 때도 그저 철자 이름을 차례차례 읽는 수 밖에 없지요. 원래, 약자 뒤에는 마침표를 찍는 것이 원칙이나 (S. N. C. F.), 지금은 점점 더 생략하는 추세인 듯 합니다. 그리고 씨글은 성수의 변화를 받지 않습니다.

아크로님은 씨글을 만들어 놓고 보니, 자음과 모음이 적절하게 섞여, 일반 단어처럼 읽을 수 있게 된 경우입니다. 예 :
  • ovni = Objet Volant Non-Identifié = 미확인 비행 물체
  • sida = Syndrome d'Immuno-Déficience Acquise = 후천성 면역 결핍증

이 두 예에서 보다시피 아크로님은 소문자로도 쓰는 것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대문자로 쓰다가도 (SIDA, OVNI),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보니, 아예 일반 단어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아크로님들 중에는 성수의 변화를 받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un ovni, des ovnis)

심지어 어떤 아크로님들은 그 자신이 어원이 되어 파생어들을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Salaire Minimum Interprofessionnel de Croissance 는 « 최저임금 » 이란 뜻인데, 너무 길어서 약호화 시켜 놓고 보니, SMIC 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S. M. I. C. 으로 표기하고 따로 끊어 읽기도 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스믹] 이라 읽게 되었으며, 표기도 SMIC 또는 smic 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smicard(e), 즉 «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 (여자) » 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크로님이라고 해서 모두 일반 명사화되고, 모두 소문자로 쓰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OTAN = Organisation du Traité de l'Atlantique Nord = « 북대서양 조약 기구 » 는 항상 [오떵] 이라고 읽는 아크로님이지만, 모두 대문자로 표기하거나, 최소한 첫자는 대문자로 표기합니다 (Otan). 즉 고유명사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지요.

ONU = Oraganisation des Nations Unies = « 국제 연합 » 도 비슷한 예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모두 대문자로만 쓰며, 때로는 아크로님으로, 때로는 씨글로 취급됩니다. 즉 어떤 사람들은 [오뉘] 라고 읽는가하면, 또다른 사람들은 [오. 엔. 위] 라고 발음합니다.

사실 어떤 단어가 씨글로 남아있고, 어떤 단어가 아크로님으로 변모하는가에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용 (특히 언론에서) 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DEA = Diplôme d'Études Approfondies = « 박사 과정 수료 학위 » 는 [데아] 라고 발음될 수 있고, 복수형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항상 대문자로만 쓰며, [데. 으. 아] 라고 끊어 읽고, 복수일 때도 s 가 붙지 않습니다.

요즘은 점점 더 기업, 단체, 상품명 등이 자연스러운 단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첫자 외에 몇몇 다른 글자들을 집어 넣는 경향이 있는 듯 보입니다. 또다시 울리뽀를 예로 들면, 엄격하게 따져서 이것의 약자는 OLP 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오.엘.뻬] 라 읽히는 멋대가리 없는 말이 되니까, 첫자만 뽑는 대신, 아예 첫음절을 모아 Oulipo 라는 말을 만든 것이지요.

mardi 27 novembre 2007

출현 (apparition)

e 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쓰여진 뻬렉의 소설 실종 (La Disparition) 은 간혹 좀 특이한 단어나 잘 안쓰는 표현들이 억지스럽게 나오는 감도 없지 않으나,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매우 유연하게 쓰여져, 읽다 보면 어느새 e 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그저 보통 책처럼 자연스럽게 읽지 않고, 눈에 불을 키고 e 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장난기 많은 뻬렉이 몰래 e 를 하나 숨겨두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의도적이 아니었더라도 실수로 e 가 들어간 말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들이 이 책과 뻬렉에 대한 관심이 넘쳐난 사람들인지, 너무나도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인지, 아무튼 이 실종된 e 찾기는 1969년 책이 출판된 이후, 세대를 넘어 가면서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고, 사람들은 뻬렉의 천재성에 감탄하거나, 아니면 순전히 무의미한 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2003 년에 드디어 e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해 4월에 걀리마르 (Gallimard) 사에서 재판되어 나온 실종 의 119 쪽, 위에서 네번째 줄, 왼쪽에서 두번째 단어에 분명히 e 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 이 네번째 줄은 다음과 같습니다 :

