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anche 10 février 2008

크렙 (crêpe)

걀렛 데 르와를 먹는 철이 끝나면 프랑쓰에서는 크렙을 먹는 철이 시작됩니다. 사실 크렙은 프랑쓰 사람들이 일년 내내 즐겨 먹는 음식이긴 하지만, 특히 2월 2일, 즉 주의 봉헌 축일 무렵에는 꼭 크렙을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때가 되면 갑자기 크렙 자체는 물론, 크렙 전용 프라이팬 (poêle à crêpe), 크렙을 얇게 굽는 기계 (crêpière électrique), 미리 다 만들어진 크렙 반죽 (pâte à crêpe) 등을 도처에서 파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주의 봉헌 축일 (fête de la présentation de Jésus au Temple) 은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친 행사를 기념하는 것으로, 유대교의 관습에 의하면 첫아들은 태어난지 사십일째 되는 날 신에게 봉헌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모가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왔는데, 성서에 의하면 이 때 씨메옹이라는 노인이 아기를 보고는 세상의 빛이라고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천주교에서는 일찍부터 이 날을 빛과 연관시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는 이 날 초를 들고 순례 행진을 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하며, 지금도 천주교회에서는 이 날, 앞으로 1년간 성당에서 사용할 초를 축성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프랑쓰에서도 이 날을 흔히 Chandeleur, 즉 초의 축일 (fête des chandelles) 이라고 부릅니다. 성탄절이 12월 25일로 정해진 후로, 주의 봉헌 축일 또는 초의 축일은 그로부터 사십일 째 되는 2월 2일에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크렙은 그리스도교와는 상관 없이 이미 로마 시대부터 먹던 부침개의 일종이었는데, 왜 프랑쓰에서는 둘 사이에 밀접한 결합이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매우 오래된 음식인 크렙은 그 이름도 로마어 crispus 로부터 왔습니다. 이 말은 « 쪼글쪼글한 » 이라는 뜻의 형용사인데, 크렙은 매우 얇아서 쉽게 주름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크렙 반죽을 위한 재료 :
  • 밀가루 250 그람
  • 우유 반리터
  • 달걀 3
  • 식용유 (또는 녹인 버터) 2 큰술
  • 설탕 2 큰술
  • 소금 약간

크렙 만들기 :
  1. 큰 그릇에 밀가루를 쏟아 붓고 가운데에 우물을 팝니다. 여기에 우유의 절반 (25 cl) 을 넣고 주걱으로 차츰차츰 섞습니다.
  2. 달걀 세 개를 풀어서 반죽에 섞은 후, 기름, 설탕, 소금을 넣습니다.
  3. 나머지 우유를 천천히 부어 가며 섞습니다. 여기에 럼 같은 술이나 바닐라 향, 오렌지 향 등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4. 반죽이 상당히 묽기는 하지만, 너무 줄줄 흘러도 안됩니다. 이러한 반죽을 상온에서 한두시간 내버려 둡니다.
  5. 반죽이 휴식을 취했으면, 넓고 얕은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고 버터를 살짝 두릅니다. 여기에 반죽을 반 국자 정도 붓고, 재빠르게 프라이팬을 사방으로 기울여 반죽이 고르게 퍼지도록 합니다. 사실 집에서 프라이팬을 가지고 크렙을 만들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이 과정입니다. 반죽의 농도, 불의 세기, 프라이팬을 돌리는 손놀림 등에 따라, 얇고 섬세한 크렙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두툼한 빈대떡이 되버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솜씨를 연마하는 수밖에 없지요.
  6. 크렙은 금방 익습니다. 몇 초만 지나면 가장자리가 저절로 일어납니다. 그러면 크렙을 뒤집어 또 몇 초간 굽습니다. 가능하면 만들어지는 즉시 따뜻할 때 먹는 것이 맛있지요. 그저 설탕만 뿌려서도 먹고, 과일잼, 꽁뽀뜨, 생과일, 여러 종류의 크림들 : 셩띠이, 프렁지빤, 크렘 빠띠씨에르, 아이스크림, 등등을 얹기도 합니다. 또 크렙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 향이 짙고 독한 술에 불을 붙여 크렙 위에 부으면, 잠시후 알콜은 모두 날아가고 은은한 향만 남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flamber 라고 하며, 크렙 외에도 여러 음식에 적용되는 요리 방식입니다.

크렙을 상에 낼 때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반, 또는 반의 반으로 접기도 하고, 또는 돌돌돌 말기도 하며, 가장자리들만 접어서 네모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렁 마르니에로 플렁베한 크렙 (crêpe flambée au Grand Marnier)

4 commentaires:

Anonyme a dit…

아, 맛있어 보인다.
예전에 베르사이유에 가서 너랑 먹었던 크렙(이라고 쓰고 끄레페라고 읽음)도 맛있었는데...정확히 뭔지는 기억 안나지만. 메인과 디저트용 크렙이 달랐던 게 기억나.

Anonyme a dit…

안그래도 그 얘기 내일, 아니 벌써 오늘이구나, 아무튼 자고 일어나서 쓸 생각이었는데... 누나가 벌써 다음 편을 예견하고 있었구나 ! 그런데 왜 크레페라고 읽으세요 ? 누나만 그런게 아니라 한국사람들은 많이들 그렇게 하는 거 같던데... 어디서 온 발음인지 ?

Anonyme a dit…

아마 일본에서 건너온 거 아닐까
일본에 크레페 가게가 많은 듯

Anonyme a dit…

그냥 지나가는 한 일본인인데요..
일본어에서는 クレープ 즉 쿠레푸 입니다
어디서 와전됐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크레페 무지무지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