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anche 23 novembre 2008

따로의 정원 (Jardin des Tarots)

이딸리아 또스까나 지방 남부의 까빨비오 (Capalbio) 라는 작은 도시에는 따로의 정원 (Giardino dei Tarocchi) 이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니끼 드 쌍-팔 (Niki de Saint-Phalle) 이 거의 이십여년에 걸쳐서 꾸민 예술 공간으로, 따로 카드에서 영감을 받은 스물 두 점의 환상적인 조각들로 수놓아져 있는 정원입니다. 쌍-팔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기괴한 모양새를 갖춘 이 조각들은 모두 십여미터 이상 높이의 대형 작품들로, 조각이라기보다 거의 건축물로 보아야 옳을 듯 싶습니다. 실제로 이 중 일부는 조각품 내부를 방문할 수 있으며, 특히 여제 (L'impératrice. 아래 사진에서 가장 왼쪽) 의 내부는 완전한 아파트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따로의 정원을 손보는 동안, 쌍-팔과 그녀의 남편 졍 땅글리 (Jean Tinguely) 는 바로 이 조각품 안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따로의 정원의 전경 (Vue sur le Jardin des Tarots)Source de la photo : le site officiel du jardin

따로의 정원이 기본적으로 쌍-팔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녀의 다른 많은 조각들처럼 따로의 정원도 역시 땅글리와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남편 외에 몇몇 예술가 친구들이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 정원은 그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전혀 국가나 재단의 후원 없이 오로지 사비만 들여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쌍-팔은 자신의 다른 작품들을 팔거나 새로운 주문을 받기도 했고 (그 중 하나가 스트라빈스끼 연못), 또한 특별히 향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재정 마련 차원에서 보나, 작품의 규모와 양식 측면에서 보나, 따로의 정원은 슈발 우체부의 이상적인 궁전 (Palais idéal du facteur Cheval) 과 닮은 데가 있습니다. 실제로 니끼 드 쌍-팔은 슈발 (Ferdinand Cheval) 의 궁전을 방문한 후 큰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따로 정원을 건설하는데 그녀는 보마르쪼에 있는 괴물의 정원 (Jardin des monstres à Bomarzo) 과 가우디 (Antoni Gaudi) 가 만든 귀엘 정원 (Jardin Güell) 으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래는 Le Jardin des Tarots 라는 책 (Benteli éditions, 2005) 에 실린 쌍-팔의 자필로, 따로의 정원을 만들게 된 동기와 과정을 작가가 직접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끌릭하면 보다 또렷하게 글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lundi 17 novembre 2008

따로 (tarot)

비록 오늘날에는 프랑쓰식 놀이용 카드가 전세계적으로 규격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몇몇 지역, 특히 프랑쓰 남부와 이딸리아, 스위쓰와 독일의 일부 지방 등에서는 고유한 전통 카드 역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예이자 가장 유명한 예로 따로 카드 (cartes de tarot) 를 들 수 있습니다. 따로 카드는 프랑쓰 카드에 비하여 모양이 보다 갸름하고 길며, 무늬도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한 벌을 이루는 카드의 수가 78 장으로, 보통 프랑쓰 카드보다 26장이나 더 많습니다. 그 중 네 장은 기사 (cavalier) 들로서, 그 가치는 시종 (valet) 과 부인 (dame) 의 중간입니다. 나머지 22장은 완전히 다른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1부터 21까지 번호가 크게 매겨져 있습니다. 마지막 한 장은 아무런 번호도 글자도 없는 대신, 또는 멍돌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Excuse (변명) 라고 불리는 이 카드는 일종의 죠커 역할을 합니다. 이 스물 두 장의 카드는 현대 불어로 atout, 즉 « 으뜸패 » 라고 불리는데, 오래 동안 triomphe, 즉 « 승리패 » 라고도 불렸습니다. 바로 여기서 영어의 trump 라는 용어가 비롯되었습니다.

