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udi 28 février 2008

졍 드 베라잔 (Jean de Verrazane)

프랑쓰가 미국의 독립을 도왔다고 해서 미국의 많은 지명들이 프랑쓰에 경의를 표하고는 있지만, 사실 프랑쓰가 그렇게 한 것은 순전히 영국에 대한 경쟁심 때문이었고, 그 이전에는 프랑쓰도 미국의 식민지화에, 또는 좋게 말하여, 개척에 활발하게 참여했었지요. 사실 알고 보면, 진짜 미국땅을 발견한 것은 졍 드 베라잔 (Jean de Verrazane, 1481 ? - 1528) 의 지휘 하에 1524년에 미국에 도착한 프랑쓰 사람들이었습니다.

졍 드 베라잔, 또는 죠반니 다 베라짜노 (Giovanni da Verrazano ou Verrazzano) 는 이딸리아 출신의 항해사이지만, 일찍부터 프랑쓰에 정착해서 살았고, 최근 역사가들에 의하면 피렌체는 커녕, 리용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는 프랑쓰의 왕, 프렁쓰와 1세 (François Ier) 를 위해 일했는데 (레오나르 드 방씨처럼), 1523년, 그로부터 아시아로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는 명을 받고, 다음해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미대륙의 발견과 탐험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크리스또프 꼴롱 (Christophe Colomb 또는 Cristoforo Colombo 또는 Cristobal Colon) 의 발견이 엉띠으 제도 (Antilles) 와 남미 대륙에, 졍 꺄보 (Jean Cabot 또는 Giovanni Caboto 또는 John Cabot) 의 발견이 현재의 꺄나다 동부에 한정되었으므로, 졍 드 베라잔은 역사상 최초로 실제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첫 유럽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남 꺄롤린 (Caroline du Sud ou South Carolina) 주부터 멘 (Maine) 주까지, 즉 사실상 동부 해안 전체를 탐험한 후, 프렁쓰와 1세의 이름을 따서 이 지역을 Francesca 라 명하였습니다.

그는 또한 현재의 뉴욕을 Terre d'Angoulême (엉굴렘의 땅) 이라 칭하였습니다. 이 역시 프렁쓰와 1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가 왕이 되기전까지의 공식 칭호가 엉굴렘 백작 (comte d'Angoulême) 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렁쓰와 덩굴렘 (François d'Angoulême) 은 원래는 왕이 될 운명이 아니었으나, 루이 12세 (Louis XII) 에게 딸만 둘이 있었던 관계로, 그리고 프랑쓰는 쌀릭법의 적용을 받는 나라이므로, 가장 가까운 남자 친척인 프렁쓰와가 도팡으로 지명되었습니다. 그리고 왕이 됨으로써 그는 발르와-엉굴렘 (les Valois-Angoulême) 이라 불리는 새로운 왕조를 열었습니다. 따라서 엉굴렘은 프렁쓰와 1세에게 매우 소중한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떼르 덩굴렘은 뒤이어 Nouvelle-Angoulême (새 엉굴렘) 이라고 잠시 불리웠으나, 17세기에 네덜란드인이 정착하면서 Nieuw Amsterdam (새 암스떼르담) 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을 몰아낸 후 New York (새 욕) 으로 이름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오늘날 베라잔이 미국 동부에 준 명칭들은 모두 잊혀졌고, 다만, 브루클린과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잊는 거대한 다리에 뉴욕의 첫발견자를 기념하는 이름이 주어졌습니다 (Verrazano-Narrows Bridge).

Portrait de Jean de Verrazane

mercredi 27 février 2008

미국의 지명과 프랑쓰 (quelques toponymes américains et France)

위스키로 유명한 미국 켄터키 주의 버번 캬운티 (Bourbon County, Kentucky) 는 프랑쓰의 왕조 부르봉 (Bourbon) 으로부터 그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미국 독립 전쟁에 원조군을 보낸 프랑쓰의 왕 루이 16세 (Louis XVI) 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러한 이름을 붙인 것이지요. 켄터키 주의 부르봉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그 외에도 미국에는 부르봉 이라는 지명을 가진 장소가 여러 곳에 있습니다 (캔자쓰, 인디아나, 미주리...)

