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떵과 이즈의 이야기에는 유리 장갑 말고도 또다른 유명한 일화 하나가 더 들어 있습니다. 베룰이 저술한 판에 의하면, 꼬르누아이으 (Cornouaille) 의 왕 마르크 (Marc) 는 프로쌍 (Frocin) 이라는 난장이를 광대처럼 두고 있는데, 이 난장이가 바로 마르크에게 트리스떵과 이즈의 관계를 고자질한 장본인이며, 두 사람을 함정에 몰아 넣기도 합니다. 흉칙하고 못생겼으며, 교활하고 음흉한 성격에다가, 괴이한 마술까지 부릴 줄 아는 이 난장이를 궁정 사람들은 모두 싫어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왕은 그를 크게 신임하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난장이가 자신의 부끄러운 비밀 한 가지를 알고 있었기에, 왕은 그에게 조종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르크의 부끄러운 비밀이란, 바로 그가 매우 길고 뾰족하고 털이 난 귀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프로쌍은 한동안 이 비밀을 굳게 지켰으나, 다른 간신들의 재촉이 있자, 입이 근질근질하여 결국은 그들에게 비밀을 털어 놓습니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비밀을 지킨 행세를 하기 위하여, 대놓고 얘기하지 않고, 산사나무 (aubépine) 밑을 파서 얼굴을 묻고, 거기다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이 소리는 뿌리를 타고 나무의 몸통으로 올라와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나무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 명의 간신은 마르크 왕의 비밀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일화입니다.
이 일화는 그리쓰 신화에 등장하는 미다쓰 왕의 전설과 매우 흡사하고,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어느 왕에 얽힌 전설이라고도 어디서 들었던 것도 같은데, 사실 각 나라마다 비슷비슷한 옛날 이야기가 구전되 오는 일이 종종 있지요 (콩쥐팥쥐와 썽드리용). 마르크의 경우는 순전히 그의 이름 때문에 이런 일화가 생겨났으리라는 짐작을 쉽게 해 볼 수 있습니다. 쎌트 계열 언어들에서 Marc 또는 Marc'h 는 고유명사로는 사람 이름이지만, 보통 명사로는 바로 « 말 »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베룰은 트리스떵과 이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에서 그저 이 일화를 지나가듯 이야기하고 그만이지만, 프랑쓰의 브르따뉴 지방에는 마르크와 그의 귀를 주제로 하는 보다 복합적인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흔히 말해지기를 브르따뉴는 마르크와 트리스떵의 고향이기 때문이지요. 마르크는 원래 현재 프랑쓰의 북서부 브르따뉴의 일부인 꼬르누아이으의 왕이었는데, 이 말 귀 사건이 드러나고 나서, 영국 섬으로 건너가 거기서 자신의 사촌인 아르뛰르 (Arthur) 왕에게 남서부의 작은 왕국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새로운 왕국도 꼬르누아이으라 이름지었습니다. 현대 불어에서는 원래 꼬르누아이으는 Cornouaille, 영국에 새로 생긴 꼬르누아이으는 Cornouailles 라고 합니다. 하지만 s 는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두 지명을 귀로 들어서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단어는 현대 영어에서 Cornwall 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전설일 뿐, 마르크라는 왕이 실존했던 인물인지, 정말로 브르따뉴 출신인지, 귀가 유난히 길었는지, 아일랜드의 공주와 결혼을 했었는지, 그 공주가 시조카와 사랑에 빠졌었는지, 등등은 모두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프랑쓰의 꼬르누아이으와 영국의 콘월 두 지명이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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