외국에는 따로 카드가 마치 점술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놀이용입니다. 따로 카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는 몇가지가 있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따로지요. 따로라는 놀이를 하는데 사용되는 카드이기 때문에 바로 따로 카드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따로 놀이는 몇가지 변형이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네 명이서 하는 놀이입니다. 각각 18장의 카드를 손에 들고 시작하며, 앞사람이 낸 카드와 같은 무늬이면서 더 높은 값을 가진 카드를 내 놓는 원칙입니다. 같은 무늬가 없을 때는 바로 으뜸패 카드를 냄으로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18장의 카드가 모든 참가자들의 손을 떠나면 한 판이 끝나게 됩니다. 현대에 행해지는 많은 카드 놀이들의 규칙이 바로 따로에서부터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놀이들에 비해 한가지 유별난 점은 따로에서는 카드의 점수를 반점 단위로 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왕은 4.5, 부인은 3.5. 사실 따로에서 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이 바로 점수 계산법입니다. 카드의 값과 조합에 따라, 더하고 빼고 곱하는 매우 복잡한 점수 계산을 해야 합니다.

따로의 정확한 근원에 대해서는 매우 논란이 많습니다. 점술용으로도 쓰이는 점과 관련하여, 매우 황당하고 전설같은 해석들이 많은데, 언어학적으로는 이딸리아어 tarocco 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딸리아어 tarocco 가 과연 어디서 온 말인가에 대해서는 또다시 황당하고 전설적인 주장들이 난무합니다. 아무튼 위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따로 놀이는 1430년 경 롬바르디아 (현재 이딸리아 북서부) 에서 처음 목격되었으며, 곧 프로벙쓰 (현재 프랑쓰 남동부) 로 수입되었습니다. 라띠나어 문화권의 놀이이기에, 따로용 카드에는 오랫동안 라띤 무늬가 쓰였습니다 : 즉 그릇, 칼, 막대기, 동전. 그런데 18세기에 따로가 독일에 전해지면서, 오히려 프랑쓰 무늬로 변하였습니다 : 즉 심장, 창끝, 토끼풀, 네모. 또한 19세기에는 22장의 으뜸패를 장식하던 중세풍의 상징적인 그림 역시, 일상 생활 풍경을 묘사하는 귀여운 (?) 그림들로 변하였습니다. 하지만 점술용 따로 카드는 여전히 옛날식 무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색다르고 신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주기 위해서겠지요. 그때문에 오늘날 프랑쓰에는 크게 두 종류의 따로 카드가 존재합니다 : 놀이용 따로 (tarot à jouer) 와 점술용 따로 (tarot divinatoire).

점술용 따로는 자주 마르쎄이으 따로 (tarot de Marseille) 라고 불리며, 드물게 이딸리아 따로 (tarot italien) 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방금 말했듯, 마르쎄이으 (즉 프로벙쓰) 와 이딸리아에서 쓰이던 라띤 무늬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점술에서는 22장의 특별 카드를 으뜸패승리패라 부르지 않고 대비밀 (arcanes majeurs) 이라고 칭합니다. 이런 것을 전혀 믿지 않는 저로서는 폭소가 터져나오는 표현이기는 하나, 아무튼 대비밀을 구성하는 카드들은 방금 말했듯 여전히 중세풍의 상징적, 은유적 그림을 띄고 있습니다.