또한 아예 루이 16세의 이름에 불어 ville (도시) 을 붙여 만든 Louisville 이라는 지명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켄터키 주의 루이빌이지만, 그외에도 미국 도처에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십여개나 됩니다. 다만, 모든 루이빌들이 반드시 직접적으로 프랑쓰 왕의 이름을 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개중에는 이미 유명해진 옆 주의 도시명을 다른 주에서 그대로 채택한 경우도 있고, 또는 루이 16세와는 전혀 무관하게 루이 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인물을 기리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엉뜨와넷 (Marie-Antoinette) 의 이름을 딴 지명들도 미국에는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주의 마리에따 (Marietta, Ohio) 는 역시 프랑쓰가 미국 독립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 왕비의 이름을 애칭화시켜 지은 도시명이라고 합니다. 마리에따 라는 지명도 미국에는 십여군데가 있습니다. 역시 모두가 다 마리-엉뜨와넷을 기리고 있는지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만요. 아무튼 정작 프랑쓰에서는 루이 16세와 마리-엉뜨와넷은 혁명과 공화국의 적으로 간주되어 그들을 기념하는 장소가 단 한군데도 없는데 반해, 미국에는 그들의 이름이 많은 지명을 낳았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에 가장 많은 지명을 준 프랑쓰인은 라 파옛 후작 (Marquis de La Fayette) 이겠지요. 역시 미국 독립 전쟁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했던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서 미국에는 La Fayette, 또는 Fayette, 또는 Fayetteville 등의 지명이 이루 셀 수 없게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지명들이 라 파옛의 인명으로부터 왔다면, 정작 라 파옛이라는 인명은 프랑쓰의 지명 Aix-La-Fayette 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라 파옛 가문은 애초에 프랑쓰 중남부의 이 작은 마을의 영주였던 까닭이지요.

samedi 23 février 2008

위스께와 위스끼 (whiskey et whisky)

사람들이 흔히 위스키 라 부르는 것에는 두가지 표기가 있습니다 : whiskeywhisky. 이 둘은 궁극적으로는 같은 술로서, 여러 종류의 곡식 (호밀, 보리, 귀리, 옥수수...) 을 증류시켜 만든 술입니다. 다만 whiskey 는 아일랜드말 uisce beatha 를 영어화 한 것이며, 따라서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술을 가리키는데 반해, whisky 는 스코틀랜드말 uisge beatha 를 영어화 시킨 단어로, 당연히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를 칭합니다. 이 두 예에서 보다시피 아일랜드말과 스코틀랜드말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모두 갸엘릭어 (gaélique) 로서, 매우 흡사합니다. 두 경우 모두 앞 단어 만이 영어로 건너왔는데 (그리고 뒤이어 영어에서 불어로), uisceuisge 는 모두 « 물 » 이라는 뜻입니다. beatha 는 « 삶의 » 이라는 뜻이구요. 즉 이 두 표현은 라띠나어 aqua vitae 를 가엘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결국 불어의 eau-de-vie 와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지요.

