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삐앙들은 아크로님이나 빨랑드롬, 리뽀그람 (=글자 생략), 뻥그람 등 기존의 말장난들을 마음껏 활용하였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자기들이 직접 새로운 말장난을 고안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 하나로 공기 제거라는 것이 있습니다. « 공기 제거 » 는 anaérobie 의 정확한 해석은 아닌데, 마땅한 말이 없어서 제가 그냥 그렇게 번역한 말입니다. anaérobie 의 정확한 뜻은 « 공기나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달할 수 있는 » 이며,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입니다. 주로 미생물 따위에 관해 말해지는 전문적인 용어라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불어에서 공기를 뜻하는 단어 air 는 글자 R 와 발음이 같습니다. 따라서 문맥을 모른 채 « [에르] 가 없다 » 는 말을 들으면, 산소가 모자란다는 뜻인지, 글자 R 가 빠졌다는 뜻인지 혼돈이 올 수 있지요. 이 점을 이용하여, 수학자-물리학자-작가-울리뽀 회원이었던 뤽 에띠엔 (Luc Étienne, 1908-1984) 은 아나에로비, 즉 « 에르 (air) 제거 또는 에르 (R) 제거 » 라는 구속을 만들었습니다. 이 구속에 따르면 문장을 짓되, 에르, 즉 글자 R 를 모두 빼어도 의미가 통하는 문장을 써야 합니다. 예 :
Cette rosse amorale a fait crouler le parterre. (저 무도덕한 사람이 관중을 완전히 정복했다)
이 문장에서 R 를 모두 빼면 다음의 문장이 됩니다 :
Cet os à moelle a fait couler le pâté. (저 뼈 때문에 고기 반죽에서 물이 흘렀다)
글자로 쓰여진 것만 보면, R 외에 다른 글자들도 빠졌고 (cette/cet), 또는 새로운 글자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amorale/à moelle), 아나에로비는 표기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의 문제입니다. 발음을 해보면, 오로지 R 만 빠져나갔음이 확인됩니다. 반면, couler 에는 여전히 R 가 붙어 있는데, 이 역시 crouler 건 couler 건, 마지막 R 는 어차피 묵음이기 때문에, 발음상으로는 R 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서 얻어진 새로운 문장을 첫 문장의 아나에로비라고 부릅니다. 또는 그 역도 가능합니다. 즉 R 가 없던 문장에 R 를 잔뜩 집어 넣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죠. 이 작업은 aération, 즉 « 환기 » 라고 부릅니다.
한편 아나에로비에는 몇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공기를 제거하는 대신, 날개를 잘라내거나, 차를 금지시킬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날개 (aile) 를 잘라낸다는 것은 글자 L [엘] 을 빼는 행위이며, 차 (thé) 를 못마시게 하는 것은 글자 T [떼] 를 지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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