1. Le bateleur (마술사)
2. La papesse (여교황)
3. L'impératrice (여제)
4. L'empereur (황제)5. Le pape (교황)6. L'amoureux (사랑에 빠진 남자)7. Le chariot (수레 또는 마차)8. La justice (정의)9. L'hermite (은둔자 또는 연금술사)10. La roue de la fortune (운명의 바퀴)
11. La force (힘)12. Le pendu (거꾸로 매달린 남자)13. L'arcane sans nom ou la mort (이름없는 비밀 또는 죽음)14. La tempérance (절제 또는 균형)15. Le diable (악마)
16. La Maison-Dieu (신-집)17. L'étoile (별)
18. La lune (달)19. Le soleil (해)20. Le jugement (심판)21. Le monde (세계)그리고 번호가 없는 마지막 카드 Le mat (광대)
나머지 카드들은 소비밀 (arcanes mineurs) 이라고 불리며, 소비밀과 대비밀의 여러 조합을 통하여 점을 치나 봅니다. 아무튼 따로 카드들은 그 그림의 특이함 때문에, 점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점술의 관점이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서, 사회 현상으로서, 풍습의 역사로서 따로 카드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학문을 tarologie 라고도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쓰 국립 도서관에는 여러 벌의 희귀한 따로 카드들이 소중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것 (15세기) 은 샤를 6세의 따로 (tarot de Charles VI) 라고 불리는 카드들로서, 불행히도 17장 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그 대부분을 위에 소개했으나,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방문하시길...

samedi 15 novembre 2008

놀이용 카드 (cartes à jouer)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늘날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서양식 놀이용 카드는 그 기원이 프랑쓰 (보다 정확히는 루엉) 입니다. 물론 놀이용 카드 자체의 기원은 중국으로 짐작하고 있으며,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유럽에는 이슬람 문화권을 거쳐 1370년 경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중세의 놀이용 카드는 화가들이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했으므로, 매우 값비싼 예술품이었습니다. 따라서 귀족들이나 부유한 시민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지요. (한 예로, 15세기에 제작된 샤를 6세의 따로 카드를 보세요.) 그런데 카드 한 장 한 장이 독창적인 « 작품 » 이나 다름없다 보니, 놀이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내가 가진 카드들과 상대방이 소유한 카드들의 크기와 모양, 색깔과 그림이 다 달랐으니까요. 따라서 15세기 무렵부터는 정해진 모양에 따라 통일된 카드를 만들어 내는 일을 전문 직업으로 삼는 cartier 들이 등장했습니다. (프랑쓰에는 Cartier 라는 성이 매우 흔한데, 필경 먼 조상들 중에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통일이 되었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당장 유럽 전역에서 똑같은 카드를 사용할 수는 없었겠지요 ? 따라서 나라마다, 지방마다 고유의 카드가 있었습니다. 르네썽쓰 시대에는 크게 세 종류의 카드가 존재했습니다 : 라띤 무늬 카드 (couleurs latines), 제르마닉 무늬 카드 (couleurs germaniques), 그리고 프랑쓰 무늬 카드 (couleurs françaises). 라띤 카드는 프랑쓰 남부와 이딸리아, 에스빠냐 등에서 사용되었으며, 그릇, 칼, 막대기, 동전을 무늬로 가지고 있습니다. 제르마닉 카드는 심장, 나뭇잎, 도토리, 방울을 무늬로 하며, 두말할 나위 없이 오늘날의 독일어권 지역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프랑쓰는 당연히 라띤 카드를 사용하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카드를 개발했습니다. 이때 채택된 무늬가 바로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무늬들을 지칭하기 위하여 영어를 사용하나, 다른 나라들은 당연히 자국어를 사용합니다. 불어로는 각각 cœur (심장), pique (창끝), trèfle (토끼풀), carreau (네모).

또한 10 이상의 값을 가진 카드들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불어로는 valet (시종), dame (부인), roi (왕) 라고 부르며, 따라서 카드에는 약자로 V, D, R 로 표기합니다 (J, Q, K 가 아니라). 이 초상들 역시 16세기 초반 빠리에서 처음 표준화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각자 그리고 싶은 얼굴을 그렸지요.

