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dredi 9 mai 2008

amiral 과 émir

정관사를 포함한 채 불어로 도입된 아랍어들은 여러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1° 정관사 al 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 있는 경우 : alcool
2° 아랍어 자체의 문법과 음성 규칙에 따라 ala 로 변한 경우 : azimut, hasard
3° 아랍어로부터는 온전히 왔으나, 일단 불어가 되고 난 후, 불어 내부의 음성 규칙에 따라 al 의 모습이 변화를 거친 경우 : aubergine, abricot
al 의 앞부분이 잘려 나간 경우 : luth.

그렇다면 amiral (해군 대장) 이라는 말은 위 넷 중 과연 어느 범주에 속할까요 ?
정답은 ...

1번 !
al 이 아니라 a 로 시작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2번 아니면 3번이라고 생각할 소지가 있지만, amiral 에는 아랍어 정관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다만 단어의 시작이 아니라 끝에 붙었을 따름입니다. 물론 아랍어에서도 불어처럼 정관사는 항상 꾸밈을 받는 명사의 앞에 위치합니다. amiralalamir (왕자, 대장, 통치자, 사령관) 를 수식하는 정관사가 아니라, 사실은 그 뒤에 오던 말인 bahr (바다) 를 꾸미는 정관사였던 것입니다. amiral 의 완전한 표현은 amir al bahr, 즉 « 바다의 왕자 » 였다고 합니다. 이 표현이 불어로 굳어지면서 뒷부분이 흐지부지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된 까닭은 아마도 불어에 존재하는 다른 군사 계급 또는 귀족 칭호들, maréchal, sénéchal 등의 어미와 자연스레 동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 두 단어는 모두 제르마닉어로부터 유래했습니다.)

« amiral 의 직위, 상태 » 는 amirauté 라고 하며, 이 말은 아미랄의 권한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만약 아미랄이 봉건 귀족이었다면, 그가 다스리는 영토를 칭할 텐데, 그렇지 않으므로, amirauté 는 « 해군 본부, 해군 사령부 »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amir 는 불어에 또다른 단어를 주었습니다 : émir. 따라서 amiralémiralcool 과 khôl, magasinmagazine, chiffrezéro, azimutzénith 처럼 이중어인 셈이지요. émir 는 원뜻 그대로 « 이슬람 국가의 왕자, 장군, 총독 » 을 가리키는 칭호로 쓰입니다. 그리고 « émir 의 직위, 상태, 권한 » 은 émirat 라고 하지요. « 에미르의 영향권이 행사되는 영토, 에미르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 » 역시 émirat 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꼬웨잇 (Koweït), 꺄따르 (Qatar), 그리고 아랍 에미라 연합 (Émirats Arabes Unis 또는 EAU) 을 구성하는 일곱 개의 나라 등이 에미라입니다.

jeudi 8 mai 2008

륏 (luth)

은 현대의 기타 (guitare) 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현악기로, 고대부터 여러 문명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유럽의 륏은 중세에 아랍 문화권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그 때문에 악기의 이름에도 아랍어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luth 이라는 불어는 아랍어 ud 에서 왔는데, 이것은 물론 악기 자체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 (재질로서의) 나무 »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악기의 주 재료가 나무이기 때문이지요. 아랍어에서 이 단어는 악기 외에도 나무로 만든 다른 물건들, 예를 들면 « 탁자 » 따위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이 단어에 정관사 al 을 붙이면 al ud 가 되는데, 이 표현이 유럽으로 건너오면서,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첫글자 a 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azimut, hasard, aubergine, abricot 에서 보았듯이, 아랍어 정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불어 어휘들에서 문제가 되는 글자는 대개는 l 이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륏은 대략 13세기 무렵부터 서양 음악에서 매우 인기있는 악기가 되었는데, 워낙 종류가 다양했기 때문에, 단 한마디로 어떤 악기라고 정의 내리기는 힘듭니다. 모양과 크기도 가지 각색이었고, 줄의 수, 조율법, 연주법도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 중세 문헌에서 륏이라고 하면 사실 어떤 특정한 악기가 아니라, 현악기 전체를 뜻하는 포괄적인 명사로 이해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불어에서는 지금도 luthier 는 륏 뿐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멍돌린 등등 모든 종류의 « 현악기를 만들고 파는 사람 » 을 뜻합니다. 반면 luthiste 는 오로지 « 륏 연주자 » 만을 뜻합니다.