« Booz dorme non loin du grain qu'on amassait »
(보즈는 우리가 줍던 곡식알 가까에서 잔다)

그런데 여기서 이 dorme 라는 단어는 문법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dormir (잠자다) 라는 동사가 접속법 현재 3인칭 단수로 쓰인 것인데, 문맥과 문장 구조상 여기서는 접속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조사에 나선 뻬렉의 추종자들은 원문은 dormait 라고, 즉 e 가 없는 형태라고 주장했습니다. dormaitdormir 동사의 직설법 반과거 3인칭 단수로, 해석은 « 자고 있었다 » 가 되며, 그래야 문맥에도 맞고 문법에도 맞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이전 판본들을 보아도 쉽게 확인되는 것이고, 심지어 2003년 재판되어 나온 책들 중에도 dormait 라고, 원문대로 잘 찍혀 있는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즉, 재판본들 중에서도 일부 권수에만 오자가 난 것이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 실수, 장난, 기적 ? 우선, 현대의 인쇄 기술상 이런 식의 실수는 일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고의적인 장난일 확률이 가장 많은데, 사람들은 제일 먼저 걀리마르 출판사를 의심했습니다. 일부러 이런 소란을 일으켜서 책을 많이 팔고자 하는 속셈 아닐까 하는 것이죠. 그런데 걀리마르사는 이 사건에 대해 정말로 놀라면서, 그러한 상업적 계획이 없음을 진심으로 맹세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인쇄소에 의심이 돌아갔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어디서 왔건, 실질적으로는 인쇄 과정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잘 돌아가고 있던 기계를 잠시 멈추고, 문제의 글자를 바꿔 놓은 다음, 다시 기계를 돌리다가, 또 슬쩍 멈추고는, 글자를 다시 원래대로 수정해 놓고는 사라졌을 것이라는 가정이지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인쇄소 직원인지, 아니면 출판사 직원인지, 아니면 몰래 침입한 제 삼 자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혼자 생각으로 저지른 일인지, 출판사에서 내려온 비밀 방침을 따른 것인지, 등등은 정말로 심각하고 본격적인 수사가 있어야 밝혀질 수 있는 문제였는데, 아무도 그렇게까지 파해칠 마음은 없었나 봅니다. 대신 출판사는 오자가 난 판본들을 가능한 한 모두 거둬들여 파본시키기로 했습니다. 그 때문에 유일하게 e 가 찍힌 실종 판은 모두가 찾아 헤매는 희귀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책의 본문에만 주의를 기울이느라 거의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는데, 책의 표지에 e 가 네 번이나 등장합니다. 바로 저자의 이름 중에 : Georges Perec. 게다가 이 책은 imaginaire 라는 이름의 총서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것까지 치면 다섯 번이나 등장하는 셈입니다. (옆에 그림에는 제목이 안 보이는데, 제목이 흰색 바탕에 흰색 글자로 쓰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책을 손에 들고 봐도 잘 안 보입니다.)

mardi 6 novembre 2007

따옴표 (guillemet)

« 따옴표 » 는 불어로 guillemet 라 합니다. 이 말은 이 문장 부호를 처음 고안한 인쇄업자 Guillaume 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 사전, 백과 사전, 어원 전문서적, 인터넷 등을 찾아 보아도, 이 기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언제 어디서 나고 죽었는지, 어떤 계기로 따옴표를 발명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으므로, 저 개인적으로는 약간 의심을 두고 있습니다. guillemet 라는 단어의 사용은 1667년에 처음 확인되므로, 기호는 그보다 얼마전 발명되었다고 막연히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겠지요. 하지만 Guillaume, Guillaumet, Guillemet, Guillemette 등은 중세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흔한 이름과 성이므로, 고유 명사로부터 이 보통 명사가 비롯된 점은 받아들여도 좋을 듯 싶습니다.

