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dredi 3 octobre 2008

passion « 수난 = 열정 »

불어 passion 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주로 « 열정, 격렬한 사랑 » 등의 뜻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 고통 » 의 뜻이었습니다. 특히, 신체적인 상처 보다는 정신적인 괴로움을 뜻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뜻이 발전하여, 어떤 사람이나 대상을 너무 좋아할 때 느끼게 되는, 가슴이 거의 아픈 듯한 감정을 뜻하는 말이 된 것입니다. 이 단어는 그 강렬한 느낌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 불어에서는 너무 자주 쓰이다보니 의미가 좀 약화된 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Ma passion, c'est la musique 같은 문장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이 말은 «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 는 뜻이지요. 물론 « 음악을 정말로,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좋아한다 » 는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문맥과 상황에 따라서는 그저 « 취미 생활로 음악을 즐긴다 » 정도의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거의 violon d'Ingres 의 동의어가 된 셈입니다.

한편, 원래의 뜻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다만 이 의미는 종교적인 맥락에서만 사용됩니다. la passion du Christ, 또는 절대적으로 la Passion 이라고 하면 « 그리스도의 수난 » 을 뜻하며, 꾸미는 말을 덧붙여, 다른 성인들, 순교자들이 겪은 박해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la passion de Jeanne d'Arc).

그리고 프랑쓰 사람들 중에도 fruit de la passion 의 의미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로 « 수난의 과일 » 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과일과 그리스도의 수난 사이에는 실제로는 아무 연관도 없지만, 수난꽃 (passiflore) 의 열매이다 보니 이렇게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일의 강렬한 맛, 그리고 뜨거운 지방에서 온 열대 과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프랑쓰 사람들이 이 과일의 이름을 « 정열의 과일, 사랑의 과일 » 로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passion 은 또한 음악 용어로서, 성서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을 다룬 부분에 음악을 붙인 « 수난곡 » 을 뜻합니다.

jeudi 2 octobre 2008

수난꽃과 수난과 (passiflore et fruit de la passion)

우리말로 꽃시계 또는 시계꽃이라고 부르는 덩굴 식물을 불어로는 passiflore, 즉 « 수난꽃 » 이라고 합니다. 우리말 이름은 아마도 꽃의 전체 모양이 둥글고, 가운데에 있는 세 개의 꽃술이 시, 분, 초를 가리키는 세 개의 바늘처럼 보인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프랑쓰 사람들은 이 꽃에서 시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수난 (Passion) 을 봅니다. 우선, 넓은 꽃잎 안 쪽에 둥글게 심어져 있는 실 같은 꽃잎들은 예수의 가시관을 연상시키며, 세 개의 꽃술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는데 사용된 세 개의 못을 상징합니다. 또,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식물의 이파리는 갸름하고 뾰족하여 예수의 허리를 찌른 창에 비유되며, 덩굴 줄기는 예수를 때린 채찍과 닮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유는 대중들 틈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17 세기에 남미에 파견되었다가 이 꽃을 발견한 예수회 선교사들이 의도적으로 짜맞춘 연관입니다. 아무튼 여기에서 꽃의 이름이 비롯되었습니다.

이 크고 화려한 꽃은 오늘날 관상용으로도 많이 재배되지만, 그 열매를 엊기 위해서도 재배됩니다. 이 식물의 열매는 바로 너무나 맛있는 수난 과일 (fruit de la passion). 수난과는 씨가 많고, 그 자체로는 별로 먹잘게 없지만, 즙을 짜서 이용하면 새콤달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향기가 너무 그윽하며, 색깔 역시 매우 고운 노란색이 되기에, 과자, 아이스크림, 무쓰 등을 만들 때 자주 사용됩니다. 겉으로 보면 쪼글쪼글하고 미운데, 많이 쪼글거릴 수록 잘 익은 거라고 하더군요.

수난 과일 즙을 넣은 띠라미쑤 (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