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anche 30 décembre 2007

성탄절 할아버지 (Père Noël)

우리나라에서는 성탄절날 선물을 가져다 주는 할아버지를 싼타 클로쓰라고 부르지만 불어로는 Père Noël 이라 합니다. père 는 물론 « 아버지 » 라는 뜻이지만, 이 때는 친아버지가 아니라, 그저 « 아버지뻘 되는 사람,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노인 » 등의 뜻입니다. 예를 들어 발작의 소설 Père Goriot 는 우리말로 « 고리오 영감 » 이라 번역하지요. 이것은 mère 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어에는 « 친어머니 » 라는 뜻 외에도 « 동네 아줌마, 할멈, 어멈 » 등의 뜻이 있습니다. 뻬로의 동화집 Contes de ma mère l'oye 를 « 엄마 거위의 이야기 » 라고 번역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 거위 아줌마의 이야기 » 가 보다 올바른 해석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자주 Père NoëlPapa Noël 이라고 부릅니다. papa 는 물론 père 의 애칭. 우리나라에서는 « 크리스마쓰 » 에 « 싼타 클로쓰 » 로부터 선물을 받으며 « 징글벨 » 을 부르지만, 프랑쓰에서는 Petit Papa Noël 이라는 노래가 대표적인 성탄절 노래입니다. 여기서 petit 는 뻬르 노엘의 키가 작아서가 아니라, 역시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한 표현일 뿐.

한편 Santa Claus 라는 이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Saint Nicolas 의 이름이 변형된 것입니다. 19세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싼타 클로쓰라는 인물은 사실 유럽에서 오래동안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으로 숭배되었던 성 니꼴라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성 니꼴라의 축일날 (12월 6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성 니꼴라로 분장한 사람이 어린이들에게 사탕, 과자, 선물을 나눠 주는 풍습이 있었고, 지금도 드물게 행해집니다. 성 니꼴라는 프랑쓰에서는 특히 북부와 동부 지방에서 인기있는 성인인데, 특히 11세기에, 로렌 (Lorraine) 지방의 작은 도시 쌍-니꼴라-뒤-뽀르 (Saint-Nicolas-du-Port) 의 바질릭에 그의 유해 일부가 안치된 후, 로렌의 수호 성인으로 선포되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이 지역에서, 그리고 그 옆 지방인 알자쓰 (Alsace) 에서 성 니꼴라를 기념하는 풍습이 매우 크게 발전했지요.

성 니꼴라를 따라 다니는 채찍 영감 (Père Fouettard) 이라는 인물도 로렌의 수도인 메쓰 (Metz) 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습니다. 빨간 외투를 입은 성 니꼴라가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동안, 검은 옷을 입은 채찍 영감은 나쁜 아이들에게 채찍질 (fouet) 을 했다고 합니다. 또는 실제로 채찍을 휘두르지는 않더라도, 과자 대신 회초리나 몽둥이를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프랑쓰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겁을 줄 때, 너 말 안들으면 채찍 영감한테 벌받는다라고 위협하지요.^^

따라서 비교적 최근 (육칠십년대) 까지도 프랑쓰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명절은 성탄절이 아니라 성 니꼴라의 축일이었다고 합니다. 성탄절에 어른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은 있었지만, 성탄절이 특별히 어린이를 위한 명절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미국으로부터 건너온 싼타 클로쓰 문화가 점차 퍼지면서 성 니꼴라의 전통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고, 오늘날 프랑쓰의 어린이들은 일년 내내 뻬르 노엘만을 기다리며 삽니다. 불쌍한 것들, 쯧쯧...

vendredi 28 décembre 2007

성탄절 (Noël)

« 성탄절 » 을 불어로는 Noël 이라 합니다. 이 단어는 라띠나어 natalis (출생, 탄생) 로부터 유래했습니다.

NoëlPâques 와 마찬가지로 거의 고유명사 취급을 받습니다. 따라서 항상 첫자를 대문자로 쓰고, 관사가 붙는 일이 드뭅니다. 관사를 붙여야 할 때는 남성단수에 맞춥니다 : le Noël de cette année-là (그 해의 성탄절). 하지만 종종 la Noël 이란 표현도 보고 듣게 되는데, 이것은 성인 축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미 설명했듯이, la fête de... 의 줄임말이기 때문입니다 : la Noël = la fête de Noël.

Noël 은 역시 Pascal 과 마찬가지로 매우 흔한 사람 이름 (prénom) 이기도 합니다. 여성형은 Noëlle. 또 매우 흔한 프랑쓰 여자 이름 Nathalie (또는 Natalie 및 여러 변형들) 역시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어로 성탄절 인사는 joyeux Noël 또는 bon Noël 이라고 하면 됩니다. 간단하지요 ? 또는 joyeuses fêtes 이라고도 많이들 합니다. 이것은 성탄절 뿐 아니라 망년회, 새해 축하연 등 연말연시에 일어나는 많은 잔치들을 다 포함하는 인사입니다 (따라서 복수). 이미 성탄절이 지났으므로, joyeux Noël 이란 인사는 이제 못하지만, joyeuses fêtes, bonne fêtes 은 요즘 어딜가나 자주 주고받게 되는 인사입니다.

lundi 24 décembre 2007

성탄 전야 (réveillon)

성탄절 하루 전날 밤을 불어로는 réveillon 이라 합니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기 때문이지요 (réveiller = « 잠에서 깨우다 »). 이 말은 특히 성탄 전야에 행해지는 식사를 뜻하기도 합니다. 레베이용은 대개 보통 저녁 식사보다 조금 느지막히 시작하여 자정 무렵, 또는 그 너머까지 가는 매우 길고 푸짐한 식사입니다. 이 때 프랑쓰 사람들은 정말 엄청난 양의 음식을, 그것도 매우 기름진 음식을 먹어 치웁니다.

프랑쓰의 성탄 전야 식사에 주로 등장하는 음식들 :

  • 굴, 바닷가재류 (homard, langouste, langoustine), 쌍-쟉 조개 (coquille saint-Jacques)
  • 훈제 연어, 달팽이, 철갑상어의 알 (caviar), 거위나 오리의 기름진 간 (foie gras)
  • 밤으로 속을 채운 칠면조
  • 나무 장작 모양으로 만든 과자 (bûche), 설탕에 절인 밤 (marron glacé), 쵸콜렛
  • 셩빠뉴

물론 가정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전통이 다르지요. 프로벙쓰식 레베이용은 엉트레와 본요리로 생야채와 물고기를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대신 후식을 열 세 가지 먹습니다. 그 수가 13인 이유는 예수와 그의 열두 사도에 대한 암시인데, 정확한 목록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개는 견과, 생과일, 약간의 사탕 종류와 약간의 빵, 과자 등으로서 생각만큼 그렇게 무거운 후식은 아닙니다. 그리고 열 세 가지 후식이 차례차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뷔페 식으로 한꺼번에 내놓기 때문에 조금씩 두루 맛만 보면 됩니다.