기으메는 « ... » 의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호는 흔히 프랑쓰식 따옴표라고 불리지만, 프랑쓰 외에도 이딸리아, 에스빠냐, 그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어식 따옴표 ("... ") 도 불어 인쇄물들에서 종종 보게 되기도 하는데, 주로 인용문 내에서 또다시 인용을 해야 할 때 사용하거나, 또는 피치 못할 때는 프랑쓰식 따옴표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피치 못할 상황이란 주로 인터넷 상으로서, 영어의 절대적인 지배를 받는 인터넷에서 영어 이외의 글자나 부호를 쓰려면 늘 애를 먹게 됩니다. 저 역시 이 블로그를 쓰면서 어떻게 기으메를 표시해야 되는지 몰라 처음에는 영어식 따옴표를 썼었는데, 얼마전부터는 프랑쓰식 따옴표를 쓰는 조합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 는 option + è, » 는 option + 대문자 + è) 또 프랑쓰식 따옴표는 영어식 따옴표와 달리 글자에 달라 붙지 않습니다. 즉, 따옴표과 글자 사이에 한 칸의 차이를 두어야 합니다. « 따옴표 » (O), «따옴표» (X).

mercredi 18 juillet 2007

축일 (fête)

대부분의 프랑쓰 사람들은 생일 외에 축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쓰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고, 국적에 상관없이 천주교 신자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기에게 이름을 준 성인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프랑쓰나 이딸리아처럼 꺄똘릭 교회의 전통이 강한 나라들에서는 설사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라도 축일이라는 문화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프랑쓰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달력과 수첩 따위에는 매일매일이 어느 성인의 축일인지가 명시되어 있고, 라디오와 텔레비젼에서도 그날 또는 다음날 축하해야할 성인이 누구인지를 꼬박꼬박 방송하지요 (주로 뉴쓰나 일기예보 시간에). 예를 들어, 오늘 (7월 18일) 은 성 프레데릭의 축일 (la saint-Frédéric) 이군요. 가족이나 친구, 동료 중에 프레데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오늘 그의 축일을 축하해 줘야 합니다. 축하는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 Bonne fête ! » 이라고 얘기해 주는 거지요.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나 종교적인 열성이 강한 가정에서는 작은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말로 축하해 주는 수준에서 끝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은 종교가 다르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로 거부감없이 행해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몇몇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랑쓰에서는 여전히 한 해의 여러 중요한 날들을 숫자로 보다 성인의 축일로 말하는 습관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해나는 여름 (올해만 빼고^^) 이 왔음을 말하기 위해서는 굳이 6월 24일이라는 무미건조한 숫자보다는 la saint-Jean (성 졍의 축일) 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지요. 또 la Toussaint (모든 성인의 날) 이라고 하면, 반드시 날짜 (11월 1일) 를 밝히지 않아도 가을이 깊었음을 의미하고, la saint-Sylvestre (성 씰베스트르의 축일 = 12월 31일) 라는 말을 들으면, 에이구, 1년이 또 벌써 다 갔구나 하고 서글퍼들 하지요. ^^

문법적인 설명을 약간 덧붙이자면, 축일을 표현할 때는, 위의 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성인의 이름 앞에 여성 정관사 la 를 덧붙입니다. 뒤에 오는 성인의 이름이 남자 이름이건 여자 이름이건 상관없이 la 를 쓰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la fête de... 의 약자이기 때문이지요. 즉, la saint-Frédéric = la fête du saint Frédéric ;
la sainte-Charlotte = la fête de la sainte Charlotte (7월 17일)

mercredi 18 avril 2007

라 트라비아따 (La Traviata)

mittere 에서 파생된 말들과는 무관하게, 현대 프랑쓰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 보내다 » 라는 동사는 envoyer 입니다. 이 말은 en- + voie (길) + -er (1군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로 구성되어서, « 길에 놓다, 길을 떠나게 하다, 보내다 » 라는 뜻이지요. 이딸리아말로는 inviare 라고 하고,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구성된 합성어 입니다. in- + via (길) + -are (1군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길에서 벗어난 경우, 길을 똑바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에는 en- 을 - 로 대체하여, dévoyer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어 단어는 도덕적인 의미로만 쓰입니다 : « 정도에서 벗어나다 ». 범죄를 저지르거나, 문란한 생활을 할 경우 쓰는 말이지요. 실제로 물리적으로 길을 돌아서 가는 경우에는 dévier 라는 단어를 씁니다.

