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뽀를 창시한 장본인이기도 한 프랑쓰의 작가 레몽 끄노 (Raymond Queneau, 1903-1976) 는 J. S. 바흐의 퓌그의 예술 (L'Art de la fugue = Dis Kunst der Fuge) 에서 영감을 받아 문체 연습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퓌그의 예술은 미완성으로 남은 바흐의 최후 작품으로써, 간단한 단선율 주제 하나를 약 스무가지 (미완성이기 때문에 출판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음) 의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이를 위해 바흐는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 부었으며, 따라서 퓌그의 예술은 바흐의 작곡술을 총망라한, 그의 최고 걸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입니다.
끄노는 문체 연습을 통해서 비슷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극히 간단하고 평범한 이야기 — 버쓰 안에서 한 청년이 옆 승객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빈자리가 나자 그리로 가서 앉고, 몇 시간 뒤 그는 쌍-라자르 (Saint-Lazare) 역 앞에서 친구와 만나, 옷에 단추를 새로 달아야겠다는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가 아흔아홉 가지 방식으로 반복됩니다. 그 중에는 간결체, 화려체, 감탄체, 의문체 등 실제로 좁은 의미에서 문체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아예 문학 졍르 자체가 바뀌기도 합니다 : 다양한 형식의 시, 희곡, 산문 등... 또는 일인칭으로 본 주관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하면, 삼인칭의 객관적인 묘사, 의학적 분석, 사전적 정의 등, 화자의 시점에 따라 문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 화자의 국적에 따라, 외국어를 흉내낸 어투 (영어, 이딸리아어...) 도 있고, 전문 용어, 직업 용어, 은어, 속어, 욕설, 고유명사 등으로만 작성되기도 하였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오로지 부정문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또 다른 경우에는 역순으로 이야기를 회상해 올라갑니다. 그런가하면 특정한 감각에 촛점을 맞춰, 유난히 냄새, 맛, 촉감, 시각, 청각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기도문, 공식 편지, 전보, 대화, 독백 등 다양한 문체와 어투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일정한 원칙에 따라 글자를 전환시키거나, 단어의 순서를 바꾸거나, 글자를 빼고 집어 넣는 등 울리뽀 특유의 말장난들도 등장합니다.
99가지 문체 중 대부분은 책의 한두 쪽을 차지하지만, 어떤 문체는 단지 세네줄로 본질적인 이야기를 다 끝내는가 하면, 어떤 문체로는 똑같은 이야기가 네다섯 쪽에 이르도록 길고 상세하게 전개됩니다.
문체 연습의 몇몇 단락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의 순서와는 무관) :
- Notations « 기록 »
- Surprises « 놀람 »
- Analyse logique « 논리 분석 »
- Moi, je « 나는 말이지... »
- Ampoulé « 과장 »
- Désinvolte « 경박 »
- Philosophique « 철학 »
- Permutations par groupes croissants de mots « 증가 순에 따른 단어 교체 » (울리뽀의 말장난의 일종)
- Antonymique « 반대말 »
- Contre-petteries « 꽁트르뻬트리 » (글자의 위치를 바꾸는 말장난의 일종)
- Gastronomique « 요리 »
- Interjections « 감탄사 »
- Ignorance « 무지 »
- Prière d'insérer « 첨가하시오 »
- Onomatopées « 의성어 »
- Lettre officielle « 공식 편지 »
3 commentaires:
책표지가 귀엽다.
여기는 서울.
와, 누나 좋겠다. 형 만나서. 형은 잘 지내겠지요 ? 한국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보내세요.
이제 hb이 돈 버니까, 네가 한국 오면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는데...난 여기선 1월 중순까지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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