사실 프로벙쓰의 열 세 가지 후식이 뷔슈보다 훨씬 간소하고 깔끔합니다. 뷔슈는 설탕으로 둥글고 길죽하게 빚은, 장작 모양 빵에 크림과 버터로 떡칠을 한 과자로, 느끼하고 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많은 프랑쓰 사람들이 뷔슈를 성탄절 후식으로 꼭 챙기기는 하지만, 실제로 뷔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일년에 오로지 딱 한 번만 먹나 봅니다.^^ 그리고 요즘은 점점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뷔슈 (bûche glacée) 를 더 많이들 먹습니다.

bûche traditionnelle et bûche glacée


레베이용이 끝나고 나면 가족이 다 같이 자정 미사에 가는 것이 옛날의 관습이었는데, 요즘은 독실한 사람들 말고는 잔치를 계속합니다. 또 어떤 가정들에서는 자정에 먹는 것을 멈춘 후 미사에 갔다 와서 다시 계속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로 이 때 선물을 주고 받지요 (어린이들은 다음날 아침에). 아무튼 성탄절은 프랑쓰에서 가장 중요하고 제일가는 전통 명절로서, 모든 가족이 다 모여서 함께 축하하고 행복해 하는 순간입니다. 가족 없는 사람들만 불쌍한 거지요... En tout cas, joyeux Noël !

dimanche 23 décembre 2007

프랑쓰의 식사 (repas)

어제도 잠시 보았지만, 프랑쓰의 한 끼 식사는 주로 엉트레 (entrée), 본요리 (plat principal ou plat de résistance), 후식 (dessert), 이렇게 삼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본요리와 후식 사이에 치즈 (fromage) 를 먹는 일이 잦습니다.

보다 큰 식사일 때는 엉트레 앞에 오르-되브르 (hors-d'œuvre) 를 먹기도 합니다. hors-d'œuvre 라는 말은 hors de (-의 바깥에) + œuvre (작품, 작업) 으로 구성된 말로, 결국 진짜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맛보기로 먹는 간단한 음식들을 칭합니다.

때로는 오르-되브르에 앞서 아뮈즈-괼 (amuse-gueule) 을 먹기도 합니다. 아뮈즈-괼은 한입에 낼름 먹을 수 있도록 작게 만든 일종의 안주거리들입니다. 따라서 주로 아뻬리띠프 (식전에 마시는 술) 와 함께 먹습니다. amuse-gueuleamuser (즐겁게하다, 기쁘게 해주다) 와 gueule (아가리, 주둥이, 낯짝) 로 구성된 단어로, 말그대로 « 주둥이를 즐겁게 해 주는 음식 » 인 것이지요. gueule 이라는 단어가 욕설적인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요즘은 amuse-bouche 라는 말도 종종 쓰입니다 (bouche = « 입 »).

사실 이제는 아뮈즈-괼과 오르-되브르, 엉트레 사이에 명백한 차이가 없습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양과 대접하는 방식에 따라, 셋 중 아무 역할이라도 할 수 있지요. 굳이 구별하자면 아뮈즈-괼과 오르-되브르는 주로 이미 만들어진 찬 음식 (예를 들면 햄 종류) 을 조금씩 내놓는 것이고, 엉트레는 찰 수도 있고 더울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준비와 노력을 들여 조리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아뻬리띠프 (apéritif) 는 입맛을 열어 준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불립니다 (apéritif = « 여는 »). 대부분 달콤한 맛의 술들로서, 실제로 입맛을 돋궈 준다기 보다는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심심하니까 마시는 술입니다.

그런가하면 식사가 완전히 끝나고 나면, 즉 후식을 먹고 커피까지 다 마시고 난 다음에는 디제스띠프 (digestif) 를 마십니다. 이것은 소화를 도와준다고 믿어지는 술들인데, 역시 실제로는 소화 기능과 별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알콜은 위장의 벽을 조금 확장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음식을 잔뜩 먹었을 때 디제스띠프를 마시면 약간 편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요. 디제스띠프들은 주로 독한 술들입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디제스띠프에 사용되는 술을 식사 중간에 마시는 일도 있습니다. 이 때는 같은 술이라도 trou normand (노르멍디의 구멍) 이라고 불립니다. 그 이유는 이 목적으로 사용되는 술이 주로 꺌바도쓰 (calvados = 노르멍디의 꺌바도쓰에서 나는 전통 사과주) 이기 때문이며, 이 술을 마심으로써, 한창이던 식사 중간에 공백 (trou) 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트루 노르멍은 매우 크고 푸짐한 식사 때에 주로 행해집니다.

요약하면,
  1. 아뻬리띠프 + 아뮈즈-괼
  2. 오르-되브르
  3. 엉트레
  4. 본요리 (본요리가 여러 개일 때는 중간에, 또는 엉트레와 본요리 사이에, 트루 노르멍)
  5. 치즈
  6. 후식
  7. 커피
  8. 디제스띠프.

물론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치는 식사는 극히 드뭅니다. 주로 성탄절 전야와 새해 전야 식사 때에 이렇게, 또는 이 이상으로 먹지요. 그리고 당연히 지역마다 가정마다 다른 관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벙쓰의 성탄절 식사 때는 열 세 가지 후식을 먹는 것이 전통입니다.

samedi 22 décembre 2007

므뉘 (menu)

저에게는 백만 개의 므뉘 (1 000 000 de menus, Octopus, 2004) 라는 요리책이 있습니다. 울리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이 책은 끄노의 백조 편의 시와 똑같은 원칙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즉 이 책의 모든 페이지는 전채 (entrée), 본요리 (plat), 후식 (dessert) 으로 삼등분 되어 각 부분을 독립적으로 넘길 수 있으며, 매번 100가지 씩의 요리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서로 다르게 조합하면, 100의 3승, 즉 백만 가지의 서로 다른 므뉘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지요.

menu 란 바로 이렇게 « 한 끼의 식사를 구성하는 여러 음식의 조합 » 을 뜻하는 말입니다. « 한 식당에서 파는 모든 음식의 이름과 값을 적은 표 » 라는 뜻도 사전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현대 불어에서 menu 를 이런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는 없거나 드뭅니다. 이럴 때 보다 적당한 말은 carte 이지요. 프랑쓰 식당에서 menu 라고 하면 식당 측에서 일정한 가격에 맞춰 미리 짜놓은 식사 프로그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au menu 로 먹으면 훨씬 선택의 폭이 좁지요. 반대로 à la carte 라고 하면 꺄르뜨에 제시되어 있는 음식들 모두 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선택해서 먹는 방식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알 라 꺄르뜨로 먹는 것이 오 므뉘로 먹는 것보다 값이 많이 나오지요.

menu(e) 는 사실은 형용사로 « 작은, 잘게 쪼개진, 또는 자세한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사의 구성을 뜻하는 menumenu détail, 즉 « 자세한 세부 사항 » 이라는 표현이 줄어들면서 명사화된 단어입니다.

여기서 비롯된 menuiser 라는 동사도 있습니다. 이 말은 즉 « 잘게 자르다 », 특히 « 나무를 토막내다 » 라는 뜻인데, 현대 불어에서는 사실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이 동사에서 파생된 menuiserie 라는 말은 매우 자주 쓰입니다 :
« 목공업, 목공 기술, 가구 제조, 가구 공장... » 그리고 « 목공, 목수, 가구 제조업자 » 는 menuisier, -ière 라고 합니다.

