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anche 27 avril 2008

zénith 과 azimut

같은 어원에서 비롯되었지만, 두 개의 서로 다른 형태, 또는 다른 의미로 발전한 단어들을 doublet 또는 « 이중어 » 라고 합니다. magasinmagazine, chiffrezéro 등이 그러한 예들이지요. 또다른 이중어로 zénithazimut 이 있습니다.

우선 zénith 은 궤도를 돌던 별이 관측자의 머리 바로 위에 수직으로 위치하는 « 가장 높은 지점 » 을 가리키는 천문학 용어로, 아랍어 samt 를 잘못 읽은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 (별의) 길, 방향 » 을 뜻하는 이 아랍 단어를 불어 알파베로 옮겨 적고 나서, m 을 m 으로 보는 대신 ni 로 착각한 것이지요. 그 때문에 sanit, cenith 등의 여러 표기를 거치다가, 16세기 초부터 zénith 이라는 형태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azimut 역시 천문학 용어로 « 방향의 각도 » 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북쪽을 기준으로 할 때 동쪽의 azimut 또는 « 방위각 » 은 90° 이지요. 그런데 이 azimut 이라는 단어 역시 zénith 과 같은 어원인 samt 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다만 이 때는 정관사 al 이 앞에 붙은 것이지요. 아랍어 정관사 al 은 뒤에 오는 단어의 첫 자음이 해자음일 경우 l 을 잃는다고 합니다. 아랍어에서 해자음 (consonnes solaires) 이란 d, r, s, t, z, 즉 혀 끝으로 발음되는 자음들을 칭하며, 나머지 자음들은 달자음 (consonnes lunaires) 이라고 불립니다. 따라서 해자음으로 시작하는 samt 에 정관사를 붙이면 asamt 가 되는 것이지요. 이 정관사가 포함된 형태가 불어로 전해지면서 azimut 이라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중세에는 끝에 h 가 있는 형태였으며, 이 때 영어로 건너가 현재 영어에는 여전히 azimuth 라는 형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결국 정관사의 유무라는 점에서 이 zénithazimut 의 관계는 khôlalcool 의 관계와 흡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두 단어는 천문학을 떠나 일상에서도 매우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azimut 은 특히 dans tous les azimuts 또는 tous azimuts 등의 숙어에서 « 사방으로, 정신없이 » 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며, zénith 은 « 절정, 극치, 최고조 » 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또한 고유명사로서의 Zénith 은 프랑쓰 도처에 존재하는 대형 공연장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마치 오뻬라 극장처럼 프랑쓰의 주요 도시들에는 제닛이 하나씩 있습니다. 제닛은 주로 대중 음악 연주를 위한 공연장이지만, 때로 정치 모임이나 운동 경기 등이 열리기도 하며, 모두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가장 오래된 제닛은 1983년 문을 연 빠리의 제닛 (Zénith de Paris).

samedi 26 avril 2008

chiffre 와 zéro

alcoolkhôl, magasinmagazine 은 그 모양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는 짐작을 쉽게 해 볼 수 있으나, 때로는 chiffrezéro 처럼, 첫눈에는 상관없어 보여도, 사실은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있습니다. 불어로 « 숫자 » 를 뜻하는 chiffre 와, 숫자 중에서도 특별히 « 0 » 을 뜻하는 zéro 는 모두 아랍어 sifr 로부터 왔습니다.

아랍어 sifr 는 원래 « 무, 아무 것도 없는 상태, 비어있음 » 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숫자 0 의 이름인데, 10세기 후반에 제르베르 도리약 (Gerbert d'Aurillac, 940 ? - 1003) 에 의하여 아랍 숫자, 보다 정확히는 인도-아랍 숫자가 유럽에 소개된 후, 차차 숫자 체계 전체를 뜻하는 말로 변했습니다. 제르베르 도리약은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 음악학자, 신학자로서 큰 명성을 누렸을 뿐 아니라, 프랑쓰에 꺄뻬씨앙 왕조를 앉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랑쓰의 주교가 되었고, 심지어 씰베스트르 2세 (Sylvestre II) 라는 이름으로 교황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아랍 숫자를 보편화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약 이백여년 뒤에 아랍 숫자는 다시 한번 유럽에 도입됩니다. 13세기 초반 아랍 숫자를 재수입한 사람은 유명한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Leonardo Fibonacci 또는 Leonardo Pisano 또는 Léonard de Pise, 1175 ? - 1240 ?) 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술에서 아랍어 sifrzephyrum 이라는 형태로 라띠나어화 시켰습니다. 이 단어가 이딸리아어에서 zefiro 라는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zefiro 가 줄어서 zero 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zero 라는 형태가 이딸리아어 문헌에 등장하는 것이 1449년 무렵이며, 이것을 그대로 수입한 프랑쓰에는 1485년 등장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보나치가 제르베르에 뒤이어 아랍 숫자의 편리성을 다시 설명한 후에도, 아랍 숫자가 널리 알려지는 데에는 또다시 이백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 때도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자주 쓰였지 완전히 대중화 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 때문에 중세의 필사본들을 보면 아주 후반기에 쓰여진 것들이더라도 여전히 로마 숫자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글자로 다 풀어 쓴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무튼 chiffre = zéro.

