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딸리아나 에스빠냐와는 달리 프랑쓰에서는 더이상 주의 공현 축일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은 행해지지 않습니다. 역시 두 나라와는 달리 프랑쓰에서는 1월 6일이 공휴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 과자를 먹는 관습만은 여전히 매우 활발하게 살아 있습니다.
un roi mage en fève
이미 얘기한 적이 있듯이, 이 날 먹는 과자는 galette des rois (왕들의 걀렛) 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 왕들 » 이란 아기 예수를 처음 공현하러 온 세 명의 동방박사들을 일컫습니다. 불어로 « 동방박사 » 는 roi mage, 즉 « 마법사 왕 » 이라 칭하기 때문. 동방박사를 이렇게 부르는 것은 불어 뿐 아니라 여러 다른 유럽 언어로도 마찬가지인데, 이 때 mage 는 정말로 요술을 부리는 마법사라기 보다는, 숨겨진 마법까지 알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 현자 » (따라서 우리말의 박사) 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그들이 실제로 현자였는지, 마법사였는지, 왕이었는지는 사실 전혀 알 수 없지만, 성서에서 그들이 아기 예수에게 선사하는 선물들이 당시로서는 매우 비싸고 희귀한 물건들이었으므로, 아마도 높은 지식과 지위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생겨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과자가 이 세 명의 박사 « 왕들 » 을 기념하여 먹는 것이므로, 애초에는 왕관 (couronne) 과도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즉, 둥그렇고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빵에, 굵은 설탕과 과일 조림 등으로 장식을 한 과자였습니다. 사실 프랑쓰 남부의 몇몇 지방과 에스빠냐에서는 여전히 이런 빵을 먹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프랑쓰 전역에서 왕관빵은 둥글 넙적한 걀렛 (galette) 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 두 빵은 모양 뿐 아니라, 맛과 재질도 전혀 다릅니다. 왕관빵은 말랑말랑하며, 달콤한 오렌지 꽃물로 향을 내는데 비해서, 걀렛은 파삭파삭한 빵 속에 고소한 프렁지빤을 넣은 과자입니다. 그런데 이 프렁지빤이 꽤 무겁고 느끼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매년 주의 공현 축일마다 점점 다른 재료로 속을 넣은 걀렛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과자들은 다른 철에는 구하기 힘드므로, 그리고 페브를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1월 6일 뿐 아니라 1월 한달 내내 여러 판을 먹습니다. 저역시 이틀 사이에 벌써 세 번을 먹었답니다.^^ 사서도 먹고, 만들어서도 먹고 (만드는 법). 그럼 다들 bon appét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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