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03 년에 드디어 e 하나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해 4월에 걀리마르 (Gallimard) 사에서 재판되어 나온 실종 의 119 쪽, 위에서 네번째 줄, 왼쪽에서 두번째 단어에 분명히 e 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 이 네번째 줄은 다음과 같습니다 :
« Booz dorme non loin du grain qu'on amassait »
(보즈는 우리가 줍던 곡식알 가까에서 잔다)
그런데 여기서 이 dorme 라는 단어는 문법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dormir (잠자다) 라는 동사가 접속법 현재 3인칭 단수로 쓰인 것인데, 문맥과 문장 구조상 여기서는 접속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의 조사에 나선 뻬렉의 추종자들은 원문은 dormait 라고, 즉 e 가 없는 형태라고 주장했습니다. dormait 는 dormir 동사의 직설법 반과거 3인칭 단수로, 해석은 « 자고 있었다 » 가 되며, 그래야 문맥에도 맞고 문법에도 맞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이전 판본들을 보아도 쉽게 확인되는 것이고, 심지어 2003년 재판되어 나온 책들 중에도 dormait 라고, 원문대로 잘 찍혀 있는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즉, 재판본들 중에서도 일부 권수에만 오자가 난 것이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 실수, 장난, 기적 ? 우선, 현대의 인쇄 기술상 이런 식의 실수는 일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고의적인 장난일 확률이 가장 많은데, 사람들은 제일 먼저 걀리마르 출판사를 의심했습니다. 일부러 이런 소란을 일으켜서 책을 많이 팔고자 하는 속셈 아닐까 하는 것이죠. 그런데 걀리마르사는 이 사건에 대해 정말로 놀라면서, 그러한 상업적 계획이 없음을 진심으로 맹세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인쇄소에 의심이 돌아갔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어디서 왔건, 실질적으로는 인쇄 과정에서 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잘 돌아가고 있던 기계를 잠시 멈추고, 문제의 글자를 바꿔 놓은 다음, 다시 기계를 돌리다가, 또 슬쩍 멈추고는, 글자를 다시 원래대로 수정해 놓고는 사라졌을 것이라는 가정이지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인쇄소 직원인지, 아니면 출판사 직원인지, 아니면 몰래 침입한 제 삼 자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혼자 생각으로 저지른 일인지, 출판사에서 내려온 비밀 방침을 따른 것인지, 등등은 정말로 심각하고 본격적인 수사가 있어야 밝혀질 수 있는 문제였는데, 아무도 그렇게까지 파해칠 마음은 없었나 봅니다. 대신 출판사는 오자가 난 판본들을 가능한 한 모두 거둬들여 파본시키기로 했습니다. 그 때문에 유일하게 e 가 찍힌 실종 판은 모두가 찾아 헤매는 희귀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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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aires:
하하...재밌다. 마지막 반전(?)도 인상적.
근데, 누가 그랬을지를 추적하는 것도 재밌겠는걸.
누나, 이거 전에 « 하늘아래 » 에도 썼던 건데... 생각 안 나세요 ? 마치 처음 읽는 사람 같은 말투네...
아니, 읽어 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입장인 제가 누나한테 시비를... ^^
음...e를 빼고 쓴 소설이 있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는데...그 뒤에 e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 그 뒤의 에피소드들은 첨 듣는 것 같아서리.
물론 이것도 네가 했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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