13세기의 유명한 성가 모음집 Cantigas de Santa Maria (성모의 노래) 의 한 필사본 (Bibliothèque de l'Escurial, J. b. 2) 에 실린 륏으로 추정되는 악기의 그림. 여기서는 륏이 훗날의 륏과 매우 닮은 모양을 가졌지만, 실제로 중세 필사본에서 발견되는 륏 그림들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르네썽쓰 시기를 지나면서 륏은 차차, 배를 반 쪽으로 자른 모양에, 여섯 개의 줄을 달고, 짧은 손잡이를 갖추었으며, 그 끝이 뒷쪽으로 꺾어진 모습으로 굳어져 갔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 사진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배를 반쪽으로 잘라서 만든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륏에는 여전히 여러가지 변수가 많았습니다. 우선 줄의 수가 여섯 개라고 했지만, 사실은 각각의 음을 내는데 두 개의 줄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줄은 흔히 이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대개는 열한 개의 줄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2 + 2 + 2 + 2 + 2 + 1. 하지만 이 역시 시대와 지역별로 조금씩 달랐습니다. 각각의 줄을 어떤 음으로 조율하는 가도 오래동안 변동이 심했는데, 1640년 이후로는 프랑쓰의 작곡가였던 드니 고띠에 (Denis Gaultier, 1600 ?-1672) 의 규칙을 따라 라1 - 레2 - 파2 - 라2 - 레3 - 파3 로 조율하는 관습이 굳어졌다고 합니다. 드니 고띠에 외에도 16세기부터 18세기 말까지 유럽 각국에는 륏 음악 전문 작곡가들이 매우 많았는데, 불행히도 오늘날에는 대부분 잊혀진 이름들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여전히 종종 연주되는 작곡가는 필경 죤 다울랜드 (John Dowland, 1562-1626) 일 듯 싶습니다.

John Dowland, Fortune my foe, P 62, interprété par Valéry Sauvage

samedi 3 mai 2008

abricot « 살구 »

« 살구 » 를 뜻하는 abricotazimuthasard 처럼 역시 아랍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정관사를 포함하고 있되, 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또다른 불어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이 단어의 변천은 aubergine 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아랍어 al barqoûq 에서 기원한 이 말은, aubergine 처럼 까딸루냐어 albercoc 을 거쳐 불어로 도입되었고, 그러면서 l 의 모음화가 일어나 aubercot 라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다가 한술 더 나아가 u 를 아예 잃어버리게 되는 바람에 abricot 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단어의 진짜 기원은 아랍어가 아니라 라띠나어입니다. 아랍어 barqoûq 자체가 사실은 후기 라띠나어 praecoquum 의 음독이기 때문입니다. praecoquum 은 라띠나어 형용사 praecox (조숙한, 성숙한, 빨리 익는) 에서 파생된 말로, 즉 « 철이른 과일 » 이란 뜻이지요.

원래 고전 라띠나어로 « 살구 » 는 armeniacum라고 했습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이 과일이 아르메니 (Arménie) 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 지금도 « 살구나무 » 의 학술명은 prunus armeniaca (아르메니의 자두나무) 입니다. 그런데 살구는 다른 자두들에 비해 더 일찍 익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praecoquum 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그리쓰어를 거쳐 아랍어로 수입되면서 barqoûq 이란 형태가 나온 것이지요. 아랍어에는 라띠나어나 불어의 p, 즉 우리말의 ㅃ 에 해당하는 글자가 없기 때문에, 대개는 b, 즉 한글의 ㅂ 에 해당하는 글자로 옮겨 적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정관사가 붙어 al barqoûq 이 되었으며, 방금 보았듯, al barqoûq 은 불어에서 abricot 가 되었습니다. 결국 praecoquum 은 다른 라띠나어 단어들처럼 곧장 불어로 올 수도 있었을텐데, 매우 많은 여행을 한 끝에야 불어가 된 것이지요.

