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edi 12 juillet 2008

마리안 (Marianne)

프랑쓰 공화국 (République française) 을 상징하는 여러 징표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마리안입니다. 마리안은 젊은 여자의 얼굴, 또는 어깨나 가슴 정도까지를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물로서, 반드시 프리지의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서양 문화에서는 추상적인 개념 (자유, 사랑, 아름다움, 정의, 희망, 등등) 을 흔히 여자의 모습으로 의인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쓰에 왕정 (royauté) 이 무너진 후, 공화정 (république) 이라는 새로운 정치 체제를 상징하기 위하여 마리안이라는 인물이 태어났습니다. Marianne 이라는 이름이 주어진 원인은 분명치 않으나, Marie, Anne 또는 Marie-Anne 등이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대표적으로 흔했던 여자 이름들이었기에, 아마도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프랑쓰에서는 마리안을 도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개는 공공 업무를 보는 시청, 구청, 기타 관공서들에 마리안 흉상이 배치되어 있으며, 프랑쓰 정부가 발행하는 모든 문서에는 마리안과 삼색기를 가지고 만든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림). 프랑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우표들은 모두 마리안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돈에도 마리안이 그려져 있습니다. 전에 아직 프랑쓰의 화폐가 프렁 (franc) 이었을 때는 물론, 외로 (euro) 화가 된 지금도 동전들의 뒷면에는 마리안이 새겨져 있습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외로 동전들의 앞면은 모두 같은 모양이되, 뒷면은 자국의 특징을 살려 디자인할 수 있게끔 되어있지요. 또 프랑쓰의 유명한 정치/시사 주간지로 마리안이라는 제목을 가진 잡지도 있습니다.

최근 십여년간의 프랑쓰 우표들 (오래된 순)
(Les photos des timbres proviennet d'ici.)

프랑쓰의 몇몇 동전 (가장 왼쪽은 프렁, 나머지 둘은 외로)


그런데 이런 그림들이 모두 마리안은 아닙니다. 마리안은 반드시 프리지의 모자를 쓰고 있어야 하며, 최대 가슴까지만 표현된 그림을 말합니다. 동전에 새겨진 그림 중 전신이 다 드러난 여자는 마리안의 일종이긴 하지만, 씨뿌리는 여자 (La Semeuse) 라고 부릅니다. 역시 프리지의 모자를 쓴 이 여자는 바람을 마주보며 걸어가면서 대지에 씨앗을 뿌리는 모습으로 구현됩니다. 이것은 아무리 힘든 역경이 있어도 자기의 임무를 꿋꿋이 다하는,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심는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 들라크르와의 유명한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역시 프리지의 모자를 쓰고 있으나, 전신이 다 드러나 있으므로, 마리안이라 부르지 않고 자유라고 부릅니다. 이 그림 역시 옛날에 프렁화 지폐에 사용되었습니다.

Eugène Delacroix, 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1830)
huile sur toile, 260 x 325 cm
Paris, Musée du Louvre
들라크르와의 얼굴과 그의 작품이 수놓인 100 프렁짜리 옛 지폐
(source de la photo)

프랑쓰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 상 역시 마리안을 기초로 디자인되었으나, 전신이 다 드러나기에, 게다가 프리지의 모자도 쓰고 있지 않기에 La Liberté éclairant le monde (세상에 빛을 밝히는 자유) 라 명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이 모든 마리안들이 다 똑같은 모습,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한 행사나 기회가 있을 때, 아니면 그저, 미리 만들어 놓은 그림이나 조각이 동이 나서 새로 만들어야 할 때, 정부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마리안의 도안을 주문하고, 때로는 아예 마리안의 모델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 년에 한번씩 유명한 여자들이 마리안의 모델로 지정되곤 합니다. 지금까지 마리안의 모델이 되었던 여자들 중에는 브리짓 바르도 (Brigitte Bardot), 꺄트린 드뇌브 (Catherine Deneuve), 미레이으 마띠으 (Mireille Mathieu), 이네쓰 들 라 프레썽쥬 (Inès de la Fressange), 레띠씨아 꺄스따 (Lætitia Casta) 등이 있습니다. 사실 특별히 공화국의 정신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라기 보다는, 뽑힐 당시 대중적인 인기가 많았고, 국외에도 프랑쓰의 미를 대표하는 인물로 어느 정도 알려졌으며, 주로 예술, 연예 계열에 종사하는 여자들입니다. 하지만 바르도나 마띠으처럼 훗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문제가 된 사람들도 있고, 또 꺄스따는 프랑쓰 공화국을 대표하는 여자로 뽑히자마자, 프랑쓰가 세금을 너무 많이 징수해서 싫다고, 낼름 영국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에 뽑혔던 에블린 또마 (Evelyne Thomas) 라는 여자는 매우 저속한 방송의 사회자였습니다. 대중들의 호기심만 도발하는 데 집중하던 이 여자는 아름다움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고, 국제적인 지명도는 전혀 없었으며, 인기가 떨어지자 방송국에서도 잘려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자, 유명인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마리안을 뽑자는 얘기도 많고, 또 흑인, 아랍인, 동양인 등 프랑쓰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을 마리안으로 내세우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마리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극히 드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평범한 국민들 중에서 마리안을 뽑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화국 정신일텐데, 불행히도 프랑쓰는 아직도 백인 중심, 그리고 예쁜 여자 중심, 그리고 돈많고 유명한 사람 중심의 사회인 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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