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anche 29 novembre 2009

paon « 공작새 »

faisan 과 같은 동물을 phasianidés « 꿩과 » 라고 하는데, 이 과에 속하는 동물 중 발음에 문제를 일으키는 동물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paon ! « 공작새 » 를 뜻하는 이 단어는 o 가 묵음이 되어 pan 처럼 발음됩니다. 그 여성형 paonne 역시 [빤] 으로 발음되며, « 어린 공작 » 을 가리키는 paonneau 는 [빠노] 로 발음됩니다.

공작새가 꼬리를 자랑하며 걷는 모양을 본 따 불어에는 se pavaner 라는 동사가 있습니다. 즉 « 거들먹 거리며 걷는다 » 는 뜻이지요. 이러한 단어가 나온 것은 paon 의 어원이 라띠나어 pavo 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와는 독립적으로 pavane 이라는 춤이 있는데, 역시 느리고 장중한 춤입니다. pavopavane 이 만나서 « 공작새처럼 잘난척 한다 » 는 뜻의 se pavaner 동사가 태어났습니다.

samedi 28 novembre 2009

fai 발음의 약화

monsieur 와 비슷한 발음 현상, 즉 특별히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강모음이 약화되는 현상이 일어난 또다른 단어로 faire 동사의 여러 변화형이 떠오릅니다. 불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지만, faire 의 1인칭 복수 변화형 faisons 은 특이하게도 [프종] 으로 발음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다른 변화형들에도 영향이 미친 것 같습니다. 반과거형은 모든 인칭이 다 [프]로 발음되지요 : faisais, faisais, faisait, faisions, faisiez, faisaient. 또 미래형은 아예 글자 형태 자체가 발음에 맞게 변화되어 있습니다 : ferai, feras, fera, ferons, ferez, feront. 미래형이 이렇다 보니 조건법 형태 역시 당연히 영향을 받구요 : ferais, ferais, ferait, ferions, feriez, feraient. 또한 현재 분사 faisant 역시 [프정] 으로 발음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어원적으로 faire 와 전혀 무관한 faisan 이라는 명사 역시 이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faisan 은 « 꿩 » 을 가리키는 말로, 라띠나어 phasianus 로부터 유래했으며, 이 말의 원 뜻은 « 파씨쓰 강 주변에서 사는 새 » 입니다. 파씨쓰는 현재는 제오르지 (Géorgie) 를 흐르는 리오니 (Rioni) 강을 가리키던 고대 그리쓰어 이름인데, 실제로 꿩 중에서도 꼴쉬드 꿩 (faisan de Colchide) 이라 불리는 종은 이 강 근처에서 유래한 종이 맞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아무 관계가 없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faisan 을 비롯하여 그 파생어들은 모두 첫음절이 약화되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 faisane [프잔] « 암꿩 », faisandeau [프정도] 또는 faisanneau [프자노] « 어린 꿩 », faisanderie [프정드리] « 꿩양육 », faisandier [프정디에] « 꿩 키우는 사람 »... 마지막으로, faisander [프정데] 라는 동사가 있는데, 이것은 꿩을 비롯하여 사냥에서 잡은 동물의 고기로부터 즙을 얻어 내기 위하여 부패시키며 재워두는 행위를 말합니다.

vendredi 27 novembre 2009

monsieur

dame, damoiseau, demoiselle 이 모두 같은 어원을 가진데 반해, monsieur 는 유일하게 독립된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물론 monsieur 의 결합인데, 이 sieur 는 라띠나어의 senior 로부터 왔으며, 이 말은 senex « 나이든 » 의 우등비교급입니다. 즉 « 더 나이든 » 이란 뜻이죠. 애초에는 나이든 사람을 우대하여 부르던 호칭이 남자에 대한 경칭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sieur 외에도 sire, seigneur 등 비슷한 호칭들이 모두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으며, sénateur « 상원의원 » 도 마찬가지입니다. sénateur 들은 애초에 고대 로마의 정치인들로, 나이 지긋한 원로들이었습니다.

