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이지만, 프랑쓰에서는 간혹 길거리에서 바르바리 오르간을 볼 수 있습니다. 바르바리 오르간은 특별한 종류의 이동식 오르간으로, 나무 상자에 손잡이가 하나 달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크기는 어깨에 멜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피아노만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대개 알록달록, 어찌보면 유치하고 촌스런 그림으로 치장된 바르바리 오르간은 겉으로 볼 때는 건반도 없고, 관도 없기 때문에 과연 오르간이라 부르는 것이 적당한지 의심이 되지만, 사실은 상자 안에 일련의 관이 숨겨 있고, 여기에 바람을 통과시켜 소리를 내게 하는, 즉 오르간과 같은 원리에 의한 악기가 맞습니다. 하지만 건반은 정말 없으며, 대신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리면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반드시 바르바리 오르간 전용 특수 악보가 있어야 합니다. 특수 악보란, 음표가 그려진 악보가 아니라, 다양한 모양의 구멍이 빼곡히 뚫려진 두꺼운 종이 (carton perforé) 로서, 이것을 오르간의 정해진 틈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구멍의 위치와 길이에 따라 다양한 음이 산출되게끔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사 음악을 외우고 있다 해도, 이 악보가 없으면 바르바리 오르간은 연주할 수 없으며, 원하는 곡 마다 일일이 따로, 구멍을 뚫은 개별 악보를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물론 오르간을 만든 업체에서 악보도 만들어 함께 팝니다. 그 중 한 업체의 싸이트에 가서 재밌는 사진들도 보시고 악기의 소리도 직접 들어보세요.
그 어떤 음악적 기량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옛부터 바르바리 오르간은 매우 대중적인 악기였습니다. 유랑 가수와 거리의 악사들이 시장터나 관광지 등에서 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 끼니를 벌곤 했지요. 지금도 일종의 민속 풍경으로서 조금 남아 있긴 하나, 점점 보기가 힘들어집니다.
악기의 이름은 이 악기의 발명가 죠반니 바르베리 (Giovanni Barberi) 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마도 이 특이한 악기가 « 낯선 이국 » (= barbarie) 으로부터 왔으리라는 생각과 발명가의 이름이 겹쳐지면서, 혼동이 생긴 것 같습니다. 바르바리 오르간은 사실 이국에서 온 것이 맞긴 하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딸리아 모데나 (Modena = Modène) 에서 18세기 초에 발명되었습니다. 그 후 이딸리아 보다도 유난히 프랑쓰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프랑쓰에서는 특히 Limonaire 라는 상표가 바르바리 오르간을 만드는 대표적인 업체로 유명해지면서 limonaire 라는 단어도 생겨났습니다. 엄격히 따지면 리모네르는 보다 큰 규모의 바르바리 오르간이라고 하는데, 일상 용어에서는 사실 두 명칭이 동의어로 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Barbarie 는 철자가 변하면서까지도 고유명사라는 생각이 뚜렷하여 대문자로 남은데 비하여, limonaire 는 상표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일반명사화되어 소문자로 쓰입니다.
Inscription à :
Publier les commentaires (Atom)
Aucun commentaire:
Enregistrer un comment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