한편 menu 에 축소접미사 -et 를 붙인 menuet 는 루이 14세 시대에 프랑쓰 궁정에서 유행했던 춤으로, 작은 발걸음으로 추는 춤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므뉘에는 또한 이 춤을 반주하던 삼박자 풍의 음악을 뜻하기도 하는데, 훗날 춤하고는 상관없는 독립적인 음악 형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jeudi 20 décembre 2007

백조 편의 시 (CMMP)

그동안 보아온 울리뽀의 몇가지 구속과 놀이들 (쏠리씨뛰드, 마튜스의 알고리틈, 문체 연습, 바오밥, 아나에로비, 아크로님, 빨랑드롬, 리뽀그람, 뻥그람, 에떼로그람, 등등) 의 첫시작은 바로 레몽 끄노백조 편의 시 (Cent mille milliards de poèmes, 약칭 CMMP) 였습니다. 1961년, 즉 울리뽀의 창시 후 1년 뒤에 발간된, 울리뽀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시집에서 끄노는 독자 스스로 백조 (100 000 000 000 000) 편의 쏘네를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쏘네 (sonnet) 란 간단히 말해, 14행으로 구성된 시인데, CMMP 에서 끄노는 각 행 당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열 개의 선택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10의 14승, 즉 백조 편의 서로 다른 시를 조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이 책은 열 네 개의 띠로 잘라진 특이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이 띠들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독자는 매번 조금씩, 또는 완전히 다른 시를 읽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조합을 이루든 간에 의미가 통하고 문법에 맞는 쏘네가 만들어지며, 운의 구조 역시 완벽하게 규칙에 들어 맞습니다.

Cent mille milliards de poèmes, de Raymond Queneau, Paris, Gallimard, 1961.

1961년 초판본 서문에서 끄노는 자신의 책을 스스로 « machine à fabriquer des poèmes (시를 만드는 기계) » 라고 칭했는데, 이제는 컴퓨터 덕분에 이 책은 실제로 기계화되었습니다. 즉 걀리마르사는 1999년에 이 책의 쎄데롬 판을 내었습니다. 열 네 줄로 잘린 종이 조각들을 가지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는 쎄데롬판은 훨씬 편리하고, 끌릭 한 번으로 재깍 새로운 시를 조합시켜 줌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백조 편의 시를 모두 읽기 위해서는 시간 절약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면 쏘네 한 편을 읽는데 대략 45초가 걸린다 치고, 종이 띠들을 넘기고 조합하는데 넉넉잡아 15초가 걸린다고 했을 때, 백조 편의 쏘네를 모두 읽기 위해서는 하루 24시간씩 일년 내내 읽는다고 해도 총 190 258 751 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리 쎄데롬을 이용한다고 해도 백조 편의 모든 조합을 다 읽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요.

울리뽀 회원들은 CMMP 의 규칙을 쏘네 외의 다른 형식의 시들과 다른 문학 졍르에 적용하기도 하였으며, 영국인 울리삐앙인 스땐리 찹만 (Stanley Chapman, 1925-) 은 끄노의 시집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하였습니다.

mercredi 19 décembre 2007

쏠리씨뛰드 (sollicitude)

프렁-노앙 (Franc-Nohain, 1872-1934) 은 라벨의 오뻬라, 에스빠냐의 시간 (L'Heure espagnole) 을 위한 대본을 제외하면, 오늘날 알려진 작품이 거의 없는 작가이지만, 쏠리씨뛰드라는 재밌는 졍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예 :

Appétit vigoureux, tempérament de fer,
Member languit, Member se meurt – ami si cher,
Qu’a Member ?

(입맛 좋고, 강철 같은 성격을 가진 멍베르가 기력을 잃고 죽어 간다 - 소중한 친구여, 도대체 멍베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

sollicitude (걱정, 염려, 배려) 란 위와 같이 (가상의) 친구의 안부를 걱정하는 내용을 가진 짤막한 시입니다. 여기에는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형식적 규칙이 있습니다. 우선 반드시 세 줄이어야 하며, 첫 두 줄은 12음절, 마지막 행은 3음절 싯구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행은 반드시 Qu'a 로 시작되어야 하며, 친구의 안부를 묻는 의문문인 동시에 어떤 일반 명사의 동음어여야 합니다. Qu'a Member ? 는 « 멍베르에게 무슨 일이 있나 ? » 라는 뜻의 문장이지만, 동시에 camembert, 즉 « 꺄멍베르 치즈 » 와 발음이 같습니다. 또한 운의 구조는 a a a 여야 합니다 (윗 시에서는 -er).

프렁-노앙의 또다른 쏠리씨뛰드 :

Je viens de rencontrer, allant je ne sais où,
Outchou, le professeur, qui courait comme un fou.
Qu’a Outchou ?

(방금 길을 가다가,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는 우츄 선생님을 만났다. 우츄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

역시 3 행이며, 첫 두 줄은 12음절, 마지막 행은 3음절로 이루어졌습니다. 마지막 행은 Qu'a 로 시작하며, 우츄를 걱정하는 의문문인 동시에, caoutchouc, 즉 « 고무 » 와 같은 발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의 구조는 역시 a a a (-ou).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재미있는 말장난은 울리뽀 회원들을 자극하였습니다. 특히 쟉 루보올리비에 쌀롱 (Olivier Salon, 1955-) 은 프렁-노앙의 규칙을 넘어서는 현대판 쏠리씨뛰드 (sollicitude moderne) 를 만들었습니다.
쟉 루보의 현대판 쏠리씨뛰드 하나 :

Ils sont des centaines de mille,
Lecteurs de Nothomb ou d’Angot.
Leurs romans, on en cause en ville,
Dans Le Monde ou Le Figaro.
Mais qui lit Mandjaro ?

(노똥이나 엉고의 독자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그녀들의 소설은 도시에서, 르 몽드피가로에서 언급된다. 하지만 누가 멍쟈로를 읽는단 말인가 ?)

이 쏠리씨뛰드는 보다시피 다섯줄이며, 첫 네 줄은 8음절 싯구입니다. 운의 구조 역시 a b a b b 로 더 다양해졌습니다 (-ille, -o). 마지막 줄의 음절수 역시 늘어났지만, 발음에 의한 말장난임은 여전합니다. qui lit Mandjaro ? = «누가 멍쟈로를 읽는가 ? » : Kilimandjaro = « 낄리멍쟈로 산맥 ».

올리비에 쌀롱이 지은 다음의 쏠리씨뛰드는 또 조금 다릅니다 :

Quel est donc ce nageur qui, après un plongeon,
A rejoint les saumons, les bars et les goujons
Dans les profondes eaux : l’océan d’Arpajon ?
Est-ce Turgeon ? Est-ce Padon ?

(잠수 끝에 연어와 농어와 모샘치를 만나러 아르빠죵 대양으로 간 수영 선수는 누구인가 ? 뛰르죵인가 ? 빠동인가 ?)

이건 네 줄로 구성되었으며, 첫 세 줄은 12음절, 마지막 행은 8음절입니다. 운의 구조는 a a a a (-on). 마지막 행은 두 개의 의문문인 동시에 각각 esturgeon (철갑상어) 과 espadon (황새치) 의 동음어입니다.

