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명사이되 첫자를 소문자로 쓰면 (la bergamasque), « 베르가모에서 유래한 춤, 그 춤을 위한 음악, 노래 » 를 뜻합니다. 그런데 사실 베르가마스크를 정확히 정의내리기는 힘듭니다. 16-17세기에 유행했던 이 민속춤은 뚜렷하게 정해진 양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중들 사이에서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추어졌던 것 같습니다. 음악 역시 매우 광범위하여, 처음에는 이 춤을 반주할 수만 있다면 어떤 종류든지 간에 베르가마스크 라 불렸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간단한 선율에, 빠른 2박자, 4박자 계열의 음악이었지만요. 또한 흔히 베르가모 지방 언어로 된 가사가 붙기도 했다고 합니다.
16세기말부터 베르가마스크는 기악 음악의 한 졍르로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특징은 역시 빠른 2박자, I-IV-V-I 화성진행의 반복, 그 위에 얹혀진 간단한 선율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특징들 중 그 어떤 것도 오로지 베르가마스크에만 고유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베르가마스크는 흔히 모레스크 (mauresque) 니, 따렁뗄 (tarentelle) 이니, 쌀따렐로 (saltarello) 니, 그리고 심지어 샤꼰 (chaconne) 같은, 다른 춤곡과 자주 혼동됩니다.
많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이 베르가마스크라는 제목을 가진 기타 (guitare) 와 륏 (luth) 음악을 썼지만, 프레스꼬발디 (Girolamo Frescobaldi) 정도를 제외하면 오늘날은 대부분 잊혀진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베르가마스크 라는 제목을 가진 음악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드뷔씨 (Claude Debussy) 의 베르가마스크 조곡 (Suite bergamasque, 1890/1905) 일 것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베르가모 시와도, 춤과도, 음악 졍르와도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이 음악은 드뷔씨가 베를렌 (Paul Verlaine) 의 시집 우아한 축제 (Les Fêtes galantes, 1869) 를 읽고서 그 느낌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일 따름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 달빛 » 의 한 구절로부터 이 조곡의 전체 제목이 유래했습니다.
베를렌의 시 « 달빛 (Clair de lune) »
Votre âme est un paysage choisi
Que vont charmant masques et bergamasques
Jouant du luth et dansant et quasi
Tristes sous leurs déguisements fantasques.
Tout en chantant sur le mode mineur
L’amour vainqueur et la vie opportune,
Ils n’ont pas l’air de croire à leur bonheur
Et leur chanson se mêle au clair de lune,
Au calme clair de lune triste et beau,
Qui fait rêver les oiseaux dans les arbres
Et sangloter d’extase les jets d’eau,
Les grands jets d’eau sveltes parmi les marbres.
첫 연 (strophe) 의 대충 번역 :
당신의 영혼은 선택된 경치
그 속으로 멋부리며 지나가는 가면과 베르가마스크의 행렬
륏을 연주하며 춤추며
화려한 변장 뒤에서 슬퍼하며.
이 시의 두번째 행에 bergamasque 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것조차도 베르가모 도시나 베르가마스크 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여기서 이 단어는 그 앞 단어 masque 와 닮은 발음을 반복하고, 두 줄 밑의 fantasque 와 운을 맞추기 위한 싯적 언어일 뿐, 그 실제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à ce propos, voir Parnasse). 여기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애초에는 베르가마스크 조곡의 일부로 « 가면 (Masque) » 이라는 악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 가면 » 은 분리되어 독립된 곡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또한 조곡의 세번째 악장은 다름아닌 매우 유명한 « 달빛 (Claire de lune) » 이지요. 역시 위의 시에서 그 제목이 비롯되었습니다.
드뷔씨의 베르가마스크 조곡 중 « 달빛 »
베를렌의 시집 우아한 축제는 드뷔씨 외에 또다른 프랑쓰 작곡가 갸브리엘 포레 (Gabriel Fauré) 에게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포레의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Masques et Bergamasques, op. 112) 는 애초에는 르네 포슈와 (René Fauchois) 의 동명 제목을 가진 연극을 위한 부수 음악으로, 현재는 여덟 곡의 음악이 관현악 조곡처럼 묶여서 연주됩니다. 이 여덟 곡은 사실 모두 독립적인 작품들로, 그 중 일부는 이미 출판된 적이 있는 작품이며, 연극을 위해 새로 작곡된 음악들도 그들 사이에 어떤 밀접한 응집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모두 우아하고 감미롭고 향수어린 춤곡들 (므뉘에, 갸봇, 빠반) 로, 연극의 주제, 그리고 연극의 기원이 된 베를렌의 시집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음악들입니다. 이 중 여섯번째 곡은 역시 « 달빛 (Claire de lune) » 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위에서 인용된 베를렌의 시를 실제로 가사로 사용하는 성악곡입니다. 또한 여덟번째 곡 « 빠반 (Pavane) » 역시 매우 유명하지요.
베로닉 졍쓰 (Véronique Gens) 가 부르는 포레의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중 « 달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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