륏은 현대의 기타 (guitare) 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현악기로, 고대부터 여러 문명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유럽의 륏은 중세에 아랍 문화권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그 때문에 악기의 이름에도 아랍어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luth 이라는 불어는 아랍어 ud 에서 왔는데, 이것은 물론 악기 자체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 (재질로서의) 나무 »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악기의 주 재료가 나무이기 때문이지요. 아랍어에서 이 단어는 악기 외에도 나무로 만든 다른 물건들, 예를 들면 « 탁자 » 따위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이 단어에 정관사 al 을 붙이면 al ud 가 되는데, 이 표현이 유럽으로 건너오면서, 특이하게도 이번에는 첫글자 a 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azimut, hasard, aubergine, abricot 에서 보았듯이, 아랍어 정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불어 어휘들에서 문제가 되는 글자는 대개는 l 이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륏은 대략 13세기 무렵부터 서양 음악에서 매우 인기있는 악기가 되었는데, 워낙 종류가 다양했기 때문에, 단 한마디로 어떤 악기라고 정의 내리기는 힘듭니다. 모양과 크기도 가지 각색이었고, 줄의 수, 조율법, 연주법도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 중세 문헌에서 륏이라고 하면 사실 어떤 특정한 악기가 아니라, 현악기 전체를 뜻하는 포괄적인 명사로 이해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불어에서는 지금도 luthier 는 륏 뿐 아니라, 바이올린, 첼로, 기타, 멍돌린 등등 모든 종류의 « 현악기를 만들고 파는 사람 » 을 뜻합니다. 반면 luthiste 는 오로지 « 륏 연주자 » 만을 뜻합니다.
13세기의 유명한 성가 모음집 Cantigas de Santa Maria (성모의 노래) 의 한 필사본 (Bibliothèque de l'Escurial, J. b. 2) 에 실린 륏으로 추정되는 악기의 그림. 여기서는 륏이 훗날의 륏과 매우 닮은 모양을 가졌지만, 실제로 중세 필사본에서 발견되는 륏 그림들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르네썽쓰 시기를 지나면서 륏은 차차, 배를 반 쪽으로 자른 모양에, 여섯 개의 줄을 달고, 짧은 손잡이를 갖추었으며, 그 끝이 뒷쪽으로 꺾어진 모습으로 굳어져 갔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 사진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배를 반쪽으로 잘라서 만든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륏에는 여전히 여러가지 변수가 많았습니다. 우선 줄의 수가 여섯 개라고 했지만, 사실은 각각의 음을 내는데 두 개의 줄이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줄은 흔히 이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대개는 열한 개의 줄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2 + 2 + 2 + 2 + 2 + 1. 하지만 이 역시 시대와 지역별로 조금씩 달랐습니다. 각각의 줄을 어떤 음으로 조율하는 가도 오래동안 변동이 심했는데, 1640년 이후로는 프랑쓰의 작곡가였던 드니 고띠에 (Denis Gaultier, 1600 ?-1672) 의 규칙을 따라 라1 - 레2 - 파2 - 라2 - 레3 - 파3 로 조율하는 관습이 굳어졌다고 합니다. 드니 고띠에 외에도 16세기부터 18세기 말까지 유럽 각국에는 륏 음악 전문 작곡가들이 매우 많았는데, 불행히도 오늘날에는 대부분 잊혀진 이름들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여전히 종종 연주되는 작곡가는 필경 죤 다울랜드 (John Dowland, 1562-1626) 일 듯 싶습니다.
John Dowland, Fortune my foe, P 62, interprété par Valéry Sauvage
Inscription à :
Publier les commentaires (Atom)
1 commentaire:
아무래도 미국 주 이야기보다는 먹을 거나 음악 이야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 루트 이야기 재밌게 읽었어.
Enregistrer un comment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