위스키가 어느 나라에서 유래했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뚜렷한 출생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대한 역사적 자료들이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래동안 스코틀랜드가 위스키의 본고장이라는 설이 유력했으나, 연구가 진행될수록 스코틀랜드보다는 아일랜드가 근원지라는 설이 더 부각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아일랜드산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스코틀랜드, 꺄나다, 프랑쓰...) 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는 whisky 로 표기합니다. 미국산 위스키는 문제가 좀 더 복잡한데, 미국에서도 언어학자들이나 위스키 협회에서나 공식적으로는 미국 위스키를 whisky 라 표기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업적인 이유로 whiskey 라 쓰는 것도 허락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많은 상표들이 이 후자의 표기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 아일랜드식 제조법을 따르기 때문에, 또는 아일랜드산인 척 하기 위하여, 등등의 이유로... 그때문에 whiskey 라고 하면, 아일랜드산에 더하여 미국산을 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whiskey 로 쓰느냐, whisky 로 쓰느냐가 다른 나라 언어들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불어에서는 발음이 달라지기 때문에 꽤 중요한 문제입니다. 불어에서는 whiskey 는 [위스께] 라 읽고, whisky 는 [위스끼] 라 읽습니다.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또는 자세한 구분이 필요할 때는 불어에서는 (다른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보다 세분된 표현들을 사용하는 일이 잦습니다. 즉, whisky 는 가장 포괄적인 용어로 쓰이고, 그 중 특히 아일랜드산은 whiskey, 스코틀랜드산은 scotch, 꺄나다산은 rye, 미국산은 bourbon. 이 마지막 이름은 미국 켄터기 주의 버번 (Bourbon) 캬운티에서 제조되기에 그렇게 불리는데, 보다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쓰의 부르봉 왕조 (maison de Bourbon) 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미국 독립전쟁 때 프랑쓰의 원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러한 지명을 붙였다고 하지요.

라이 위스키

jeudi 21 février 2008

생명수 (eau-de-vie)

꼬냑 (cognac) 이나 꺌바도쓰 (calvados) 같이 증류를 통해서 얻은 술을 불어로는 eau-de-vie, 즉 « 생명의 물 » 이라고 부릅니다 (복수는 eaux-de-vie). 이 말은 라띠나어 aqua uitae 로부터 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다른 불어 어휘와는 달리,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변형된 말이 아니라, 라띠나어 표현을 직접 불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물론 단어별로 보면, eau 는 라띠나어 aqua « 물 » 로부터, vie 는 라띠나어 uita « 삶 » 로부터 온 것이 사실이지만, aqua uitae (uitaeuita 의 소유격) 라는 표현은 로마 시대부터 자연스럽게 쓰던 일상 용어가 아니라, 중세, 그것도 후반기 (14세기 이후) 에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인 것입니다.

연금술사들은, 납으로부터 금을 만들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통 술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주는 음료수를 만들려는 꿈을 가졌습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일반 술을 끓인 후, 거기서 생긴 증기를 곧바로 냉각시킴으로써, 새로운 액체를 얻어 내었습니다. 알콜 성분이 농축된 이 액체는 일반 술보다 더 순수한 물질로 여겨졌고, 아픈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 생명수 » 는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졌는데, 프랑쓰에서는 특히 꼬냑 (Cognac) 에서 일찍부터 포도주를 증류하는 기술이 발전했다고 합니다. 꼬냑 근처에서 나는 포도주는 그 자체로는 맛이 없으며 보관도 잘 안되기 때문에, 맛을 향상시키고 보관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았던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태어난 생명수가 바로 꼬냑 (cognac) 입니다. 꼬냑은 옛날부터 프랑쓰 각지는 물론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는데, 네델란드 사람들이 꼬냑을 증류하는 것을 보고는 이 술을 brandewijn, 즉 « 불에 태운 포도주 »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말이 영어로 건너가 brandy 로 변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영어에서 brandy 는 지금도 거의 cognac 과 동의어처럼 쓰이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주로 포도주로부터 증류시킨 술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브랜디 라는 말을 그냥 그대로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증류주 또는 화주 라는 말들이 버젓이 있습니다. 화주 는 불화자를 쓰는데, 아마도 역시 불에 끓인 술이라는 뜻인 듯 합니다.