이런 식으로 보다 다양한 조합을 통해 울리뽀 회원들은 재미있는 현대판 쏠리씨뛰드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mardi 18 décembre 2007

마튜스의 알고리틈 (Algorithme de Mathews)

1971년 이후로 니끼 드 쌍-팔과 졍 땅글리의 이름은 분리시켜 생각하기 힘들지만, 땅글리를 만나기 전 쌍-팔은 아리 마튜스 또는 해리 매튜스 (Harry Mathews, 1930-) 와 결혼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작가 마튜스는 울리뽀의 회원으로 뽑힌 드문 외국인 중 한 명입니다. 비록 마르쎌 뒤셩이 생애 말기에 미국 국적을 얻기는 했지만, 사실상 프랑쓰인이었고, 그의 본질적인 작업이 문학 보다는 미술이었으므로, 마튜스는 실질적으로 최초의 미국인 울리삐앙 작가라 볼 수 있습니다.

마튜스는 울리뽀를 위해 몇가지 구속을 발명했는데, 그 중 재밌는 예 한가지는 마튜스의 알고리틈입니다. 이것은 가로로 쓰여진 일련의 단어들에 차례차례 글자전환을 가함으로써, 세로로 읽혀지는 새로운 단어들의 연속을 얻어내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단어들의 표가 있다고 칩시다 :

C I R E (밀랍)
M U R E (성숙한)
P A V E (도로 포장용 벽돌)
R A L E (불평)

첫번째 줄에는 왼쪽으로 영 번 회전하는 글자전환을 가합니다.
두번째 줄에는 왼쪽으로 한 번 회전하는 글자전환을 가합니다.
세번째 줄에는 왼쪽으로 두 번 회전하는 글자전환을 가합니다.
네번째 줄에는 왼쪽으로 세 번 회전하는 글자전환을 가합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새로운 표가 생깁니다.

C I R E
U R E M
V E P A
E R A L

이 새로운 표는 첫글자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터 시작하여 세로로 읽어야 합니다. 그러면 CUVE (통), RIRE (웃음), PARE (준비된), MALE (남자, 수컷의) 이라는 네 개의 새로운 단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극히 간단한 예이고, 실제로는 보다 복잡한 실현을 통해 다양한 어휘들을 얻어내게 되는 것이지요.

dimanche 16 décembre 2007

스트라빈스끼 광장 (Place Stravinsky)

죠르쥬-뽕삐두 쎈터 바로 옆에는 이고르-스트라빈스끼 광장 (Place Igor-Stravinksy) 이 있습니다. place 는 흔히 우리말로 « 광장 » 으로 번역하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빠리의 쁠라쓰들 대부분은 우리말의 광장이 뜻하는 것처럼 드넓고 탁 트인 공간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스트라빈스끼 광장도 우리말 광장만 생각하고 가보면 비교적 자그마한 장소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빠리의 쁠라쓰들 치고는 의외로 넓은 편이죠. 특히 차가 다닐 수 없어서 더욱 좋은.

스트라빈스끼 광장 1 번지에는 유명한 이르깜 (Ircam) 이 있습니다. Ircam 또는 IRCAM 은 Institut de Recherche et de Coordination Acoustique/Musique아크로님으로, 직역하면 « 음악과 음향의 연구와 조화를 위한 기관 » 이라는 뜻이지만, 한마디로 현대 음악 연구소입니다. 특히 컴퓨터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들과 음악의 관계에 촛점을 맞춘 연구 활동을 합니다. 이르깜은 뽕삐두 쎈터의 부속 기관이지만 독립적인 건물을 갖고 있습니다. 역시 렌쪼 삐아노와 리쳐드 로져쓰에 의해 건축된 이르깜 건물은 뽕삐두 쎈터 만큼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비슷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이르깜은 방문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안에 들어가봤자 별 볼 것은 없습니다. 도서실을 이용할 수도 있고, 이르깜에서 주최하는 강연이나 다른 여러 행사에 참가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문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스트라빈스끼 광장에서 이르깜보다는 그 앞에 펼쳐져 있는 스트라빈스끼 연못 (Fontaine Stravinksy) 을 더 좋아하지요. 졍 땅글리 (Jean Tinguely, 1925-1991) 의 움직이는 조각과 니끼 드 쌍-팔 (Niki de Saint-Phalle, 1930-2002) 의 화려한 색채가 재미난 조화를 이루는 이 연못은 특히 여름에 많은 관람객을 모읍니다. 두 예술가 부부는 이 연못의 실현을 위해 스트라빈스끼의 작품들, 특히 불새 (L'Oiseau de feu) 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높은 음자리표가 하나 있고, 화려한 빛깔의 새처럼 생긴 조각들이 보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아니면 제가 스트라빈스끼의 작품들을 너무 몰라서 뚜렷한 연관성이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반면 쌍-팔의 또다른 대작 따로의 정원과는 그 양식이 매우 닮았습니다.

스트라빈스끼 연못
뒤에 보이는 벽돌 건물이 이르깜


오른쪽 뒤에 보이는 교회는 성-메리 성당 (église de saint-Merri)
왼쪽 뒤는 썽트르 뽕삐두

vendredi 14 décembre 2007

썽트르 뽕삐두 (Centre Pompidou)

썽트르 뽕삐두는 빠리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문화 기관입니다. 석유 공장 같다는 평을 자주 듣는 이 유명한 건물 안에는 다양한 부속 기관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것은 국립 현대 미술관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이 미술관은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현대 미술관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뽕삐두 쎈터 안에는 상시 전시를 하는 대규모의 현대 미술관 외에도, 특정 주제나 한 예술가에 촛점을 맞춘 임시 전시회를 여는 작은 회랑도 여러개 있으며, 음악/음향 연구소 (Ircam), 영화관, 공연장, 강연장, 어린이용 시설, 책방, 식당 등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랑쓰에서는 극히 드문, 누구나 들어가서 마음대로 책을 꺼내 볼 수 있는 개가식 도서관이 있습니다 (게다가 밤 열 시까지 열려 있는 !!!).

뽕삐두 쎈터라는 이름은 그 기획자가 프랑쓰의 대통령이었던 죠르쥬 뽕삐두 (Georges Pompidou, 1911-1974) 였던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공식 명칭은 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Pompidou (죠르쥬-뽕삐두 국립 문화예술원) 이지만, 흔히 Centre Pompidou, 또는 Centre Georges-Pompidou 라고 줄여 부르며, 빠리에 사는 사람들은 자주 Centre Beaubourg, 또는 단지 Beaubourg 라고도 부릅니다. 보부르는 이 건물이 건립되기 이전부터 이 동네를 칭하던 명칭이었습니다.