한편 영어의 apricot 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불어의 abricot 로부터 차용된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영어에서는 b 가 다시 p 로 변한 것일까요 ? 이것은 죤 민슈 (John Minsheu) 라는 영어학자가 17세기 초에 잘못된 어원을 내세우는 바람에 생긴 결과입니다. praecoquum 이 아랍 문화권을 거쳐 불어로 온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abricot 의 어원을 라띠나어 apricus (해를 좋아하는, 해를 향한) 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실수가 결국 굳어지면서 영어에서는 apricot 이라는 철자가 생겨났고, 또한 이 영어 단어는 그 자체가 다시 독어에 영향을 주어 독어로도 Aprikose 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작은 과일 이름 하나가 정말 많은 여행을 했지요 ?

un abricotier « 살구나무 »

vendredi 2 mai 2008

aubergine « 가지 »

아랍어의 정관사 al 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뚜렷이 들어나지 않는 또다른 불어 단어로 aubergine (가지 = 보랏빛 야채) 이 있습니다. 이 단어는 아랍어 al bâdindjân 으로부터 왔는데, 보다시피 이 단어는 해자음으로 시작하기 않기 때문에, al 이 변화를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단어가 까딸루냐어를 한번 거쳐서 불어로 도입되었을 때는 alberginia 라는 형태를 띄었습니다. 까딸루냐어로는 지금도 alberginia 라고 부르지만, 다른 유럽 언어들에 비하여 유난히 많은 변화를 거친 불어에서는 aubergine 이라는 모습으로 변하였습니다. l 이 u 로 변하는 것은 불어에서 자주 발견되는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로, a + leau 로, de + ledu 로, animal 같은 말에 s 가 붙으면 animaux 등으로 변하는 것은 불어 초급자들이라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결국 aubergine 에서 아랍어 정관사의 모습이 흐려진 것은 azimut 이나 hasard 의 경우와는 달리, 아랍어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불어 자체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jeudi 1 mai 2008

hasard « 우연 »

아랍어에서 기원한 불어 단어들 중 일부는 정관사 (al) 를 포함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alcool 처럼 정관사의 모습이 명백히 드러나는 예들이 있는가하면, azimut 처럼, 아랍어의 문법을 모르면 정관사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번째 범주에 속하는 또다른 예로 hasard 를 들 수 있습니다.

« 우연 » 을 뜻하는 불어 hasard 는 아랍어 zahr 로부터 왔는데, 이미 설명했듯이, 해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 앞에서는 al 의 모양이 변합니다. 따라서 서양의 알파베로는 azahr 라 옮겨 쓰게 되는 형태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에스빠냐어로는 더도 덜도 아니게 azar 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어에서는 약간의 변형을 더 거쳐서 소리나지 않는 h 와 소리나지 않는 d 가 덧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불어다운 모습을 갖춘 이 단어는 몇몇 파생어를 낳았습니다 : 동사 hasarder, 형용사 hasardeux/-euse, 심지어 명사 hasardisation. 통계학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인 이 마지막 단어는 영어에서 그대로 수입된 randomisation 을 대체하기 위하여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사실 알고보면 굳이 randomisation 을 불어에서 배타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나하면 영어 random 은 옛불어 randon 이 건너간 말이기 때문이지요. randon 의 원래 뜻은 « (말을 타고) 빠르게, 또는 급하게 달리기 » 였는데, 영어로 건너가서는 달리는 것 외에도, 급하게, 아무렇게나 하는 일, 따라서 정해진 계획 없이 무작위로 하는 일을 칭하게 되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지만, random 뿐 아니라 영어 hazard 도 불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물론 방금 설명했듯, 불어 hasard 는 아랍어를 기원으로 하지만요. 그런데 아랍어 zahr 는 사실 « 우연 » 이 아니라 « 주사위 » 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hasard 도 처음에는 « 주사위 » 와 « 주사위로 하는 놀이 » 를 뜻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뜻이 변하여 오늘날 hasard 는 « 우연, 운수, 행운, 불운, 모험, 위험 » 등의 뜻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