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tere 에서 파생된 말들과는 무관하게, 현대 프랑쓰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 보내다 » 라는 동사는 envoyer 입니다. 이 말은 en- + voie (길) + -er (1군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로 구성되어서, « 길에 놓다, 길을 떠나게 하다, 보내다 » 라는 뜻이지요. 이딸리아말로는 inviare 라고 하고,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구성된 합성어 입니다. in- + via (길) + -are (1군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길에서 벗어난 경우, 길을 똑바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경우에는 en- 을 dé- 로 대체하여, dévoyer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어 단어는 도덕적인 의미로만 쓰입니다 : « 정도에서 벗어나다 ». 범죄를 저지르거나, 문란한 생활을 할 경우 쓰는 말이지요. 실제로 물리적으로 길을 돌아서 가는 경우에는 dévier 라는 단어를 씁니다.
이딸리아말로도 deviare 라고 하면 « 실제로 우회하다 » 라는 뜻이고, « 도덕적 의미로 우회하다 » 라고 할 때는 traviare 라고 합니다. tra- 라는 말은 라띠나어 trans 가 줄어서 생긴 접두사로, « 넘다, 가로지르다, 건너다 »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즉 traviare 는 « 정도를 똑바로 걸어가지 않고 그 밖으로 넘어서 옆길로 갔다 » 는 말이지요.
traviare 의 과거분사가 traviato, 여성형은 traviata 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관사를 붙여서 명사화 시키면 la traviata 가 되지요. 베르디의 오뻬라 La Traviata 는 한 꾸르띠잔 (courtisane = 일종의 고급 창녀) 의 얘기를 주제로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라 트라비아따가 무슨 뜻인지, 왜 우리 말로 번역을 안 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딱 한 마디로 번역하기가 힘든 말이더군요. 물론 간혹 « 춘희 » 라고도 하지만, 그것도 정말 딱 들어 맞는 말은 아니고, 그렇다고 « 정도를 걷지 않고 옆길로 샌 여자 » 라고 할 수도 없을테고 말이죠.^^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여자가 올바른 길을 걷지 않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사실은 실존 인물이었답니다. 원래 이름은 알퐁씬 쁠레씨 (Alphonsine Plessis).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고생스러운 막일을 많이 하다가, 미모 덕분에 한 부자의 눈에 들어 그 때부터 빠리의 상류 사회를 드나들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뒤늦게 공부도 많이 해서, 당대 꾸르띠잔들 중 가장 교양이 뛰어났다는 평을 들었고, 수많은 작가, 철학가, 음악가들이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지요. (그 중 떼오필 고띠에, 알렉썽드르 뒤마 피쓰, 프란츠 리스트...) 그리고 이름도 마리 뒤쁠레씨 (Marie Duplessis) 로 바꾸었답니다. 차마 de 를 붙이지는 못하고, du 라도 붙이면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일까 해서 그랬나 봅니다. 그러다가 아제노르 드 그라몽 (Agénor de Gramont) 과 사랑에 빠졌고, 프랑쓰의 매우 오래된 귀족 가문인 드 그라몽 집안에서 이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는 바람에 결국 헤어졌지요. 실제로 두 젊은 연인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뻬라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헤어진 후로는 각자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마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도 하였었으나 얼마 못가 이혼하고, 결국은 스물 세 살의 나이에 폐병에 걸려 죽었고, 아제노르는 나뽈레옹 3세의 치하에서 외교관, 외무부 장관, 등을 지내며 오래도록 떵떵거리며 살았지요. 게다가 외교를 잘 못하는 바람에 독불 전쟁 (1870) 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기도 했답니다.
알렉썽드르 뒤마 피쓰는 직접 마리 뒤쁠레씨의 연인이기도 했었는데, 그녀의 죽음 이후 그녀와 아제노르 드 그라몽 사이의 사랑을 주제로 La Dame aux camélias (동백 부인) 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소설을 개작하여 희곡으로 바꾸었고, 베르디의 오뻬라는 바로 이 희곡판을 기본으로 하지요. 뒤마는 자기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Marguerite Gautier 와 Armand Duval 이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베르디의 오뻬라에서는 Violetta Valéry 와 Alfredo Germont 으로 이름이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각본가 삐아베(Francesco Maria Piave) 가 구상해 낸 이 이름들은 조금 웃긴 것이, 이름은 이딸리아식이고 성은 불어식이죠. (비올레따의 친구인 Flora Bervoix 역시)
1963년, 프레데릭 애쉬튼 (Frederick Ashton) 이 마곳 폰테인 (Margot Fonteyn) 을 위해 안무한 발레, 마르그릿과 아르멍 (Marguerite and Armand) 에서는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시 뒤마가 지은 이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실제 인물은 현재 빠리의 몽마르트르 묘지에 알퐁씬 쁠레씨라는 본명으로 묻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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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aires:
라 트라비아따가 그런 뜻이구나.
처음 알았어.
그나저나, 미국 대학내에서 큰 총격 사건이
난건 알고 있지? 남의 일 안같아서
며칠 마음이 좀 그랬지만..어쩌겠어.
산 사람은 사는 거고...
그래도 괜히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 해보고 그런다. 다들 무사하게, 건강하게,
가능하면 많이 행복감 느끼면서 살아야지.
너도,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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