이딸리아말로도 deviare 라고 하면 « 실제로 우회하다 » 라는 뜻이고, « 도덕적 의미로 우회하다 » 라고 할 때는 traviare 라고 합니다. tra- 라는 말은 라띠나어 trans 가 줄어서 생긴 접두사로, « 넘다, 가로지르다, 건너다 »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traviare 는 « 정도를 똑바로 걸어가지 않고 그 밖으로 넘어서 옆길로 갔다 » 는 말이지요.

traviare 의 과거분사가 traviato, 여성형은 traviata 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관사를 붙여서 명사화 시키면 la traviata 가 되지요. 베르디의 오뻬라 La Traviata 는 한 꾸르띠잔 (courtisane = 일종의 고급 창녀) 의 얘기를 주제로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라 트라비아따가 무슨 뜻인지, 왜 우리 말로 번역을 안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딱 한 마디로 번역하기가 힘든 말이더군요. 물론 간혹 « 춘희 » 라고도 하지만, 그것도 정말 딱 들어 맞는 말은 아니고, 그렇다고 « 정도를 걷지 않고 옆길로 샌 여자 » 라고 할 수도 없을테고 말이죠.^^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여자가 올바른 길을 걷지 않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사실은 실존 인물이었답니다. 원래 이름은 알퐁씬 쁠레씨 (Alphonsine Plessis).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고생스러운 막일을 많이 하다가, 미모 덕분에 한 부자의 눈에 들어 그 때부터 빠리의 상류 사회를 드나들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뒤늦게 공부도 많이 해서, 당대 꾸르띠잔들 중 가장 교양이 뛰어났다는 평을 들었고, 수많은 작가, 철학가, 음악가들이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지요. (그 중 떼오필 고띠에, 알렉썽드르 뒤마 피쓰, 프란츠 리스트...) 그리고 이름도 마리 뒤쁠레씨 (Marie Duplessis) 로 바꾸었답니다. 차마 de 를 붙이지는 못하고, du 라도 붙이면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일까 해서 그랬나 봅니다. 그러다가 아제노르 드 그라몽 (Agénor de Gramont) 과 사랑에 빠졌고, 프랑쓰의 매우 오래된 귀족 가문인 드 그라몽 집안에서 이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는 바람에 결국 헤어졌지요. 실제로 두 젊은 연인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뻬라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헤어진 후로는 각자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마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도 하였었으나 얼마 못가 이혼하고, 결국은 스물 세 살의 나이에 폐병에 걸려 죽었고, 아제노르는 나뽈레옹 3세의 치하에서 외교관, 외무부 장관, 등을 지내며 오래도록 떵떵거리며 살았지요. 게다가 외교를 잘 못하는 바람에 독불 전쟁 (1870) 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기도 했답니다.

알렉썽드르 뒤마 피쓰는 직접 마리 뒤쁠레씨의 연인이기도 했었는데,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와 아제노르 드 그라몽 사이의 사랑을 주제로 La Dame aux camélias (동백 부인) 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소설을 개작하여 희곡으로 바꾸었고, 베르디의 오뻬라는 바로 이 희곡판을 기본으로 하지요. 뒤마는 자기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Marguerite Gautier 와 Armand Duval 이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베르디의 오뻬라에서는 Violetta Valéry 와 Alfredo Germont 으로 이름이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각본가 삐아베(Francesco Maria Piave) 가 구상해 낸 이 이름들은 조금 웃긴 것이, 이름은 이딸리아식이고 성은 불어식이죠. (비올레따의 친구인 Flora Bervoix 역시)

1963년, 프레데릭 애쉬튼 (Frederick Ashton) 이 마곳 폰테인 (Margot Fonteyn) 을 위해 안무한 발레, 마르그릿과 아르멍 (Marguerite and Armand) 에서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시 뒤마가 지은 이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실제 인물은 현재 빠리의 몽마르트르 묘지에 알퐁씬 쁠레씨라는 본명으로 묻혀있습니다.

lundi 9 avril 2007

부활절 월요일 (lundi de Pâques)

어제는 부활절이었습니다. 오늘은 부활절 월요일이구요. 부활절은 매년 날짜가 바뀌기는 하지만 항상 일요일이기 때문에, 프랑쓰에서는 그 다음날인 월요일도 매년 국경일입니다.