반면, 불어의 eau-de-vie 는 포도주 뿐 아니라, 다른 과일주나 곡식주, 아무튼 증류시켜서 얻은 모든 종류의 술을 칭합니다. 프랑쓰에 잘 알려진 오-드-비의 몇몇 종류 :

  • 사과 : calvados
  • 포도 : cognac, armagnac
  • 포도 찌꺼기 : marc, grappa
  • 산딸기 : framboise
  • : poire, williamine
  • 버찌 : kirsch
  • 살구 : abricotine
  • 자두 : mirabelle, quetsche, damassine
  • 사탕수수 : rhum, tafia
  • 호두 껍질 : brou
  • 곡식, 야채, 뿌리 : aquavit, genièvre, gin, kummel, vodka, arak, whisky et whiskey

mardi 19 février 2008

꼬냑 (cognac)

꺌바도쓰 (calvados)사과주 (cidre) 를 증류시켜 만든 화주라면, 꼬냑은 포도주 (vin) 를 증류시켜 만든 화주입니다. 꼬냑은 프랑쓰 중서부 샤렁뜨 (Charente) 지방의 꼬냑 (Cognac) 이라는 도시의 특산물이기에,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물론 꼬냑시 뿐 아니라 그 근방 지역에서도 만들어지는데, 법에 의하여 여섯 개의 생산 구역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고급 꼬냑을 생산하는 두 구역은 각각 그렁드 셩빠뉴 (Grande Champagne) 와 쁘띠뜨 셩빠뉴 (Petite Champagne) 라 불리며, 여기서 나온 꼬냑 역시 같은 이름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 때 셩빠뉴는 또다른 유명한 셩빠뉴와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거품이 나는 셩빠뉴 (champagne) 는 백포도주의 일종으로, 증류시킨 술이 아니며, 프랑쓰 북동부 셩빠뉴 (Champagne) 라는 지방에서 생산됩니다. 셩빠뉴 지방은 1284년 그 유일한 상속녀였던 쟌 드 셩빠뉴 (Jeanne de Champagne) 가 프랑쓰의 왕 필립 4세 (Philippe IV le Bel) 와 결혼함으로써 프랑쓰에 합병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비교적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나라였습니다.

반면 꼬냑과 관계된 셩빠뉴 (champagne) 라는 말은 역사적 개념이 담긴 고유 명사가 아니라, 지질학에서 사용되는 일반 명사로, « 특히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토양 » 을 뜻합니다. 그런데 프랑쓰에서는 유난히 꼬냑시 주변의 평야가 이러한 토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흙에서 나온 포도주로 만들었다 하여 꼬냑에도 셩빠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꼬냑은 꺌바도쓰와 거의 같은 용도로 쓰입니다. 그 자체로 음미할 때는 주로 디제스띠프로 마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여러 종류의 요리와 과자의 재료로 첨가되기도 합니다.

dimanche 17 février 2008

꺌바도쓰 (calvados)

프랑쓰의 유명한 특산주의 하나인 꺌바도쓰사과주 (cidre) 를 증류시켜 만든 화주 (eau-de-vie) 입니다. 사과주도 마찬가지이지만 꺌바도쓰 역시 프랑쓰의 북부, 주로 노르멍디 (Normandie) 에서 활발하게 제조됩니다. 노르멍디에서도 특히 꺌바도쓰 (Calvados) 라는 지역에서 유래했기에, 술의 이름도 꺌바도쓰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단, 지명을 칭할 때는 고유명사로서 첫자를 대문자로 써야 하지만, 술이름은 소문자로 시작합니다. 또 술을 칭할 때는 대중적인 표현으로 그저 calva 라고 줄여서도 부릅니다.

꺌바도쓰의 알콜 도수는 최소 40도이므로, 주로 디제스띠프로 마시는데, 시골 풍습으로는 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난 다음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커피잔에 직접 부어 마신다고 합니다. 또는 아예 커피 자체에 꺌바도쓰를 약간 섞기도 합니다. 이것은 café calva 또는 café-calva 라고 부르지요. 잔을 따로 쓸 때도 꼬냑잔 (verre à cognac), 즉 다리가 짧고 밑이 넓은 유리잔에 부어 손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돌리면서 마시면, 손의 열기 때문에 향이 더욱 우러난다고 합니다.

