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프랑쓰 사람들은 생일 외에 축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쓰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은 아니고, 국적에 상관없이 천주교 신자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기에게 이름을 준 성인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프랑쓰나 이딸리아처럼 꺄똘릭 교회의 전통이 강한 나라들에서는 설사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라도 축일이라는 문화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프랑쓰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달력과 수첩 따위에는 매일매일이 어느 성인의 축일인지가 명시되어 있고, 라디오와 텔레비젼에서도 그날 또는 다음날 축하해야할 성인이 누구인지를 꼬박꼬박 방송하지요 (주로 뉴쓰나 일기예보 시간에). 예를 들어, 오늘 (7월 18일) 은 성 프레데릭의 축일 (la saint-Frédéric) 이군요. 가족이나 친구, 동료 중에 프레데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오늘 그의 축일을 축하해 줘야 합니다. 축하는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 Bonne fête ! » 이라고 얘기해 주는 거지요. 아주 친한 사람들끼리나 종교적인 열성이 강한 가정에서는 작은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말로 축하해 주는 수준에서 끝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은 종교가 다르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로 거부감없이 행해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몇몇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랑쓰에서는 여전히 한 해의 여러 중요한 날들을 숫자로 보다 성인의 축일로 말하는 습관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해나는 여름 (올해만 빼고^^) 이 왔음을 말하기 위해서는 굳이 6월 24일이라는 무미건조한 숫자보다는 la saint-Jean (성 졍의 축일) 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지요. 또 la Toussaint (모든 성인의 날) 이라고 하면, 반드시 날짜 (11월 1일) 를 밝히지 않아도 가을이 깊었음을 의미하고, la saint-Sylvestre (성 씰베스트르의 축일 = 12월 31일) 라는 말을 들으면, 에이구, 1년이 또 벌써 다 갔구나 하고 서글퍼들 하지요. ^^
문법적인 설명을 약간 덧붙이자면, 축일을 표현할 때는, 위의 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성인의 이름 앞에 여성 정관사 la 를 덧붙입니다. 뒤에 오는 성인의 이름이 남자 이름이건 여자 이름이건 상관없이 la 를 쓰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la fête de... 의 약자이기 때문이지요. 즉, la saint-Frédéric = la fête du saint Frédéric ;
la sainte-Charlotte = la fête de la sainte Charlotte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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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aires:
정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프랑스가 가톨릭 국가가 맞구나 싶어. 내 본명 축일은 7월 5일일거야. 엘리자베스라고.
나랑 띠동갑의 사촌여동생도 같은 7월생이라 같은 성인의 이름을 따라 엘리자베스로 불려. 걘 미국에 시민으로 사니까, 일상에서도 그게 자기 이름이 되었고.
넌 가브리엘 대천사였나? 아님 프란치스코였나?
참,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이제 성당엘 가지 않는데, 그런 풍습이랑 축일은 남은 걸 보면, 습관이나 전통은 참 오래가는것 같아.
누나 답글 보고 지금 찾아 보았더니, 7월 4일에 엘리자벳이라는 성인이 있네요. 그런데 성서에 나오는 그 유명한 엘리자벳이 아닌가봐요 ? 워낙 같은 이름이 많으니... 전 미꺄엘. 가브리엘은 제 친구 준호고, 프란치스코는 제 동생. 누나가 어찌 제 주변 사람들 이름을 다 알고 있는 건가요 ? 제 본명만 쏙 빼고. ^^ 그나저나, 누나는 그러면 7월에 축하할 일이 이틀이나 있었던 거구나. 뒤늦었지만 축일하고 생일 축하해요.
역시 성당 안 다니는 티가 나네. 내 축일도 틀리고~ 미카엘도 천사였지? 네 본명의 성인이 천사였던 것 같아서. 그리고, 프란치스코는 네가 아주 좋아했던 성인이라서 종종 얘기 했던 것 같아서, 혹시 이거였나 싶고. 근데, 다 틀렸다. ^ ^
엄마 왔을 때, 동네 아침 미사도 가고 그랬거든. 오랜만에 가니까 좋더라. 이 동네에선 평일 아침 미사는 일종의 샤뻴같은 작은 성당에서 드리고, 분위기도 화기애애. 물론 거의 다 노친네지만~ 하루는 미사 끝에 생일 축하노래도 불러주고 하는 분위기. 할머니들의 조용한 친교의 공간인 것 같았어. 근데, 강론도 매일 하시던데, 좋더라. 하루의 주제는 예수의 상처를 만져본 의심많은 도마가 아니라, 다른 식으로 해석하신게 참 인상이 깊었어. 상처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식의 놀라운 기적이 아니라, 상처가 이세상에 남아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징표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꿈보다 해몽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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