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얘기 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십여일이 흘렀나 봅니다. 아무튼 부활절은 프랑쓰에서 성탄절 다음가는 커다란 전통 명절입니다. 물론 기원은 종교적인 명절이지만 사실상 현대에는 교회에 아주 극성적인 사람들 빼고는 이런 명절들에서 큰 종교적 의미를 찾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대부분은, 가족들끼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적인 명절로 여기지요. 마치 우리나라의 명절들도 대부분 유교적 전통에서 기원했지만, 오늘날 유교에 연연해 하는 사람들이 드문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부활절에 학생들은 대부분 일이주 정도의 방학을 갖고, 직장인들도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삼사일간의 휴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식구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시골에 있는 부모님을 방문한다거나 하면서, 부활절 연휴를 즐깁니다. 그리고 흔히 쇼꼴라 (chocolat) 로 만들어진 달걀 (œuf) 과 종 (clochette), 그리고 어린 양고기 (agneau) 를 먹지요.
불어로 부활절은 Pâque(s) 이라 합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두가지 Pâque(s) 이 있습니다. 단수로 (la) Pâque 이라고 하면, 유대교의 명절로, 유대인들이 에집트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는 것이라 합니다 (성서 출애굽기 참고). 불어의 Pâque 은 라띠나어 pascua 에서 왔고, 이 말은 그리쓰어 paskha 에서, 그리고 이 말 자체는 헤브르어 pesah 를 그리쓰어화 시킨 것이라 합니다. pesah 라는 말은 헤브르어로 « 통과 » 라는 뜻이라는군요. 즉, 에집트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의미.
한편 복수로 (les) Pâques 이라 하면,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명절을 지칭합니다. 프랑쓰에서 국경일로 정해진 명절은 이 부활절이죠. (유대교의 부활절은 날짜가 다르다고 합니다.) 부활절에는 joyeuses Pâques 이라는 인사를 합니다. 형용사 (joyeuses) 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때 Pâques 은 여성 복수로 쓰인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애매한 것은 복수의 Pâques 전체가 (마지막 s 까지 포함하여) 남성 단수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절대로 le Pâques 이라고 남성 단수 관사를 붙이지는 않습니다. 한 문장을 예로 들어 보면, Pâques est célébré hier. 즉 앞에 남성 단수 관사는 붙이지 않지만, 뒤에 동사의 변화를 보면 남성 단수로 쓰였음을 알 수 있죠. 이것은 사실상 le jour de Pâques 의 줄임말입니다. 그런데 여성 복수일 때도 관사 따위를 붙이는 일은 드뭅니다. 그리고 흔히 첫자를 대문자로 쓰기 때문에, 거의 고유명사라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은 Noël 도 마찬가지)
Pâques 에 해당하는 형용사는 pascal 입니다. 보다시피, 이 때는 원래 라띠나어의 s 가 살아나고, 대신 a 위의 ^ 가 사라집니다. pascal 의 남성 복수는 두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즉 s 만 붙이는 pascals 과, -l 로 끝나는 단어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음화 현상 때문에 pascaux 가 되기도 합니다. 여성형은 pascale, 여성 복수는 pascales 로 별다른 문제가 없구요. 프랑쓰에서 매우 흔한 인명인, Pascal, Pascale, Pascaline 따위는 모두 여기서 비롯된 이름들입니다. (프랑쓰에서는 Noël, Noëlle 이란 이름도 매우 흔합니다.)
그리고 부활절 무렵에 피는 꽃이라 해서, pâquerette 이라 불리는 꽃이 있습니다. 흔히 봄에 잔디밭을 보면 드문드문 피어 있는 작은 잡초 꽃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 예쁩니다.
빠크렛과 빠크렛이 피어 있는 잔디밭
Pâquerette 은 또, 여자 이름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꼬부랑 할머니들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쓰의 재미있는 속담 중, Noël au balcon, Pâques au tison 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 성탄절을 발꽁에서 보내면, 부활절은 난로 앞에서 보내게 된다 » 라는 뜻입니다. 즉,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봄에는 춥다는 말. tison 은 엄격히 말하면 « 난로 » 가 아니라, 난로 속에서 타고 있는 « 땔감나무, 장작 » 이란 뜻이고, 위의 속담에서는 단수로 써도 되고, 복수로 써도 된답니다 (... aux tisons). 매년 보면, 이 속담이 맞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안 그런 것 같습니다. 성탄절 무렵도 따뜻했는데, 부활절에도 따뜻하고 하늘이 맑네요.
1 commentaire:
happy easter!
거긴 따뜻하구나. 네가 따뜻하다고 하면 정말 따뜻한 날씨일텐데. 여긴 오늘 눈왔다. 많이는 아니지만. 빨리 봄이 왔음 좋겠어. 날씨는 추운데, 잠은 자꾸 느는게,
봄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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