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ool 과 khôl, magasin 과 magazine 은 그 모양과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는 짐작을 쉽게 해 볼 수 있으나, 때로는 chiffre 와 zéro 처럼, 첫눈에는 상관없어 보여도, 사실은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있습니다. 불어로 « 숫자 » 를 뜻하는 chiffre 와, 숫자 중에서도 특별히 « 0 » 을 뜻하는 zéro 는 모두 아랍어 sifr 로부터 왔습니다.
아랍어 sifr 는 원래 « 무, 아무 것도 없는 상태, 비어있음 » 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숫자 0 의 이름인데, 10세기 후반에 제르베르 도리약 (Gerbert d'Aurillac, 940 ? - 1003) 에 의하여 아랍 숫자, 보다 정확히는 인도-아랍 숫자가 유럽에 소개된 후, 차차 숫자 체계 전체를 뜻하는 말로 변했습니다. 제르베르 도리약은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 음악학자, 신학자로서 큰 명성을 누렸을 뿐 아니라, 프랑쓰에 꺄뻬씨앙 왕조를 앉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랑쓰의 주교가 되었고, 심지어 씰베스트르 2세 (Sylvestre II) 라는 이름으로 교황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아랍 숫자를 보편화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약 이백여년 뒤에 아랍 숫자는 다시 한번 유럽에 도입됩니다. 13세기 초반 아랍 숫자를 재수입한 사람은 유명한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Leonardo Fibonacci 또는 Leonardo Pisano 또는 Léonard de Pise, 1175 ? - 1240 ?) 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술에서 아랍어 sifr 를 zephyrum 이라는 형태로 라띠나어화 시켰습니다. 이 단어가 이딸리아어에서 zefiro 라는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zefiro 가 줄어서 zero 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zero 라는 형태가 이딸리아어 문헌에 등장하는 것이 1449년 무렵이며, 이것을 그대로 수입한 프랑쓰에는 1485년 등장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보나치가 제르베르에 뒤이어 아랍 숫자의 편리성을 다시 설명한 후에도, 아랍 숫자가 널리 알려지는 데에는 또다시 이백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 때도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자주 쓰였지 완전히 대중화 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 때문에 중세의 필사본들을 보면 아주 후반기에 쓰여진 것들이더라도 여전히 로마 숫자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글자로 다 풀어 쓴 경우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무튼 chiffre = zé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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