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성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관객은 물론 배우를 위해서도 꼼메디아 델라르떼에는 어느 정도 관습과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꼼메디아 델라르떼에는 일정한 수의 정해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은 어느 작품이든지 간에 항상 같은 성격, 말투, 사회적 지위, 출신 지역, 외모 (옷차림과 가면) 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요소들이 많이 바뀌더라도 관객들은 쉽게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꼼메디아 델라르떼의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아를레끼노 (Arlecchino) 는 베르가모의 낮은 도시에서 태어난 가난한 시종으로, 순진하지만, 좀 멍청하고, 게으르며, 항상 먹을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는데, 이것 역시 가난하다보니 여러 천조각으로 옷을 기워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André Derain, Arlequin et Pierrot (1924)
Musée de l'Orangerie, Paris
Musée de l'Orangerie, Paris
반면 브리겔라 (Brighella) 는 베르가모의 높은 도시 출신으로, 역시 가난한 시종이지만 아를레끼노와는 달리 매우 꾀가 많고 돈을 밝힙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를레끼노와 브리겔라 사이의 이러한 대조는 실제로 르네썽쓰 시대에 베르가모의 높은 도시 사람들은 보다 영악한 면이 있고, 낮은 도시 사람들은 더 순박한 것으로 통했던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또다른 유명한 인물인 빤딸로네 (Pantalone) 는 베네치아의 부유한 상인으로, 욕심 많은 구두쇠 노인입니다. 항상 젊은 여자들을 추근대다가 봉변을 당하고, 아를레끼노나 다른 시종들에게 놀림을 받습니다. 그의 이름은 pianta leone, 즉 « 사자를 심다 » 라는 표현에서 왔는데, 이것은 베네치아가 번성하면서 공화국의 상징인 날개달린 사자가 그려진 깃발이 도처에 심어진 것에 대한 풍자입니다. 빤딸로네는 항상 긴 바지를 입고 등장하기에, 그의 이름은 불어에서 아예 « 바지 » (pantalon) 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빤딸로네는 비둘기 (colomba) 처럼 귀여워하며 키운 양녀 꼴롬비나 (Colombina) 를 부유한 귀족 집안에 시집 보내려 하지만, 그녀는 오로지 아를레끼노만을 사랑합니다. 매우 활발하고 명랑하면서도, 현명하고 신중한 꼴롬비나는 번번이 지혜롭게 아버지의 계획을 무산시킵니다.
그외에도 나뽈리 민중을 대표하는 뿔치넬라 (Pulcinella), 밀라노 지방 농부인 메네기노 (Meneghino), 군인 스빠벤따 (Spaventa) 대장, 그의 조카인 허풍선이 스까라무챠 (Scaramuccia), 볼로냐 출신의 박사 발란쪼네 (Balanzone), 아를레끼노의 프랑쓰 친구인 삐에로 (Pierrot) 등등, 여러 인물들이 더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묘사한 극히 기본적인 특징들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차차 발전하여, 때로는 보다 복합적인 성격을 갖기도 하고, 원래와는 조금 동떨어진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였습니다. 꼼메디아 델라르떼는 유럽 전체에서 유행했었지만, 특히 프랑쓰와 이딸리아에서 16-18세기 동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꼼메디아 델라르떼의 인물들은 애초의 시작과는 달리 완전하게 쓰여진 연극 작품 속에도 종종 등장하며, 오뻬라에도 여러 인물들을 낳았고, 음악가들과 화가들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꼼메디아 델라르떼는 또한 무언극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며, 넓은 의미에서는 오늘날의 영화와 텔레비젼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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