dimanche 20 avril 2008

magasin 과 magazine

불어에는 magasinmagazine 이라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magasin 은 « 가게, 상점, 창고 » 라는 뜻이고, magazine 은 « 잡지 » 라는 뜻이지만, 두 단어는 모양과 발음이 매우 흡사하여, 프랑쓰 사람들도 종종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magasin 대신 *magazin 이라고 쓰거나 magazine 대신 *magasine 이라고 쓰는 식의...). 이러한 실수가 일어나는 것을 순전히 사람들의 부주의로만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이, 이 두 단어는 실제로 같은 어원에서 출발한, 즉 사실은 한 단어였던 것입니다. 두 단어는 모두 아랍어 makhâzin 으로부터 유래하여 불어에서 두 개의 개별된 단어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khôlalcool 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두 단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선은 magasin 이 14세기 말에 이딸리아어나 옥어를 거쳐서 불어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는 아랍어의 본뜻대로 «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 » 를 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 물건을 쌓아 놓고 파는 장소, 즉 가게, 상점 » 의 뜻으로 변했습니다. 지금은 « 가게 » 라는 뜻이 더 보편화 된 듯 보이지만, 사실 여전히 « 창고 » 의 뜻도 살아 있습니다. 가게 중에서도 재고를 쌓아 놓을 수 있을 만한 크기를 갖춘, 그러니까 꽤 큰 상점들을 magasin 이라고 부르며, 아주 작은 가게들은 boutique 이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한 가게 내에서도 손님이 들어갈 수 없는, 특별히 재고를 쌓아두는 장소를 magasin 이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며, 도서실에서 열람실이 아니라 책을 보관하는 곳, 군대에서 무기를 저장하는 장소 역시 magasin 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가 영어로 건너가면서 magazine 이라는 형태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발음과 철자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 (창고처럼) 잡다한 내용을 잔뜩 가지고 있는 모음집, 즉 잡지 » 라는 새로운 뜻이 첨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어 단어 magazine 이 18세기 후반에 불어로 역수입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불어 어휘에는 같은 어원을 가졌지만 다른 뜻으로 발전한 두 단어, magasinmagazine 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samedi 12 avril 2008

antimoine 과 alcool

화학물질의 일종인 엉띠므완 (antimoine) 의 이름은 마치 anti- 와 moine 이 결합된, 전형적인 불어 복합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랍어 'itmid 로부터 출발하여 그리쓰어와 라띠나어를 거치면서 많은 변형을 거듭한 끝에 갖추게 된 모습입니다. 중세에 이 물질을 접한 여러 수사 (moine) 들이 차례로 죽는 사건이 발생한 데서 « 수사에 적대적인 »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거의 전설적인 어원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간혹 있으나, 두말할 나위 없이 이것은 학술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며, 언어학적으로 antimoinemoine 사이에는 아무런 상호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결과적으로 현대 불어에서 비슷한 형태로 발전했을 뿐. 이 점에서 아이오와 주의 수도 데 므완 (Des Moines) 과도 비슷합니다.

엉띠므완은 자연 상태에서 광석 (minerai) 의 형태로 발견되는데, 옛부터 아랍 문화권에서는 엉띠므완을 매우 곱게 갈아 눈썹과 눈꺼풀의 화장에 사용했습니다. 이 화장품의 이름이 아랍어로 kohl 이므로, 여기에 정관사를 덧붙이면, al kohl 이라는 형태가 됩니다. 여기서 비롯된 중세 라띠나어 alkohol 또는 alkol 은 따라서 한동안 « 매우 곱게 빻아진 엉띠므완 가루 » 를 뜻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뜻이 발전하여, 이 단어는 « 매우 섬세하고 정화된 물질 » 을 일컫게 되었으며, 의사이자 연금술사였던 빠라쎌쓰 (Paracelse, 1493-1541) 에 의하여 « 술을 증류시켜 얻은 투명한 증발성의 액체 » 를 칭하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eau-de-vie 참조).

불어 단어 alcool 은 이미 뜻의 변화가 끝난 라띠나어로부터 도입되었으며 (1586년), 처음에는 alcohol 이라 적었습니다. 이 무렵 영어로 건너간 이 단어는 현대 영어에서 그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정작 불어에서는 모음과 모음 사이에 끼인 무성 h 가 사라졌습니다. 한편 khôl 이라는 단어는 약 백여년 뒤 (1646년), 다시 아랍어로부터 수입되어, 지금까지도 « 눈화장품 » 을 뜻하는 말로 불어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나, 결국 le khôlalcool 은 정확히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같은 구조 (정관사+명사) 로 이루어진 말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