영어의 sir 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불어 sire 로부터 건너 간 말이므로 당연하다 하겠지요. 한편 불어 monsieur 의 발음이 어찌하여 오늘날 [므씨으] 로 굳어졌는지는 알 수 없는 신비입니다.

lundi 23 novembre 2009

dame « 부인 »

불어 dame 은 라띠나어 domina 로부터 왔으며, 이 말은 dominus 의 여성형입니다. dominusdominadomus « 집 » 로부터 온 말로, 각각 « 남녀 집주인 » 을 뜻합니다. 로마 시대에는 자유인들만 집을 소유할 수 있었으며, 사실 집주인이라고 하면, 집 건물 뿐 아니라 집안의 다른 모든 물건,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 (특히 노예) 까지도 소유했으므로, domusdomina 는 « 주인 나리, 주인 마님 » 이란 뜻으로 쓰였습니다.

여기서 유래한 불어 dame 도 따라서 « 신분이 높은 귀부인 » 을 뜻했습니다. 이 때 나이나 결혼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죠. 예를 들어 프랑쓰의 공주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dame 이라 불렸지, 결코 demoiselle 이라 불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demoiselledemoiselle 대로,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 소귀족 부인 » 을 뜻했던 말입니다. 즉, 아무리 결혼을 했고 나이가 많더라도, 신분이 높은 귀족의 부인이나 딸이 아니면 demoiselle 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현대로 오면서 dame 은 « 기혼 여성 », demoiselle 은 « 미혼 여성 » 을 일컫게 되었습니다.

demoiselle 이라는 말도 사실은 dame 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원래 단어는 damoiselle 이었으며, 또한 남성형 damoiseau « 도련님 » 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damoiseau 는 사실상 쓰이지 않으며, demoiselle 도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는 편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과는 다르게 프랑쓰의 이삼십대 여자들은 mademoiselle 이라고 불리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어리게 본다고 기분 나빠하거나, 남자들이 딴 생각을 품고 하는 얘기 아닌가 경계심을 갖지요. 프랑쓰에서 특별히 어린 여자애들이 아니라면 mademoiselle 보다 차라리 madame 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난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madame, mademoisellema 는 소유격 « 나의 » 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에는 이 부분을 바꿔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모든 변화형이 가능하지만 특히 « 우리들의 부인 » 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notre dame 이라고 해야하겠지요. notre dame 이란 다름아닌 « 성모 마리아 » 를 칭합니다. 이 칭호는 기도 등에서 자주 쓰이고, 또 성모에게 바쳐진 교회의 이름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빠리의 주교좌 교회가 바로 Notre Dame 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에도 사실 Notre Dame 이라는 이름의 성당은 크고 작은 것이 도처에 있습니다. 따라서 빠리의 주교좌 성당을 가리킬 때는 항상 Notre Dame de Paris 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노트르 담 드 빠리의 남쪽면


반면, 이딸리아어에서는 « 성모 » 를 가리킬 때 우리의 부인이라 하지 않고, 나의 부인이라 합니다. 그래서 madonna 라는 말을 쓰지요. 이 때 donna 역시 domina 가 변천하여 생긴 말로 madonnamadame 은 결국 같은 구조와 어원을 가지며, 뜻도 비슷합니다. madonna 도 역시 옛날에 귀족 부인에 대한 경칭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madonna Lisa). 여기에 « 성모 » 라는 뜻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는 점이 불어와 다를 뿐이지요. 이 madonna 라는 이딸리아어를 그대로 불어에 수입하여 madone 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딸리아어에서 madonna 는 « 성모 » 를 가리키는데 비하여, 불어의 madone 은 « 성모상, 성모를 나타내고 있는 그림 » 을 말합니다.

Madone

samedi 7 novembre 2009

담놀이 (Jeu de dames)

장기와 비슷한 놀이로 프랑쓰에서 즐기는 담 (dames) 이라는 놀이가 있습니다. 담놀이판은 장기판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는데, 64 꽁빠르띠멍 대신 정확하게 100 개의 꽁빠르띠멍으로 나뉘어진 점 만이 다릅니다. 담은 장기와 비슷한 듯 하지만 동시에 매우 다릅니다. 말이 움직이는 규칙은 일단 장기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여기서는 장기처럼 말마다 이름과 성격, 움직이는 노선이 정해져있지 않고, 스무 개의 말들이 모두 같은 모양으로 생겼으며, 같은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장기보다 훨씬 단순해 보이는 이 놀이도 막상 시작해 보면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을 헤쳐 나와야 합니다.