그리고 1 점을 가진 카드의 원래 명칭도 ace 가 아닌 as 입니다. 아쓰는 로마 시대에 사용된 화폐이자 무게의 단위인데, 주사위에서 점이 하나만 찍혀진 면을 일컫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주사위 놀이에서 아쓰 동전을 내기돈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주사위 놀이에서나 카드 놀이에서나 아쓰는 그 표면값과는 달리, 가장 높은 점수로 자주 취급되었고, 그 때문에 테니쓰에서도 상대방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강한 공을 as 라 칭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as 라고 하면 한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위의 특징들을 종합하여 16세기 초반 루엉 (Rouen) 에서 프랑쓰식 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루엉은 당시 유럽에서 매우 중요한 상업 도시였기 때문에 곧 프랑쓰 카드가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카드도 사실상 루엉의 모델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두가지 차이점이라면, 우선, 당시에는 카드에 위아래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카드들은 아쓰 같이 몇몇 특정한 카드를 제외하면 위와 아래를 구분할 수 없지요. 이것은 인쇄술의 발전으로 19세기 이후에야 도입된 특징이라고 합니다. 두번째 차이점은 죠커 (joker) 입니다. 역시 19세기에 미국에서 도입된 죠커는 그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카드였습니다. 물론 죠커라는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따로 카드에는 이미 광대 그림이 있었고, 이 카드는 다른 어떤 카드든지 대체할 수 있었지요. 아무튼 joker 는 프랑쓰 카드들을 지칭하는 이름들 중 유일하게 영어를 어원으로 하는 단어입니다.

죠르쥬 들 라 뚜르, 네모 아쓰를 가진 속임꾼
Le Tricheur à l'as de carreau, Georges de la Tour (vers 1635)
Musée du Louvre, Paris.

jeudi 13 novembre 2008

인내와 성공 (patience et réussite)

patienceréussite 은 각각 « 인내 » 와 « 성공 » 을 뜻하는 불어 단어들이지만, 또한 특별한 종류의 카드 놀이들을 칭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이 범주에 속하는 놀이들은 거의 대부분 혼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낼 때 (patienter) 하는 놀이로서, 정해진 원칙에 따라 카드를 일정한 모양으로 늘어 놓거나, 또는 짝을 맞추어 가며 한 장도 남김 없이 모두 거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계 (horloge) 라고 불리는 빠씨엉쓰 (또는 레위씻) 는 52 장의 카드를 시계 모양으로 구성하는 놀이입니다. 즉 한시 자리에는 네 장의 1이 모두 모여야 하며, 여섯시 자리에는 네 장의 6이 모두 모여야 하는 식이지요. 이렇게하여 결과적으로 각각의 시간마다 그에 해당하는 숫자를 가진 네 장의 카드가 모두 놓이고, 가운데에는 왕이 네 장 놓여야 성공 (réussite) 입니다.

또, 삐라미드 (pyramide) 라 불리는 빠씨엉쓰는 애초에 카드들을 삐라미드 모양으로 늘어 놓고, 삐라미드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카드를 두 장씩 거두어 가는 놀이입니다. 이 때 조건은 두 카드의 합이 13을 이루어야 합니다 : 3과 10, 6과 7, 1과 왕비... 왕은 혼자서 13을 이루므로 한 장만 있어도 거두어 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삐라미드의 가장 꼭대기를 구성하는 마지막 한 장의 카드까지 모두 없애야 성공 (réussite) 입니다.