꺌바도쓰는 디제스띠프 뿐 아니라 트루 노르멍으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술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트루 노르멍을 마실 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아무 술이나 선택할 수 있지만, 애초에 트루 노르멍은 반드시 꺌바도쓰였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음식과 음식 사이에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마시는 술을 trou normand 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만약 애초에 꼬냑이 이 용도로 쓰였더라면 trou charentais 라는 명칭이 생겨났을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꼬냑은 샤렁뜨 지방의 대표적인 술이므로).

꺌바도쓰는 또 사과 쏘르베에 끼얹어서 함께 먹기도 하며, 크렙플렁베할 때도 자주 쓰이고, 여러 종류의 음식과 과자에 사과향을 더하는 재료로 들어가곤 합니다.

vendredi 15 février 2008

사과주 (cidre)

크렙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음료수는 전통적으로 사과주입니다.
« 사과주 » 는 불어로 cidre 라고 하며, 이 말이 영어로 건너가 cider 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사이다 가 되었습니다 (필경 일본을 거쳐서 ?). 물론 우리나라의 사이다와 프랑쓰의 씨드르는 이름을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음료수입니다. 씨드르는 실제로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들며, 알콜 도수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반면 알콜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식 사이다는 불어로 limonade 라고 부릅니다. 왜냐면 애초에는 limon (레몬의 일종) 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citron (레몬) 으로 만들기에 citronnade 라고도 합니다.

jeudi 14 février 2008

메밀 크렙 (crêpe de sarrasin)

크렙은 후식 (dessert) 이나 간식 (goûter) 으로 달게 먹기도 하지만, 짜게 간을 하여 본식사 (plat principal) 로 먹기도 합니다. 짜게 먹는 크렙은 달게 먹는 크렙을 만드는 법을 기본으로 하되, 설탕과 향료만 빼고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우유만 쓰는 대신, 우유 반 + 맥주 반을 쓰기도 합니다. 또 이 용도로는 일반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로 크렙을 부치는 일이 많습니다.

메밀은 불어로 blé noir, 즉 « 검은 밀 » 이라고 부르거나, 또는 blé sarrasin, 또는 그저 sarrasin 이라고 합니다. Sarrasin 은 원래 중세에 이슬람교도들을 칭하던 용어인데, 거뭇거뭇한 이 곡식의 색깔을 아랍인들의 피부색에 비유한 것입니다. 메밀로 만든 크렙 역시 색깔이 짙으며, 보통 크렙처럼 보드랍지 않고 약간 더 뻣뻣합니다. 따라서 크렙의 본 뜻과는 달리 주름이 지지 않으며, 그 때문인지 자주 galette 이라고도 부릅니다. 명칭이야 어쨌든, 얇게 만든 밀가루 부침에 원하는 재료들 (햄, 치즈, 물고기, 달걀, 버섯, 양파...) 을 얹어서 먹는다는 점에서, 일반 크렙과 다를바 없습니다.

크렙 전문 식당 (crêperie) 에 가면, 전채부터 후식까지 모든 식사를 여러 종류의 크렙과 걀렛으로만 먹게 되는데, 대개는 메밀 크렙을 본음식으로 하나 먹고, 일반 밀가루 크렙을 후식으로 하나 먹게 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크렙을 두 개 먹고 나면 배가 충분히 부르답니다.

라르동과 염소 치즈를 넣은 메밀 크렙
crêpe (ou galette) de sarrasin aux lardons et au chèvre

dimanche 10 février 2008

크렙 (crêpe)

