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죠꽁드는 레오나르 드 방씨 (Léonard de Vinci, 1452-1519) 가 그린, 정의 내리기 힘든 미소 (sourire indéfinissable) 로 유명한 초상화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무턱대고 영어를 따라 모나 리자 라고 부르지만,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La Joconde (이딸리아어로는 La Gioconda) 입니다. Monna Lisa 라는 별칭은 뒤늦게 리자 델 죠꼰도 (Lisa del Giocondo) 라는 여자가 그림의 모델이었다는 설이 나오면서 생겨났습니다. 이 설은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여 더욱 더 유력한 것으로 인정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리자 델 죠꼰도 외에도 당대의 다른 이딸리아 귀부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며, 심지어 레오나르 자신이 여자로 분장한 채 그린 자화상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아무튼 리자는 귀족 부인이었으므로 그 이름 앞에는 경칭인 madonna (불어 madame) 를 붙이는데, 옛 이딸리아어에서 madonna 는 간혹 monna [몬나] 라는 형태로 축약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딸리아어와 불어에서는 그림의 제목을 말할 때는 La Gioconda, La Joconde 라 하고, 모델의 이름을 거론할 때는 Monna Lisa 라고 합니다. mona [모나] 는 이딸리아 속어로 « 여성의 성기 » 를 칭하기 때문에, Mona Lisa 라고 쓰는 것은 아무런 뜻도, 근거도 없는, 잘못된 형태입니다. 게다가 lisa 는 « (헝겊이) 헤진, 닳은, 너덜너덜한 » 이라는 뜻의 형용사이기도 하므로, [모나 리자] 라는 말을 들으면 이딸리아 사람들은 뒤로 넘어갑니다.
한편 Gioconda 라는 말은 리자 델 죠꼰도의 성 (nom) 을 여성화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여자가 정말로 모델이었는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그저 보통 단어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gioconda, joconde 는 모두 라띠나어 jucundus [유꾼두쓰] 에서 온 말로, « 기분 좋은, 마음에 드는, 상쾌한, 매력적인 » 등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입니다. La Joconde 는 그러니까 « 매력적인 여자, (보고 있으면)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해 주는 여자 » 라는 뜻이지요.
프랑쓰의 왕 프렁쓰와 1세 (François Ier, 1494-1515-1547) 가 이 그림을 보고 바로 그런 기분을 느꼈나 봅니다. 그는 레오나르 드 방씨가 1516년 프랑쓰로 가져 온 라 죠꽁드를 곧 사들였습니다. 그 후 이 그림은 역대 프랑쓰 왕들의 개인 보물로 전수되면서, 퐁뗀블로, 베르싸이으, 루브르, 뛰일르리 등, 왕궁을 옮겨 다니며 전시되었습니다. 현재도, 박물관이 된 루브르에 걸려 있습니다.
저는 도대체 이 그림이 뭐가 그리 특별난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미 르네썽쓰 시대부터 라 죠꽁드는 수많은 찬미와 관심, 모방과 풍자, 해석과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수학자이자 울리삐앙인 에르베 르 뗄리에 (Hervé Le Tellier, 1957-) 역시 라 죠꽁드를 대상으로 하여 두 편의 책을 썼습니다. 우선 1998년 출판된 Joconde jusqu'à cent (100 까지의 죠꽁드) 는 끄노의 문체 연습을 본따, 라 죠꽁드를 99 가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책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직업, 여러 사회 신분, 계층, 나이, 유명인, 허구의 인물 등의 싯점이 포함됩니다. 99 가지 관점만이 제시되었는데도 책의 제목이 « 100 까지... » 라고 되어 있는 이유는, 책의 가장 마지막 쪽은 독자의 관점을 스스로 적도록 백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제목은 발음에 의한 말장난이기도 한데, Je compte jusqu'à cent = « 백까지 세겠다 » 고 하는 표현을 Joconde jusqu'à cent 으로 바꾼 것입니다.
2002년에 새로 나온 제 2 권, Joconde sur votre indulgence 역시 비슷한 말장난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compter 는 위의 예에서처럼 « 수를 세다 » 라는 뜻의 동사이기도 하지만, compter sur 라고 하면 « -를 믿다, -에 의존하다 » 라는 뜻도 됩니다. 따라서 Je compte sur votre indulgence 는 «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믿겠습니다 » 라는 뜻인데, 역시 je compte 와 joconde 의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하여 제목을 지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1 권에 더하여, 라 죠꽁드를 바라보는 백가지의 또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유명한 그림 라 죠꽁드를 이렇게 비웃고 풍자한 것을 용서해 달라는 의미이지요.
이 두 책은 끄노의 문체 연습 (Exercices de style) 에서 영감을 받았고, 화자의 관점에 따라 문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나, 엄격히 말해 문체 연습 (exercices de style) 은 아닙니다. 때로는 같은 그림을 바라 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이 다루어지기도 하나, 때로는 리자와 레오나르가 직접 등장하여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무대가 르네썽쓰 시대의 피렌체이기도 하다가, 현대 빠리의 꺄페나, 문제 구역의 경찰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불어 문법만 알아서는 이해가 힘들고, 문화적 상황과 맥락을 알아야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람, 시사 풍자, 인기있는 영화나 노래에 대한 암시, 말장난, 유명인들의 어투나 유행어 모방 등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 중 번역이나 긴 설명이 굳이 필요 없는 몇가지 예 :
007의 관점 (le point de vue de l'agent 007)
- Ne nous sommes-nous pas déjà rencontrés, Monsieur ?- Cond, my name is Cond. Joe Cond.
인쇄기술자의 관점
성악가의 관점
3 commentaires: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분장을 하고 그린 자화상이라는 데 한표!
그림의 주인공 누군지는 몰라도 넘 안 예쁜 아줌마야.
정말요 ? « 넘 안 예쁘진 » 않죠. 이 정도면 예쁜편 아닌가요 ? 더군다나 남자였다면 ? ^^ 아무튼, 모델이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제가 궁금한 건, 이 그림이 뭐가 그리 대단하고 신비로운가 하는 것이예요. 왜 이 그림을 가지고 그리들 난리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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