이외에도 14를 잡아라 (prenez le 14), 황제의 수행 (suite impériale), 몽떼-꺄를로 (Monte-Carlo), 죠제핀 (Joséphine), 숫자의 행진 (défilé des nombres), 초상화 회랑 (gallerie des portraits), 결혼 (mariage) 등, 특이한 이름을 가진 빠씨엉쓰와 레위씻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놀이들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성공을 위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침착하게 여러번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애초에는 (그리고 지금도) 이런 놀이들을 jeu de patience (참을성 놀이) 라 불렀습니다. 쥬 드 빠씨엉쓰는 카드 놀이 뿐 아니라, 그림 맞추기 퍼즐이나, 성냥개비 쌓기, 숫자 문제, 암호 해독, 복잡한 미로, 또는 뤼빅쓰 뀝 (Rubik's cube) 같이, 대개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 하게 되는, 그리고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한 온갖 종류의 놀이들을 칭합니다. 그 중에서 특히 카드를 가지고 하는 놀이를 그저 patience 라 부르게 되었지요. 따라서 patiencejeu de patience 는 조금 구별되는 용어입니다. 반면 patienceréussite 은 차이가 없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카드 놀이들은 사람에 따라 patience 라고도 불리고, réussite 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과정을 중시하느냐, 결과를 중시하느냐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 역사적으로는 patience 라는 말이 좀 더 일찍 등장했습니다. 이 단어 (카드 놀이라는 의미로서) 의 첫등장은 1779년 Mémoires sur les jeux (놀이에 대한 기록) 라는 저술에서였습니다. 또 1842년에는 오로지 빠씨엉쓰 놀이들의 규칙만을 모아 놓은 Livre des patiences (빠씨엉쓰 책) 가 발간되었습니다. 이 놀이와 단어는 곧 유럽 도처에 퍼져 오늘날까지도 영어, 독어, 러시아어 등에서는 patience 라는 불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대의 프랑쓰에서는 réussite 의 사용이 좀 더 일반화된 느낌이 듭니다.

mercredi 12 novembre 2008

pati 의 파생어들 (dérivés de « pati »)

라띠나어 동사 pati (참다, 견디다, 괴로움을 겪다) 는 불어에 많은 파생어들을 낳았습니다. 우선 뜻과 모양이 거의 똑같은 pâtir 동사가 있으며, 그 명사형인 passion이미 보았듯이 애초에는 « 아픔, 고통, 수난 » 의 뜻이었습니다. 이 단어는 오늘날 뜻이 거의 정반대로 변하였지만, 다른 파생어들은 대부분 어원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ompassion 은 말그대로 남의 고통 (passion) 을 함께 (com) 한다는 뜻이지요. 즉 « 동정 ». 이 단어의 동사는 compatir 이고, 형용사는 compatissant 입니다. 모두 남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뜻이지요. 주의할 것은 기본 동사 pâtir 에는 악썽 씨르꽁플렉쓰가 있는데 비해, 파생어인 compatir 에는 악썽이 없다는 점입니다.

compatircompatissant 외에 또다른 형용사를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 compatible. 이 형용사는 « 서로 이질적이고 모순되어 보이지만 함께 어울릴 수 있다 » 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마음에 꼭 들지는 않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상대방의 단점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현대에는 컴퓨터 분야에서 프로그람들이나 주변기기들의 호환성 (compatibilité) 을 언급할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나, 막킨토시와 윈도우즈는 오래동안 서로 꽁빠띠블하지 않았지요. 이럴 때에는 바로 incompatible 하다고 합니다.

또한 어원을 생각하지 않고 자주 쓰는 단어 passif 도 알고 보면 라띠나어 pati 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역시, 자기에게 닥치는 일들을 그저 참고 견딘다는 의미이죠. 비슷한 단어로 patient 이 있습니다. 역시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의미는 « 참고 견디는, 참을성 있는, 인내심이 강한 » 입니다. 그리고 명사로 쓰이면, « 참을성이 많은 사람 » 을 가리킬 뿐 아니라, 자주 « 환자 (malade) » 의 의미로 쓰입니다. 환자는 바로 병을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이 형용사로부터 동사 patienter 가 나왔습니다 : « 힘들거나 짜증나고 지루한 상황을 참고 견디다 ». 일 처리가 느리고, 어딜 가나 줄서기로 유명한 프랑쓰에서 이 동사는 매우 자주 듣게 되는 단어이지요. 그 명사형은 patience (참을성, 인내) 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