걀렛 데 르와를 먹는 철이 끝나면 프랑쓰에서는 크렙을 먹는 철이 시작됩니다. 사실 크렙은 프랑쓰 사람들이 일년 내내 즐겨 먹는 음식이긴 하지만, 특히 2월 2일, 즉 주의 봉헌 축일 무렵에는 꼭 크렙을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때가 되면 갑자기 크렙 자체는 물론, 크렙 전용 프라이팬 (poêle à crêpe), 크렙을 얇게 굽는 기계 (crêpière électrique), 미리 다 만들어진 크렙 반죽 (pâte à crêpe) 등을 도처에서 파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주의 봉헌 축일 (fête de la présentation de Jésus au Temple) 은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친 행사를 기념하는 것으로, 유대교의 관습에 의하면 첫아들은 태어난지 사십일째 되는 날 신에게 봉헌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모가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왔는데, 성서에 의하면 이 때 씨메옹이라는 노인이 아기를 보고는 세상의 빛이라고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천주교에서는 일찍부터 이 날을 빛과 연관시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는 이 날 초를 들고 순례 행진을 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하며, 지금도 천주교회에서는 이 날, 앞으로 1년간 성당에서 사용할 초를 축성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프랑쓰에서도 이 날을 흔히 Chandeleur, 즉 초의 축일 (fête des chandelles) 이라고 부릅니다. 성탄절이 12월 25일로 정해진 후로, 주의 봉헌 축일 또는 초의 축일은 그로부터 사십일 째 되는 2월 2일에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크렙은 그리스도교와는 상관 없이 이미 로마 시대부터 먹던 부침개의 일종이었는데, 왜 프랑쓰에서는 둘 사이에 밀접한 결합이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매우 오래된 음식인 크렙은 그 이름도 로마어 crispus 로부터 왔습니다. 이 말은 « 쪼글쪼글한 » 이라는 뜻의 형용사인데, 크렙은 매우 얇아서 쉽게 주름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크렙 반죽을 위한 재료 :
  • 밀가루 250 그람
  • 우유 반리터
  • 달걀 3
  • 식용유 (또는 녹인 버터) 2 큰술
  • 설탕 2 큰술
  • 소금 약간

크렙 만들기 :
  1. 큰 그릇에 밀가루를 쏟아 붓고 가운데에 우물을 팝니다. 여기에 우유의 절반 (25 cl) 을 넣고 주걱으로 차츰차츰 섞습니다.
  2. 달걀 세 개를 풀어서 반죽에 섞은 후, 기름, 설탕, 소금을 넣습니다.
  3. 나머지 우유를 천천히 부어 가며 섞습니다. 여기에 럼 같은 술이나 바닐라 향, 오렌지 향 등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4. 반죽이 상당히 묽기는 하지만, 너무 줄줄 흘러도 안됩니다. 이러한 반죽을 상온에서 한두시간 내버려 둡니다.
  5. 반죽이 휴식을 취했으면, 넓고 얕은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고 버터를 살짝 두릅니다. 여기에 반죽을 반 국자 정도 붓고, 재빠르게 프라이팬을 사방으로 기울여 반죽이 고르게 퍼지도록 합니다. 사실 집에서 프라이팬을 가지고 크렙을 만들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이 과정입니다. 반죽의 농도, 불의 세기, 프라이팬을 돌리는 손놀림 등에 따라, 얇고 섬세한 크렙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두툼한 빈대떡이 되버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솜씨를 연마하는 수밖에 없지요.
  6. 크렙은 금방 익습니다. 몇 초만 지나면 가장자리가 저절로 일어납니다. 그러면 크렙을 뒤집어 또 몇 초간 굽습니다. 가능하면 만들어지는 즉시 따뜻할 때 먹는 것이 맛있지요. 그저 설탕만 뿌려서도 먹고, 과일잼, 꽁뽀뜨, 생과일, 여러 종류의 크림들 : 셩띠이, 프렁지빤, 크렘 빠띠씨에르, 아이스크림, 등등을 얹기도 합니다. 또 크렙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 향이 짙고 독한 술에 불을 붙여 크렙 위에 부으면, 잠시후 알콜은 모두 날아가고 은은한 향만 남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flamber 라고 하며, 크렙 외에도 여러 음식에 적용되는 요리 방식입니다.

크렙을 상에 낼 때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반, 또는 반의 반으로 접기도 하고, 또는 돌돌돌 말기도 하며, 가장자리들만 접어서 네모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렁 마르니에로 플렁베한 크렙 (crêpe flambée au Grand Marnier)

mercredi 6 février 2008

2008년의 페브 (fèves de 2008)

아직도 드물게 몇몇 빵집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 걀렛 데 르와를 먹는 철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어쨌건 저는 이제 그만 먹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올해에 새로 생긴 페브들을 공개합니다.