빠리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간 (약 15 000 m²) 이 비어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70년대 이전에 보부르는 지저분한 폐허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1969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죠르쥬 뽕삐두는 이 버려진 장소에 그의 야망이었던 문화예술 쎈터를 지을 생각을 했습니다. 그 건물의 건축은 국제 경연을 통해서 뽑힌 렌쪼 삐아노 (Renzo Piano, 1937-) 와 리쳐드 로져쓰 (Richard Rogers, 1933-) 에게 맡겨졌습니다. 거의 700 여 개의 안건을 제치고 선택된 이 두 건축가의 공동 설계는 놀랍게도, 전통적으로 건물 내부에 숨기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바깥으로 드러냈습니다 (온갖 종류의 관, 전기/수도 시설, 철근, 공기배출구, 계단...). 하지만 건물 외향의 독창성보다 더 놀라운 점은 제공된 공간의 단지 절반 밖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오늘날 뽕삐두 쎈터 앞에는 보행자들만을 위한 드넓은 광장이 있습니다. 1977년 뽕삐두 쎈터가 문을 연 후로 이 광장은 많은 젊은이들과 관광객, 거리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뽕삐두 실내에서부터 내다본 광장의 모습

jeudi 13 décembre 2007

엉덩이가 뜨거워 (L. H. O. O. Q.)

때때로 현대 미술의 창시자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미술사에 큰 혁신을 가져온 마르쎌 뒤셩 (Marcel Duchamp, 1887-1968) 은 울리뽀 회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울리뽀의 다른 동료들, 즉 브라포르르 뗄리에 보다 훨씬 이전에 라 죠꽁드 (La Joconde) 를 풍자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1919년, 뒤셩은 엽서 만한 크기의 라 죠꽁드의 복제본에 수염을 그려 넣고, 그림 밑에는 L. H. O. O. Q. 라는 수수께끼 같은 제목을 달았습니다. 약자처럼 보이지만 약자가 아닌 이 글자들의 나열은 몬나 리자의 수수께끼 같은 미소에 대한 뒤셩 나름의 해답입니다. 즉, 뒤셩 생각에 그녀가 살며시 웃을듯 말듯 미소 짓는 이유는 엉덩이가 뜨겁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불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 불어권 사람들이라도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자칫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는 말장난입니다. L. H. O. O. Q 의 글자 이름들을 그대로 읽으면, [엘. 아슈. 오. 오. 뀌.] 가 되고, 이것은 마치 불어 문장 Elle a chaud au cul 를 발음한 것처럼 들립니다. 이 문장은 직역하면 « 그녀는 엉덩이가 뜨겁다 » 라는 뜻인데, 실제로 엉덩이 주변의 온도가 높아서 뜨겁다는 뜻이 아니라, 성적으로 흥분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그래도 라 죠꽁드가 레오나르 드 방씨의 분장이었다는 설이 있는데, 거기다가 수염을 그려서 남자처럼 만들고, 성적인 암시가 들어간 제목까지 덧붙이는 바람에, 이 그림은 많은 논쟁을 일으켰고, 오늘날 난무하는 수많은 라 죠꽁드 풍자화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뒤셩은 이 그림 (보다 정확히는 레디-메이드) 을 루이 아라공 (Louis Aragon) 에게 선물하였고, 아라공은 생애 말기에 이 작품을 프랑쓰 공산당에 기증하였습니다. 지금도 이 그림은 여전히 프랑쓰 공산당의 소유품이지만, 2005년부터 뽕삐두 쎈터 (Centre Pompidou) 에 99년간 빌려 주었다고 합니다.

L. H. O. O. Q. de Marcel Duchamp (1919)

mercredi 12 décembre 2007

라 죠꽁드를 위한 므뉘에 (Menuet pour la Joconde)

르 뗄리에 보다 훨씬 이전에 라 죠꽁드에 관심을 가졌던 또다른 울리삐앙이 있습니다. 뽈 브라포르 (Paul Braffort, 1923-) 는 아마도 울리뽀 회원 중 가장 다방면에서 활동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는 수학자이자 과학자, 컴퓨터 기술자, 작가, 시인, 화가, 그리고 작곡가 (노래, 영화음악, 오뻬라...) 입니다. 그는 또한 울리뽀의 자매 운동인 알라모 (ALAMO) 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1981년, 쟉 루보와 함께). 알라모는 울리뽀와 비슷한 활동을 하지만, 컴퓨터와 문학의 관계에 집중하는 모임입니다. ALAMOAtelier de Littérature Assistée par la Mathématique et les Ordinateurs = « 수학과 컴퓨터에 의한 문학 연습실 » 의 아크로님.

1958년에 브라포르는 라 죠꽁드를 위한 므뉘에 (Menuet pour la Joconde) 라는 짤막한 노래를 지었습니다. 이 노래는 그가 훗날 울리뽀를 위해 발명하게될, 복잡한 수열에 의한 문학과는 달리, 그저 -onde 라는 운을 이용한 재미있는 시에, 므뉘에 풍의 리듬을 붙인 간단한 노래입니다. 몬나 리자를 « 넘 안 예쁜 아줌마 »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대꾸라도 하듯 (voir ce commentaire), 이 노래의 2 절에서 라 죠꽁드는 J'suis pas trop immonde « 나는 그렇게 추하지는 않아 » 라고 외칩니다.^^

이 노래는 프랑쓰의 몇몇 « 지성 » (?) 가수들에 의해 여러번 불려졌습니다. 브라포르의 싸이트에 가면 (cliquer sur Autres chansons, puis Les Jocondes) 이 노래의 여러 녹음을 듣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음악과 녹음 및 저술 등도).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베르씨옹은 당연히 바르바라가 부른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대중 앞에서 녹음한 것.

뽈 브라포르의 라 죠꽁드를 위한 므뉘에 악보
(Partition du Menuet pour la Joconde, de Paul Braffort, 1958)

mardi 11 décembre 2007

라 죠꽁드 (La Joconde)

끄노가 바흐에게 영감을 받아 문체 연습을 지었다면, 르 뗄리에는 끄노의 문체 연습에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두 편의 라 죠꽁드 연작을 썼습니다.

라 죠꽁드는 레오나르 드 방씨 (Léonard de Vinci, 1452-1519) 가 그린, 정의 내리기 힘든 미소 (sourire indéfinissable) 로 유명한 초상화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무턱대고 영어를 따라 모나 리자 라고 부르지만,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La Joconde (이딸리아어로는 La Gioconda) 입니다. Monna Lisa 라는 별칭은 뒤늦게 리자 델 죠꼰도 (Lisa del Giocondo) 라는 여자가 그림의 모델이었다는 설이 나오면서 생겨났습니다. 이 설은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여 더욱 더 유력한 것으로 인정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리자 델 죠꼰도 외에도 당대의 다른 이딸리아 귀부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며, 심지어 레오나르 자신이 여자로 분장한 채 그린 자화상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아무튼 리자는 귀족 부인이었으므로 그 이름 앞에는 경칭인 madonna (불어 madame) 를 붙이는데, 옛 이딸리아어에서 madonna 는 간혹 monna [몬나] 라는 형태로 축약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딸리아어와 불어에서는 그림의 제목을 말할 때는 La Gioconda, La Joconde 라 하고, 모델의 이름을 거론할 때는 Monna Lisa 라고 합니다. mona [모나] 는 이딸리아 속어로 « 여성의 성기 » 를 칭하기 때문에, Mona Lisa 라고 쓰는 것은 아무런 뜻도, 근거도 없는, 잘못된 형태입니다. 게다가 lisa 는 « (헝겊이) 헤진, 닳은, 너덜너덜한 » 이라는 뜻의 형용사이기도 하므로, [모나 리자] 라는 말을 들으면 이딸리아 사람들은 뒤로 넘어갑니다.

