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화요일의 다음날을 재의 수요일 (mercredi des cendres) 이라고 합니다. 이 날 꺄똘릭 신자들은 실제로 머리에 재를 바릅니다. 옛날에는 아예 재를 뒤집어 썼다고 하는데, 요즘은 살짝 이마에 재를 바르는 듯 하다가 마는 정도지요. 어쨌건, 재를 바르는 이유는 인간은 한낱 잿가루에 불과한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랍니다.
« 재 » 를 불어로 cendre 라고 하는데, 여기서 비롯된 유명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Cendrillon. 썽드리용은 샤를 뻬로 (Charles Perrault) 가 지은 동화의 주인공으로, 계모와 의붓언니들의 심술 때문에, 공주처럼 살다 말고 일약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하녀로 전락합니다. 하루 종일 괴롭힘을 당하고 난 썽드리용은 부엌의 난로가 옆에 쭈그리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그 때문에 치마 뒤에 재가 묻어 있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걸 보고 집안 사람들이 그녀를 Cul-cendron, 즉 « 재 묻은 엉덩이 » 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첫째보다는 조금 덜 사나운 둘째 언니 만이 Cul-cendron 보다는 Cendrillon 이라는 별명이 더 귀엽다 하여, 그녀를 썽드리용이라 부릅니다.
이 동화가 각 나라 말로 번역되면서, 이딸리아말로는 Cenerentola, 독어로는 Aschenputtel 이라 옮겨졌는데, 두 경우 모두 « 재 » 를 뜻하는 단어 (각각 cenere, Asche) 에서 파생된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오로지 Cinderella 라는 영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지요. 저는 이런 것이 매우 이해가 안 갑니다. 영어를 쓰다 쓰다 못해, 제 3 국의 인명과 지명 같은 고유명사까지도 모두 영어화시켜서 써야만 하는 것일까요 ? 국어를 사랑하고, 다른 외국어도 많이 공부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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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aire:
신데렐라가 재투성이 아가씨, 뭐 이렇게도 불려서 그런줄은 알았는데, 확실히 이름에 "재"가 들어가있는줄 몰랐네.
근데, 지명, 인명 등의 외국어 표기법은 사실 언제나 문제거리가 되는 것 같아.
그걸 어원이나 기원만 따져볼 수도 없는 것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경로도 아주 중요하거든.
너도 당연히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나라에서 외래어 표기법 같은 것도 만들고 그러잖니. 표준화된 것은 당연히 원래의 것과는 다른 gap을 만드는 거고.
예를 들어, 네가 캬똘릭이라고 쓰지만, 요새 한국에서는 가톨릭이라고 쓰나, 카톨릭이라고 쓰나. 어쨋거나, 그렇게 표준화된 단어는 사람들의 헷갈림을 방지하는 면이 있지. 그것의 어원이나 소리와 얼마나 일치한는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그래서, 예전에 연감 만들때도, 일일이 단어들의 외래어 표기법을 참조해서 고치고 그랬던 것 같아.
예전에도 한번 너랑 이런 문제로 이야기한 듯 한데, 너는 최대한 원래 소리에 가깝게, 나야 그냥 대세를 따르는 입장이었던 듯. 어쨋거나, 외래어가 어떻게
옷을 입고 있건간에, 그 뒷 이야기를 블로그 같은데서 듣는 건, 참 재밌는 일인 것 같아.
p.s. 금식 말고 밥 잘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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