사순절 얘기 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십여일이 흘렀나 봅니다. 아무튼 부활절은 프랑쓰에서 성탄절 다음가는 커다란 전통 명절입니다. 물론 기원은 종교적인 명절이지만 사실상 현대에는 교회에 아주 극성적인 사람들 빼고는 이런 명절들에서 큰 종교적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대부분은, 가족들끼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적인 명절로 여기지요. 마치 우리나라의 명절들도 대부분 유교적 전통에서 기원했지만, 오늘날 유교에 연연해 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부활절에 학생들은 대부분 일이주 정도의 방학을 갖고, 직장인들도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삼사일간의 휴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식구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시골에 있는 부모님을 방문한다거나 하면서, 부활절 연휴를 즐깁니다. 그리고 흔히 쇼꼴라 (chocolat) 로 만들어진 달걀 (œuf) 과 종 (clochette), 그리고 어린 양고기 (agneau) 를 먹지요.

불어로 부활절은 Pâque(s) 이라 합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두가지 Pâque(s) 이 있습니다. 단수로 (la) Pâque 이라고 하면, 유대교의 명절로, 유대인들이 에집트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는 것이라 합니다 (성서 출애굽기 참고). 불어의 Pâque 은 라띠나어 pascua 에서 왔고, 이 말은 그리쓰어 paskha 에서, 그리고 이 말 자체는 헤브르어 pesah 를 그리쓰어화 시킨 것이라 합니다. pesah 라는 말은 헤브르어로 « 통과 » 라는 뜻이라는군요. 즉, 에집트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의미.

한편 복수로 (les) Pâques 이라 하면,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명절을 지칭합니다. 프랑쓰에서 국경일로 정해진 명절은 이 부활절이죠. (유대교의 부활절은 날짜가 다르다고 합니다.) 부활절에는 joyeuses Pâques 이라는 인사를 합니다. 형용사 (joyeuses) 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때 Pâques 은 여성 복수로 쓰인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애매한 것은 복수의 Pâques 전체가 (마지막 s 까지 포함하여) 남성 단수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절대로 le Pâques 이라고 남성 단수 관사를 붙이지는 않습니다. 한 문장을 예로 들어 보면, Pâques est célébré hier. 즉 앞에 남성 단수 관사는 붙이지 않지만, 뒤에 동사의 변화를 보면 남성 단수로 쓰였음을 알 수 있죠. 이것은 사실상 le jour de Pâques 의 줄임말입니다. 그런데 여성 복수일 때도 관사 따위를 붙이는 일은 드뭅니다. 그리고 흔히 첫자를 대문자로 쓰기 때문에, 거의 고유명사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은 Noël 도 마찬가지)

Pâques 에 해당하는 형용사는 pascal 입니다. 보다시피, 이 때는 원래 라띠나어의 s 가 살아나고, 대신 a 위의 ^ 가 사라집니다. pascal 의 남성 복수는 두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즉 s 만 붙이는 pascals 과, -l 로 끝나는 단어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음화 현상 때문에 pascaux 가 되기도 합니다. 여성형은 pascale, 여성 복수는 pascales 로 별다른 문제가 없구요. 프랑쓰에서 매우 흔한 인명인, Pascal, Pascale, Pascaline 따위는 모두 여기서 비롯된 이름들입니다. (프랑쓰에서는 Noël, Noëlle 이란 이름도 매우 흔합니다.)

그리고 부활절 무렵에 피는 꽃이라 해서, pâquerette 이라 불리는 꽃이 있습니다. 흔히 봄에 잔디밭을 보면 드문드문 피어 있는 작은 잡초 꽃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 예쁩니다.

빠크렛과 빠크렛이 피어 있는 잔디밭


Pâquerette 은 또, 여자 이름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꼬부랑 할머니들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쓰의 재미있는 속담 중, Noël au balcon, Pâques au tison 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 성탄절을 발꽁에서 보내면, 부활절은 난로 앞에서 보내게 된다 » 라는 뜻입니다. 즉,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봄에는 춥다는 말. tison 은 엄격히 말하면 « 난로 » 가 아니라, 난로 속에서 타고 있는 « 땔감나무, 장작 » 이란 뜻이고, 위의 속담에서는 단수로 써도 되고, 복수로 써도 된답니다 (... aux tisons). 매년 보면, 이 속담이 맞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안 그런 것 같습니다. 성탄절 무렵도 따뜻했는데, 부활절에도 따뜻하고 하늘이 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