왼쪽부터 가장 제 마음에 드는 순서입니다. 특히 빠트릭은 엊그제에 가장 마지막으로 먹은 걀렛에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나와서 큰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스떼릭쓰는 지금까지는 날개 달린 모자만 있었는데 이제 얼굴도 있는 페브가 생겼습니다. 그다음은 챨리 채플린, 그리고 강아지. 나머지는 별다른 특징 없는 모양들... 원래는 해리 포터와 관계된 페브가 하나 더 있는데, 실수로 책장 뒤로 떨어트리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그 페브 찾으려면 책장을 다 들어내야 하는데, 이사가지 않는 한 아마 다시 못볼 듯...^^

dimanche 3 février 2008

크렘 브륄레 (crème brûlée)

« 불에 태운 크림 » 이라는 뜻을 가진 크렘 브륄레는 이름 그대로 불에 살짝 그을린 크림입니다. 미리 만들어서 차갑게 식혀 둔 크림 위에 먹기 직전 (황)설탕을 고르게 뿌린 후 이것이 꺄라멜이 될 때까지 열을 가한 것이지요. 표면은 뜨겁고 밑의 크림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비록 맛과 질감은 전혀 틀리지만 크렘 브륄레와 프로피트롤 (profiteroles) 은 같은 원칙에 기반을 둔 후식입니다.

그런데 정말 맛있는 크렘 브륄레는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적습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에서는 크렘 브륄레를 마지막 순간에 brûler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다 그을려 놓았기 때문에 뜨거움과 차가움의 조화를 맛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뜨겁게 녹은 설탕이 밑의 차가운 크림과 만나면서 생기는 온도 차이 때문에 표면에는 바삭바삭한 꺄라멜 껍질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대개는 눅눅한 껍질이거나, 아니면 아예 껍질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집에서 만들 경우, 크림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닌데, 가장 중요한 과정, 즉 태우기가 매우 힘듭니다.

만드는 법 :
  1. 달걀 노른자 네 개와 설탕 100 g 을 섞습니다.
  2. 여기에 바닐라향과 우유 20 cl 를 넣고 섞습니다.
  3. 여기에 크렘 에뻬쓰 (crème épaisse) 250 g 과 오렌지 술 약간을 섞습니다.
  4. 크렘 브륄레용 그릇에 나눠 담은 후 150도로 덥힌 오븐에서 약 30분간 익힙니다.
  5. 상온에서 식힌 후 냉장고에 최소한 한 시간 이상 두어 차갑게 굳힙니다.
  6. 먹기 직전 설탕을 뿌린 후 불로 태웁니다.

크렘을 브륄레하기 위해서 보통 가정에서는 오븐의 그릴 기능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표면만 타는 것이 아니라, 크림 전체가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꺼내면, 표면의 설탕이 전혀, 또는 거의 녹지 않습니다. 사실 그냥 먹어도 맛있긴 하지만^^, 크렘이 브륄레되지 않았다면 크렘 브륄레라고 할 수 없지요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서는 크렘 브륄레 전용 다리미 (fer à crème brûlée) 라는 것을 팝니다. 이것은 지름 10 cm 정도 되는 둥글 납작한 무거운 금속판으로, 옛날 다리미 (fer) 의 원칙을 응용한 것입니다. 즉 이 철판을 뜨겁게 달군 다음 크림 브륄레의 표면을 지지는 것이지요. 직접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으나, 별로 실용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의 요리 포럼 등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아도 불평불만이 많더라구요.

전문 요리사들은 작은 샬뤼모 (chalumeau) 를 사용합니다. 엄청나게 높은 온도의 가스 불꽃을 뿜어내는 살뤼모는 원래는 금속 용접에 쓰이는 공업 기구이나, 집안의 자잘한 수리를 위한 소형 모델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아예 크렘 브륄레 전용 샬뤼모라는 것을 점점 더 자주 보게 됩니다. 값이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과연 크렘 브륄레를 얼마나 자주 해먹겠다고 이런 걸 다 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있으면 편리할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수년째 망설이고만 있습니다.

