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edi 12 septembre 2009

héros, héroïne, héroïne, héro

« 영웅 » 을 뜻하는 불어 단어 héros 는 [에로] 처럼 발음됩니다. 즉 다른 모든 불어 어휘들처럼 첫글자 h 는 소리나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통에 의해, 마치 h 의 음가가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런 아쉬들을 유성 아쉬 (h aspiré) 라고 부르지요. 불어를 조금이나마 공부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렇게 유성 아쉬로 간주되는 단어들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들과 동등한 취급을 받습니다. 따라서 모음 축약을 하면 안되지요. 즉 정관사와 함께 쓸 때, *l'héros 라고 쓰면 절대 안되고, le héros 라고 써야하며, 발음도 [르] 잠깐 쉬고 [에로] 라고, 분명히 두 단어 사이를 띠어서 읽어야 합니다. 복수 les héros 도 [레 제로] 라고 리에종하여 읽으면 안되고, [레 에로] 라고 발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여기까지는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문제는 héros 의 여성형인 héroïne 입니다. 이 단어는 비록 héros 에서 파생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무성 아쉬 (h muet) 로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첫글자가 자음이 아니라 모음인 듯 여겨지는 것이지요. 즉 정관사와 붙여 쓰면 *la héroïne 이 아니라, l'héroïne [레로인] 이 되며, 복수 les héroïnes 은 [레 제로인] 이라고 연결하여 읽습니다.

그 뿐 아니라 형용사 héroïque « 영웅다운 », 부사 héroïquement « 영웅답게 », 또다른 파생 명사 héroïsme « 영웅으로서의 자질, 영웅다움, 용기 » 등등은 모두 무성 h 로 시작하는 단어입니다.

héroïne 은 « 여자 영웅 » 을 뜻하는 것 외에 전혀 엉뚱한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즉 모르핀에서 얻은 화학 약품 « 에로인 » 을 가리키지요. 화학적으로 보다 정확한 용어는 diacétylemorphine. 디아쎄띨모르핀이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 약품을 취하면 영웅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해서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Heroin 이라 불린 것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독어에서는 [헤로인], 즉 h 가 분명히 발음되는데도 불구하고, 불어에서는 h 가 무성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의미일 때도 역시 l'héroïne.

그리고 이 약물이 마약으로 널리 퍼지면서 그 명칭도 짧아져, 오늘날 젊은 프랑쓰 사람들은 흔히 héro 라고 부릅니다. 물론 h 는 여전히 무성이므로 축약하면 l'héro.

결국 알고 보면, 이 모든 파생어들의 원형인 héros 만이 예외인 셈입니다.

mardi 28 juillet 2009

제물포의 영웅들 (Les héros de Chemulpo)

오페라의 유령, 룰따비으 연작 등 많은 소설을 지은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는 그외에도 특이한 저작 하나를 남겼는데, 제목이 제물포의 영웅들 입니다. 졍르를 명쾌히 정의하기 힘든 이 책은 일종의 보고서 또는 증언록이라 말할 수 있는데, 거기에 약간의 소설적 요소가 가미되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빛이 바랜 느낌이 풀풀나고, 독창성이나 창조성이 돋보이기 보다는 그 유치함에 절로 살며시 미소가 떠오르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100여년 전에 살았던 프랑쓰의 작가 르루가 한국을 알고 있었나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책을 몇 쪽만 읽고 나면, 한국은 전혀 그의 관심이 아니었음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제목의 제물포 는 인천을 가리키는 게 맞지만, 영웅들 이란 제물포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패한 러시아 장교와 군인들을 칭송하는 용어인 것입니다. 1904 년 일본 측의 공격으로 우리 나라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난 제물포 전투는 러일전쟁의 시작이 되었으며, 당시 극동 지역에 주둔해 있던 많은 서구 세력들에게 목격되어 상당한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특히 선전포고도 없이 국제법을 어기면서, 중립지역이었던 제물포에서 러시아를 공격한 일본군의 만행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 듯 합니다. 그렇다면 르루도 그 중 한 명으로 한국에 와 있었던 것일까요 ?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기자였으니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니었습니다. 르루는 제물포 전투에서 살아 남아 돌아오던 러시아 군인들을 쒸에즈 운하 (Canal de Suez) 의 싸이드 항 (Port Saïd) 에서 만나, 그들의 배를 함께 얻어타고 마르쎄이으로 돌아오면서 군인들을 면담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러시아인들의 증언을 옮긴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면서 증언에 보다 생동감을 주려 했는지, 대화체와 소설적인 서술법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르루가 한국에 온 것도, 한국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책이 당시의 상황을 충실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역사 자료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소설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가미되어 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공정성,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저는 동양 근대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정확하고 중요한 자료인지 엄밀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책의 시작부터 르루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애를 태우다가 어렵사리 싸이드 항에 도착하여 러시아인들을 만나게 된 것인지부터 시작하여, 책의 구성, 문체, 모든 것에서 당시 전투의 심각성보다는 그저 르루 본인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웅으로 떠받드는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찬미와 칭송이 지나치게 두드러진 것 같아, 읽기가 거북했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죠안쏜 (Ar. Johanson) 이라는 사람이 르루의 글을 묘사한 그림이 여러 장 함께 실려 있습니다. 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핑계 하에, 이렇게 그림이나 삽화를 삽입하는 것이 당시에는 상당히 보편적인 관습이긴 했지만, 오늘날에는 어딘가 모르게 유치하고 어설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눈길을 끄는 제목과는 달리, 저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극동의 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자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ardi 30 juin 2009