한편 Gioconda 라는 말은 리자 델 죠꼰도의 성 (nom) 을 여성화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여자가 정말로 모델이었는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그저 보통 단어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gioconda, joconde 는 모두 라띠나어 jucundus [유꾼두쓰] 에서 온 말로, « 기분 좋은, 마음에 드는, 상쾌한, 매력적인 » 등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입니다. La Joconde 는 그러니까 « 매력적인 여자, (보고 있으면)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해 주는 여자 » 라는 뜻이지요.

프랑쓰의 왕 프렁쓰와 1세 (François Ier, 1494-1515-1547) 가 이 그림을 보고 바로 그런 기분을 느꼈나 봅니다. 그는 레오나르 드 방씨가 1516년 프랑쓰로 가져 온 라 죠꽁드를 곧 사들였습니다. 그 후 이 그림은 역대 프랑쓰 왕들의 개인 보물로 전수되면서, 퐁뗀블로, 베르싸이으, 루브르, 뛰일르리 등, 왕궁을 옮겨 다니며 전시되었습니다. 현재도, 박물관이 된 루브르에 걸려 있습니다.

저는 도대체 이 그림이 뭐가 그리 특별난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미 르네썽쓰 시대부터 라 죠꽁드는 수많은 찬미와 관심, 모방과 풍자, 해석과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수학자이자 울리삐앙에르베 르 뗄리에 (Hervé Le Tellier, 1957-) 역시 라 죠꽁드를 대상으로 하여 두 편의 책을 썼습니다. 우선 1998년 출판된 Joconde jusqu'à cent (100 까지의 죠꽁드) 는 끄노의 문체 연습을 본따, 라 죠꽁드를 99 가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책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직업, 여러 사회 신분, 계층, 나이, 유명인, 허구의 인물 등의 싯점이 포함됩니다. 99 가지 관점만이 제시되었는데도 책의 제목이 « 100 까지... » 라고 되어 있는 이유는, 책의 가장 마지막 쪽은 독자의 관점을 스스로 적도록 백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제목은 발음에 의한 말장난이기도 한데, Je compte jusqu'à cent = « 백까지 세겠다 » 고 하는 표현을 Joconde jusqu'à cent 으로 바꾼 것입니다.

2002년에 새로 나온 제 2 권, Joconde sur votre indulgence 역시 비슷한 말장난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compter 는 위의 예에서처럼 « 수를 세다 » 라는 뜻의 동사이기도 하지만, compter sur 라고 하면 « -를 믿다, -에 의존하다 » 라는 뜻도 됩니다. 따라서 Je compte sur votre indulgence 는 «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믿겠습니다 » 라는 뜻인데, 역시 je comptejoconde 의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하여 제목을 지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1 권에 더하여, 라 죠꽁드를 바라보는 백가지의 또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유명한 그림 라 죠꽁드를 이렇게 비웃고 풍자한 것을 용서해 달라는 의미이지요.

이 두 책은 끄노의 문체 연습 (Exercices de style) 에서 영감을 받았고, 화자의 관점에 따라 문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나, 엄격히 말해 문체 연습 (exercices de style) 은 아닙니다. 때로는 같은 그림을 바라 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이 다루어지기도 하나, 때로는 리자와 레오나르가 직접 등장하여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무대가 르네썽쓰 시대의 피렌체이기도 하다가, 현대 빠리의 꺄페나, 문제 구역의 경찰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불어 문법만 알아서는 이해가 힘들고, 문화적 상황과 맥락을 알아야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람, 시사 풍자, 인기있는 영화나 노래에 대한 암시, 말장난, 유명인들의 어투나 유행어 모방 등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 중 번역이나 긴 설명이 굳이 필요 없는 몇가지 예 :

007의 관점 (le point de vue de l'agent 007)
- Ne nous sommes-nous pas déjà rencontrés, Monsieur ?
- Cond, my name is Cond. Joe Cond.

인쇄기술자의 관점

성악가의 관점

dimanche 9 décembre 2007

문체 연습 (Exercices de style)

작곡 기법을 글자에 적용시킨 뻬렉의 알파베가 다소 실망스러운 데가 있다면, 역시 음악을 모방하려는 노력에서 태어난 끄노의 문체 연습 (Exercices de style, 1947) 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생각으로 가득차고, 보다 완성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문학 작품의 하나입니다.

울리뽀를 창시한 장본인이기도 한 프랑쓰의 작가 레몽 끄노 (Raymond Queneau, 1903-1976) 는 J. S. 바흐의 퓌그의 예술 (L'Art de la fugue = Dis Kunst der Fuge) 에서 영감을 받아 문체 연습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퓌그의 예술은 미완성으로 남은 바흐의 최후 작품으로써, 간단한 단선율 주제 하나를 약 스무가지 (미완성이기 때문에 출판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음) 의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이를 위해 바흐는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 부었으며, 따라서 퓌그의 예술은 바흐의 작곡술을 총망라한, 그의 최고 걸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끄노는 문체 연습을 통해서 비슷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극히 간단하고 평범한 이야기 — 버쓰 안에서 한 청년이 옆 승객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빈자리가 나자 그리로 가서 앉고, 몇 시간 뒤 그는 쌍-라자르 (Saint-Lazare) 역 앞에서 친구와 만나, 옷에 단추를 새로 달아야겠다는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가 아흔아홉 가지 방식으로 반복됩니다. 그 중에는 간결체, 화려체, 감탄체, 의문체 등 실제로 좁은 의미에서 문체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아예 문학 졍르 자체가 바뀌기도 합니다 : 다양한 형식의 시, 희곡, 산문 등... 또는 일인칭으로 본 주관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하면, 삼인칭의 객관적인 묘사, 의학적 분석, 사전적 정의 등, 화자의 시점에 따라 문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 화자의 국적에 따라, 외국어를 흉내낸 어투 (영어, 이딸리아어...) 도 있고, 전문 용어, 직업 용어, 은어, 속어, 욕설, 고유명사 등으로만 작성되기도 하였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오로지 부정문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또 다른 경우에는 역순으로 이야기를 회상해 올라갑니다. 그런가하면 특정한 감각에 촛점을 맞춰, 유난히 냄새, 맛, 촉감, 시각, 청각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기도문, 공식 편지, 전보, 대화, 독백 등 다양한 문체와 어투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일정한 원칙에 따라 글자를 전환시키거나, 단어의 순서를 바꾸거나, 글자를 빼고 집어 넣는 등 울리뽀 특유의 말장난들도 등장합니다.

99가지 문체 중 대부분은 책의 한두 쪽을 차지하지만, 어떤 문체는 단지 세네줄로 본질적인 이야기를 다 끝내는가 하면, 어떤 문체로는 똑같은 이야기가 네다섯 쪽에 이르도록 길고 상세하게 전개됩니다.

