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redi 2 décembre 2009

빠반 (pavane)

빠반이라는 춤은 se pavaner 라는 동사를 낳기는 했지만, 공작새 (paon) 와는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비록 빠반이라는 춤이 마치 공작새가 거닐듯, 여유롭고 느긋하며 거만스러운 데가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실제로 이 빠반이라는 춤이 어떤 춤이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6세기 유럽 궁정에서 추워진 것은 확실한데, 실제로 안무에 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춤을 반주하던 음악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음악들의 성격이 모두 느리고, 엄숙하며, 장중한 분위기라는 점에서, 춤도 비슷한 성격을 가졌으리라 짐작해 보는 것입니다.

pavane 이라는 이름은 이딸리아어 padovana 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이 춤이 이딸리아의 도시 빠도바 (Padova) 에서 유래한 듯 싶습니다. 또는 에스빠냐가 근원지라는 설도 있는데, 그래도 이딸리아의 빠도바를 거친 다음에야 다른 곳에도 전파된 듯 보입니다. 아무튼 이딸리아, 프랑쓰, 에스빠냐, 그리고 심지어 독일의 궁정들에서 16세기 내내 유행하였는데, 특히 영국에서는 기악 음악의 한 형식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버드 (Byrd), 기본쓰 (Gibbons), 다울랜드 (Dowland), 등등이 빠반이라는 건반악기 작품을 정말 많이 남겼지요. 이런 사람들의 작품에서 느리고 4박자 또는 2박자 계열의 빠반은 대개 더 빠르고 즐거운 3박자 계열의 다른 춤과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갸이야르드 또는 쌀따렐). 영국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빠반은 흔히 pavan, paven, pavin 이라고 표기되기도 합니다.

보다 현대로 가까이 와서도 몇몇 작곡가들이 빠반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쌍썽쓰 (Camille Saine-Saëns) 의 빠반이 있고, 또 포레 (Gabriel Fauré) 의 빠반도 매우 유명하지요. 하지만 아마도 가장 유명한 빠반은 라벨 (Maurice Ravel) 이 작곡한 죽은 인판따를 위한 빠반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일 것입니다. 이러한 빠반들은 물론 르네썽쓰 시대의 양식과는 매우 다르지만 그래도 역시 빠반의 특성을 잘 살려서, 느리고 무거우며 엄숙하면서도, 상당히 너울너울 춤 분위기가 나는 걸작들입니다.

포레의 빠반, op.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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