샬뤼모 없이 만들었기에 제대로 브륄레 되지 않은
크렘 브륄레 (crème brûlée)

samedi 2 février 2008

프로피트롤 (profiteroles)

프로피트롤은 역시 슈를 기본으로 하는 과자이지만, 이 때 슈는 크렘 빠띠씨에르 (슈 알 라 크렘, 를리쥐으즈, 에끌레르) 로도, 버터 크림 (빠리-브레스트) 으로도 속을 채우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쌍-또노레 처럼 속을 비워두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피트롤에 사용되는 슈의 속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지요. 그리고 먹기 직전 뜨거운 초콜렛 쏘쓰를 끼얹습니다. 이 위에 때때로 아몬드나 땅콩 가루를 뿌리기도 합니다.

profiteroles 이라는 이름은 profit (이득) 라는 명사, 또는 profiter (이득을 보다) 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으며, 이 과자를 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수 (profiteroles) 로 써야 합니다. 단수 (profiterole) 로 쓰면 다른 음식을 가리킵니다. 혼돈을 피하기 위해 때로 profiteroles au chocolat 라고도 합니다.

프로피트롤 (profiteroles)

vendredi 1 février 2008

쌍-또노레 (Saint-Honoré)

쌍-또노레 (saint-Honoré 또는 saint-honoré) 는 역시 슈반죽을 이용하여 만드는 과자이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슈는 에끌레르, 를리쥐으즈, 빠리-브레스트 와는 달리 속을 채우지 않습니다. 대신 크렘 셩띠이 (crème Chantilly) 와 꺄라멜 (caramel) 을 따로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또, 쌍-또노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슈반죽 외에, 밑받침으로 쓰일 부서진 반죽 (pâte brisée) 도 만들어야 합니다. 부서진 반죽은 종잇장 반죽과 같은 재료 (밀가루와 버터) 를 사용하지만, 결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바삭바삭하게 부서지게끔 만들어진 반죽입니다. 만드는 방법도 종잇장 반죽 보다 훨씬 쉽고, 성공률도 훨씬 높습니다. 부서진 반죽은 주로 따르뜨의 밑받침으로 쓰입니다. 쌍-또노레도 부서진 반죽으로 만든 원판의 받침 위에, 가장자리를 돌아가며 슈를 이어 붙인 과자입니다. 슈가 받침에 잘 달라붙도록 꺄라멜에 한번 담궜다가 붙입니다. 그리고 중앙에는 크렘 셩띠이를 듬뿍 얹습니다. 그리고 셩띠이 위에는 설탕에 졸인 과일이나 꽃잎 등으로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

옆의 쌍-또노레 사진은 1인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산 것인데, 보다시피 매우 약식입니다. 원래는 슈가 죽 돌아가며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 쌍-또노레에는 코딱지만한 슈가 단지 세 개만 사용되었고, 대신 허전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셩띠이만 잔뜩 얹은 것 같습니다. 쌍-또노레는 크게 만들어서 여럿이 나눠 먹는 과자이므로, 사실 개인용으로 작게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쌍-또노레는 제과점 (pâtisserie) 에서도 쉽게 발견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쌍-또노레야말로 제과사 (pâtissier) 들이 가장 잘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과자가 아닐까요 ? 왜냐하면 이 과자의 이름은 바로 제과사들의 수호 성인 오노레 (saint Honoré) 의 이름을 딴 것이니까요. 성 오노레가 어린 시절, 수도의 길을 걷겠다고 선포한 순간, 그의 유모가 빵을 굽고 있었다고 합니다. 성 오노레의 축일은 5월 16일인데, 이 날은 프랑쓰에서 빵의 축제 (fête du pain) 이기도 합니다. 이 무렵에는 많은 빵집들이 부엌을 개방하여 빵 굽는 가마를 볼 수 있는 행사를 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