문체 연습의 몇몇 단락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의 순서와는 무관) :
  • Notations « 기록 »
  • Surprises « 놀람 »
  • Analyse logique « 논리 분석 »
  • Moi, je « 나는 말이지... »
  • Ampoulé « 과장 »
  • Désinvolte « 경박 »
  • Philosophique « 철학 »
  • Permutations par groupes croissants de mots « 증가 순에 따른 단어 교체 » (울리뽀의 말장난의 일종)
  • Antonymique « 반대말 »
  • Contre-petteries « 꽁트르뻬트리 » (글자의 위치를 바꾸는 말장난의 일종)
  • Gastronomique « 요리 »
  • Interjections « 감탄사 »
  • Ignorance « 무지 »
  • Prière d'insérer « 첨가하시오 »
  • Onomatopées « 의성어 »
  • Lettre officielle « 공식 편지 »

vendredi 7 décembre 2007

알파베 (Alphabets)

루보가 고안한 바오밥도 음악과 무관하지 않지만, 죠르쥬 뻬렉은 12음 기법을 문학에 적용시킨 작품을 쓰기도 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간략히 설명하면, 12음 기법이란 서양 음계에 포함되어 있는 열 두 개의 음을 고르게 사용한 음악입니다. 한마디로, 도 음이 한 번 나왔으면, 다른 열 한 개의 음이 다 고르게 한번씩 나오기 전까지는 도 음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12음 기법에 크게 매료된 뻬렉은 1976년 출판된 알파베라는 제목의 시집에서 이 원칙을 글자에 응용하려는 시도를 행했습니다.

알파베는 모두 176편의 시를 담고 있으며, 각각의 시는 열 한 개의 글자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시 :

Satin, or bleu, trouble sain.
Rite : nous balbutions la réalité.
Nous brûlons.

Abrite la brune toison, brutalise
le bâton suri, ablutions errantes :
oubli...

언뜻 보아서는 별다른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글자를 하나하나 세어보면, 오로지 A, B, E, I, L, N, O, R, S, T, U 만이 각기 열 한 번씩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그 조합은 달라집니다. 윗 시의 분석표 :

SATINORBLEU
TROUBLESAIN
RITENOUSBAL
BUTIONSLARE
ALITENOUSBR
ULONSABRITE
LABRUNETOIS
ONBRUTALISE
LEBATONSURI
ABLUTIONSER
RANTESOUBLI

영어가 편한 분들을 위한 또다른 예, 171번째 시 (176편의 시 중 유일하게 영어로 작성) :

Is only true a year in soul,
tears lyin' out at your silent relay

Is noun reality ? Sour - yes - nail out,
solitary, uneasy in our letters
(inlay, outlay) : use iron !

분석표 :

ISONLYTRUEA
YEARINSOULT
EARSLYINOUT
ATYOURSILEN
TRELAYISNOU
NREALITYSOU
RYESNAILOUT
SOLITARYUNE
ASYINOURLET
TERSINLAYOU
TLAYUSEIRON

알파베의 모든 시는 위와 같은 표를 함께 가지고 있으며, 예외 없이 모두 열 한 줄로 분석됩니다. 즉 열 한 개의 글자가 열 한 번씩 쓰인 것이지요. 저자가 왜 11 이라는 숫자를 선택했는지는 설명이 없습니다. 아마도 불어 알파베의 스물 여섯 자를 모두 고르게 사용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짐작이 되지만, 그렇다면 이것은 큰 문제를 제기합니다. 왜냐하면 12음 기법의 정신에 매우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12음 기법은 바로 이러한 차별, 즉 몇몇 음들 만이 선호되는 것에 반대하여 일어난 운동인데, 뻬렉은 결국 일부 글자들만을 선택함으로써 12음 기법을 흉내는 냈지만, 그 가장 근본 정신은 배신한 셈입니다.

그리고 글자를 단위로 삼은 점도 실수로 보입니다. 불어처럼 유난히 묵음이 많고, 철자와 발음이 다른 언어에서, 과연 글자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실제로 소리의 균형을 이루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 차라리 음절, 또는 음소를 단위로 삼았으면 어떨까 궁금해 집니다. 또 아무리 시라고 해도, 문학에서는 의미의 문제를 완전히 저버릴 수 없기에, 즉 뜻이 어느 정도라도 통하는 문장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12음 기법은 결국 문학에는 적용시키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이 원칙을 사용하여 176 편에 이르는 시를 쓴 뻬렉의 작업은 물론 찬미받을 만은 하나, 저 개인적으로는 알파베는 그의 다른 작품들(Le Grand Palindrome, La Disparition, Les Revenentes)에 비하여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mardi 4 décembre 2007

바오밥 (baobab)

수학자이자 작가인 쟉 루보 (Jacques Roubaud, 1932-) 가 1996년, 울리뽀를 위해 고안한 바오밥이라는 구속은 나무 바오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루보는 단지 baobab 이라는 단어가 [바] 라는 음절과 [오] 라는 음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단어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바] 라는 소리는 불어 단어 bas (낮은) 를 연상시킵니다. [오] 라는 소리는 불어 단어 haut (높은) 를 연상시킵니다. 바오밥은 즉, 이 두 반대말 음절이 동시에 들어있는 문장을 쓰는 놀이입니다. 예 :
  • Ah, quel chaos dans le cabas. (아, 시장 바구니 안이 난장판이네.)
이 문장이 보여주듯, 단지 [오] 와 [바] 가 제대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그 앞 (또는 뒤, 또는 양쪽 모두) 음절까지 같은 경우 (윗문장에서는 [꺄]), 엄격 바오밥 (baobab strict) 이라 부릅니다. 또다른 엄격 바오밥의 예들 :
  • Il y a Othon avec son ton. Il y a Otto avec son bateau. (오똥은 막대기를 들고 있고, 오또는 배를 가지고 있다.)
  • Vas-donc, tard du tarot ! (가거라, 따로의 사생아야 !)
이 마지막 예는 더욱 놀라운 것이 [바] 와 [오] 를 양 끝에 두고 음절이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du 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거울 효과이지요.

물론 엄격 바오밥 외에 평바오밥, 또는 유연한 구속의 바오밥 (baobab ordinaire ou à contrainte molle) 도 있습니다. 이 때는 그저 두 음절을 잔뜩 집어 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바] 와 [오] 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두 음절, 주로 반대말, 또는 짝을 이루는 말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pou (이) 와 tique (진드기), 두 벌레의 이름을 이용한 평바오밥 :
Je voudrais partir.
Quitter
la poussière des villes frénétiques,
l’odeur épouvantable des poubelles aromatiques,
les poulaillers pathétiques
les pouddings au goût de plastiques [...]
(나는 떠나고 싶다. 광적인 도시의 먼지, 냄새나는 쓰레기통의 지독한 악취, 닭장같이 비참한 세계와 플라스틱 맛이 나는 푸딩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그리고 바오밥은 그저 혼자서 쓰고 눈으로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낭독, 또는 « 연주 » 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3성으로 ! 즉 [바] 음절은 낮은 (bas) 목소리로, [오] 음절은 높은 (haut) 목소리로, 나머지 음절들은 중간 음역의 목소리로. 물론 혼자서도 목소리를 달리 하며 읽을 수 있겠지만, 이상적으로는 세 명의 서로 다른 음역의 « 연주자들 » 을 필요로 합니다. [뿌] 와 [틱] 같은 경우에도 음역을 세 사람 사이에 배분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더 나아가 [뿌] 를 발음하는 사람은 매번 이 (pou) 를, [틱] 을 발음하는 사람은 매번 진드기 (tique) 를 흉내낼 것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오밥은 거의 음악적인 작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형식에 촛점을 많이 맞추었기에, 울리뽀의 작업과 작품들의 대다수는 음악과 자주 연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lundi 3 décembre 2007