담놀이에 사용되는 말들은 동전처럼 생긴 동글납작한 원형으로써, 이 말들이 상대방 진영의 끝 줄까지 건너가서 닿으면 한낱 말 (pion) 에서 담 (dame = 왕비, 여왕, 부인) 으로 승격을 합니다. 담이 되면 다른 말과 구별하기 위해서 말을 하나 포개어 얹습니다. 그리고 사방팔방 마음껏 뛰어 다닐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지요. 그 때문에 바로 담이라는 이름을 주게 된 것 같습니다. 장기에서도 왕비는 매우 자유롭게 움직이는 말이기 때문이지요. 장기에서도 왕비를 잃는 것은 왕에게 치명적인데, 담놀이에서도 적에게 담을 하나 허락하고 나면, 사실 이기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담놀이에 사용되는 판은 damier 라고 합니다. 그런데 뜻이 발전하여 오늘날 damier 라고 하면 두가지 색의 네모가 교대되는 무늬를 칭합니다. 사실 장기판도 마찬가지 무늬이기 때문에 에쉬끼에 무늬라고 해도 될텐데, 이렇게 말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다미에 무늬로 유명한 루이 뷔똥의 가방

mardi 3 novembre 2009

échec « 장기 » 또는 « 실패 »

« 장기 놀이 » 를 불어로 échecs (échec 의 복수) 이라 합니다. 이 단어는 뻬르쓰어 shah 가 변하여 된 것인데, « 왕 »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매우 오래된 놀이인 장기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인도나 중국 쪽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는데, 600년 경에는 뻬르쓰 (Perse) 에 이 놀이가 널리 퍼져있었답니다. 그리고 아랍 문화권과 에스빠냐를 거쳐 1000년 경에 유럽에 도입되었습니다. 뻬르쓰에서는 이 놀이의 가장 마지막에 더이상 왕이 꼼짝 못하게 되면, Shah mat 이라고 외쳤는데, 이것은 « 왕이 죽었다 » 는 뜻입니다. 현대 불어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왕을 꼼짝 못하게 하는 수를 두면서 Échec et mat 이라고 외칩니다.

여기서부터 « 실패 » 라는 뜻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다양한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 échec 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놀이에서 비롯되었으며, 애초에는 왕이라는 뜻이었다니, 정말 재미있지요 ?

한편 « 실패하다 » 라는 동사는 échouer 라고 하는데, échec 과 당연히 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의외로 이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échouer 의 원래 의미는 « (배가) 좌초하다, (배 밑이) 땅에 닿다 » 라는 의미로서, 아마도 échoir « 떨어지다 » 와 상관있어 보입니다. 배가 물 위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땅에 닿아있으니, 여기서 실패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난 것입니다.

요약하면 échec 이라고 단수로 쓰면 실패라는 뜻이거나 아니면 장기에서 왕을 지게 하는 결정적인 수를 가리킵니다. 반면 놀이 자체를 뜻하기 위해서는 échecs 이라고 복수를 사용합니다. 이 복수 형태가 영국으로 건너가서 chess 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참고로 « 장기판 » 은 불어로 échiquier 라 합니다. 장기판은 담놀이판 (damier) 과는 다르게 64개의 꽁빠르띠멍으로 나뉘어져 있지요.

장기판이 새겨진 놀이용 탁자
졍-엉리 리즈네르 (Jean-Henri Riesener) 가 만든 것으로 추정됨 (1785)
빠리, 꺄르나발레 박물관
루이 16세기 떵쁠에 갇혀있는 동안 사용했던 장기말들
빠리, 꺄르나발레 박물관
옛날에 장기를 두던 모습
하이델베르크 대학, 마네쓰 필사본 (Codex Manesse, 14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