공기 제거 (anaérobie)

울리삐앙들은 아크로님이나 빨랑드롬, 리뽀그람 (=글자 생략), 뻥그람 등 기존의 말장난들을 마음껏 활용하였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자기들이 직접 새로운 말장난을 고안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 하나로 공기 제거라는 것이 있습니다. « 공기 제거 » 는 anaérobie 의 정확한 해석은 아닌데, 마땅한 말이 없어서 제가 그냥 그렇게 번역한 말입니다. anaérobie 의 정확한 뜻은 « 공기나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달할 수 있는 » 이며,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입니다. 주로 미생물 따위에 관해 말해지는 전문적인 용어라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불어에서 공기를 뜻하는 단어 air 는 글자 R 와 발음이 같습니다. 따라서 문맥을 모른 채 « [에르] 가 없다 » 는 말을 들으면, 산소가 모자란다는 뜻인지, 글자 R 가 빠졌다는 뜻인지 혼돈이 올 수 있지요. 이 점을 이용하여, 수학자-물리학자-작가-울리뽀 회원이었던 뤽 에띠엔 (Luc Étienne, 1908-1984) 은 아나에로비, 즉 « 에르 (air) 제거 또는 에르 (R) 제거 » 라는 구속을 만들었습니다. 이 구속에 따르면 문장을 짓되, 에르, 즉 글자 R 를 모두 빼어도 의미가 통하는 문장을 써야 합니다. 예 :

Cette rosse amorale a fait crouler le parterre. (저 무도덕한 사람이 관중을 완전히 정복했다)

이 문장에서 R 를 모두 빼면 다음의 문장이 됩니다 :

Cet os à moelle a fait couler le pâté. (저 뼈 때문에 고기 반죽에서 물이 흘렀다)

글자로 쓰여진 것만 보면, R 외에 다른 글자들도 빠졌고 (cette/cet), 또는 새로운 글자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amorale/à moelle), 아나에로비는 표기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의 문제입니다. 발음을 해보면, 오로지 R 만 빠져나갔음이 확인됩니다. 반면, couler 에는 여전히 R 가 붙어 있는데, 이 역시 croulercouler 건, 마지막 R 는 어차피 묵음이기 때문에, 발음상으로는 R 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해서 얻어진 새로운 문장을 첫 문장의 아나에로비라고 부릅니다. 또는 그 역도 가능합니다. 즉 R 가 없던 문장에 R 를 잔뜩 집어 넣어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죠. 이 작업은 aération, 즉 « 환기 » 라고 부릅니다.

한편 아나에로비에는 몇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공기를 제거하는 대신, 날개를 잘라내거나, 차를 금지시킬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날개 (aile) 를 잘라낸다는 것은 글자 L [엘] 을 빼는 행위이며, 차 (thé) 를 못마시게 하는 것은 글자 T [떼] 를 지우는 것입니다.

dimanche 2 décembre 2007

아크로님 (acronyme)

울리삐앙들이 즐기는 말장난 중 하나는 아크로님 만들기입니다. 아크로님은 머릿글자들만 모아서 만들어진 약칭이되, 보통 단어들처럼 읽고 쓰이는 단어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Oulipo = OUvroir de LIttérature POtentielle.

아크로님은 씨글 (sigle) 의 일종인 동시에 씨글과 구별됩니다. sigle 은 머릿글자들을 따서 만들어진 약칭을 보다 포괄적으로 총칭하는 말로, 예를 들면,
  • SNCF = Société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çais = 프랑쓰 국립 철도청
  • RATP = Régie Autonome des Transports Parisiens = 빠리 지하철 공사
등입니다. 이 두 예에서 보다시피 씨글은 모두 대문자로 표기하고, 읽을 때도 그저 철자 이름을 차례차례 읽는 수 밖에 없지요. 원래, 약자 뒤에는 마침표를 찍는 것이 원칙이나 (S. N. C. F.), 지금은 점점 더 생략하는 추세인 듯 합니다. 그리고 씨글은 성수의 변화를 받지 않습니다.

아크로님은 씨글을 만들어 놓고 보니, 자음과 모음이 적절하게 섞여, 일반 단어처럼 읽을 수 있게 된 경우입니다. 예 :
  • ovni = Objet Volant Non-Identifié = 미확인 비행 물체
  • sida = Syndrome d'Immuno-Déficience Acquise = 후천성 면역 결핍증

이 두 예에서 보다시피 아크로님은 소문자로도 쓰는 것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대문자로 쓰다가도 (SIDA, OVNI),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보니, 아예 일반 단어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아크로님들 중에는 성수의 변화를 받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un ovni, des ovnis)

심지어 어떤 아크로님들은 그 자신이 어원이 되어 파생어들을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Salaire Minimum Interprofessionnel de Croissance 는 « 최저임금 » 이란 뜻인데, 너무 길어서 약호화 시켜 놓고 보니, SMIC 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S. M. I. C. 으로 표기하고 따로 끊어 읽기도 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스믹] 이라 읽게 되었으며, 표기도 SMIC 또는 smic 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smicard(e), 즉 «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 (여자) » 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크로님이라고 해서 모두 일반 명사화되고, 모두 소문자로 쓰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OTAN = Organisation du Traité de l'Atlantique Nord = « 북대서양 조약 기구 » 는 항상 [오떵] 이라고 읽는 아크로님이지만, 모두 대문자로 표기하거나, 최소한 첫자는 대문자로 표기합니다 (Otan). 즉 고유명사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지요.

ONU = Oraganisation des Nations Unies = « 국제 연합 » 도 비슷한 예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모두 대문자로만 쓰며, 때로는 아크로님으로, 때로는 씨글로 취급됩니다. 즉 어떤 사람들은 [오뉘] 라고 읽는가하면, 또다른 사람들은 [오. 엔. 위] 라고 발음합니다.

사실 어떤 단어가 씨글로 남아있고, 어떤 단어가 아크로님으로 변모하는가에는 절대적인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용 (특히 언론에서) 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DEA = Diplôme d'Études Approfondies = « 박사 과정 수료 학위 » 는 [데아] 라고 발음될 수 있고, 복수형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항상 대문자로만 쓰며, [데. 으. 아] 라고 끊어 읽고, 복수일 때도 s 가 붙지 않습니다.

요즘은 점점 더 기업, 단체, 상품명 등이 자연스러운 단어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첫자 외에 몇몇 다른 글자들을 집어 넣는 경향이 있는 듯 보입니다. 또다시 울리뽀를 예로 들면, 엄격하게 따져서 이것의 약자는 OLP 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오.엘.뻬] 라 읽히는 멋대가리 없는 말이 되니까, 첫자만 뽑는 대신, 아예 첫음절을 모아 Oulipo 라는 말을 만든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