오페라의 유령 (Le fantôme de l'Opéra)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는 룰따비으 (Rouletabille) 연작 외에도 여러 소설을 남겼는데, 유달리 유명한 작품 하나가 있으니, 바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이 소설은 빠리의 오페라 극장 (갸르니에 궁) 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괴이한 사건들,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낭만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번쯤 읽어 볼만은 하지만, 뭐가 그리 재미있고 대단한 건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무려 삼십여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요 ? 또한 뮤지컬 (comédie musicale) 로도 큰 인기를 모았었습니다. 그런에 여기서 특이한 것은, 이 중 프랑쓰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소설이 1910년 발표되었고, 소설을 주제로 한 첫 영화가 이미 1916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근까지 거의 백여년간을 거치면서, 프랑쓰 사람들 중에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입니다. 압도적인 대다수는 영미권 영화들입니다. 뮤지컬 역시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 가 작곡하여 런던과 뉴욕의 무대에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불어로 된 자료들은 그저, 이러한 소설이 있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정도의 단순한 정보들을 반복하는데 불과하는데 비해, 영어로 된 싸이트들 중에는 이 소설에 — 보다 정확히 말하면 소설의 주제에 거의 광적으로 열광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신비롭다 못해 기괴한 분위기, 빠리 오페라 극장이라는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장소, 게다가 그 건물의 수백미터 지하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세계, 거기에다 추리적인 색채와 냉소적인 유머까지... 이 모든 것이 영미권 문화의 전통적인 문학 소재였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이런 것이 일종의 문화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물론 프랑쓰에도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프랑쓰답지 못합니다. 설사 프랑쓰 작가가 불어로 쓴 작품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리고 사실 외국인들은 원작을 직접 읽어 볼 기회가 드물어서, 아마 문학작품으로서 오페라의 유령 보다는, 그 전체적인 주제와 줄거리에만 집착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실제로 원작을 읽어 보면, 그렇게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체는 너무 오래되어 색바랜 느낌이 물씬 풍기고, 줄거리는 너무 황당무계하여 현실감이 없습니다. 게다가 마치 실제로 갸르니에 궁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고하듯이, 드문드문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인용하면서, 쓰고 있는데, 혹시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 다시 읽기에는 너무 유치하고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무튼 아래 동영상은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중 유명한 이중창을 싸라 브라이트만 (Sarah Brightman) 과 안또니오 반데라쓰 (Antonio Banderas) 가 부른 것입니다. 한때 작곡가의 부인이기도 했던 브라이트만은 뮤지컬의 초연에서 여주인공 크리스띤 다에 (Christine Daaé) 역을 맡은 이후 이 역할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반데라쓰는 이 뮤지컬에 출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 특별한 기회에 아래와 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원래 오페라의 유령 에릭 (Érik) 은 너무 추하게 생겨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안또니오 반데라쓰는 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잘 생긴 것 같군요. 그리고 음역이 너무 높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남자 가수들이 부른 걸 들어 보면 훨씬 저음이던데... 그래도 반데라쓰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인 것 같습니다.

mercredi 10 juin 2009

룰따비으 (Rouletabille)

땅땅하면 저는 어딘가 모르게 룰따비으가 생각납니다. 룰따비으도 프랑쓰 사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허구 속의 인물로, 역시 취재보다는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젊은 기자입니다. 다만, 땅땅이 만화의 주인공인 반면, 룰따비으는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룰따비으는 프랑쓰의 작가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1868-1927) 가 만들어낸 인물로, 노란 방의 비밀 (Le Mystère de la chambre jaune, 1907) 이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그 후 이 책의 후속편이랄 수 있는 검은 옷을 입은 부인의 향기 (Le Parfum de la dame en noir, 1908) 에도 등장하지요. 그외에도 르루는 룰따비으가 등장하는 추리소설들을 여러권 발표하였습니다 (총 여덟 편).

이 인물의 원래의 이름은 죠제프 죠제팡 (Joseph Joséphin) 인데, 룰따비으는 일종의 별명처럼 쓰입니다. 불어를 아는 사람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RouletabilleRoule ta bille, 즉 « 너의 구슬을 굴려라 » 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bille 는 직역하면 « 구슬 » 이지만, 때로는 사람의 동그란 « 머리 » 를 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중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이름을 « 머리를 굴려라 » 라고 이해하면 더 재미있겠지요. ^^

실제로 소설에서 룰따비으는 매우 동그란 머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특히 이마가 넓어서 더욱 동글동글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동그란 머리를 굴려서 복잡한 사건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지요. 에르제가 그린 땅땅 역시 매우 동그란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룰따비으의 이야기들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었고, 텔레비젼 연속극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프랑쓰에서 다시 룰따비으 바람이 분 것은 2003년에 브뤼노 뽀달리데쓰 (Bruno Podalydès) 가 노란 방의 비밀을 다시 연출하면서이지요. 여기서 룰따비으 역할은 유명 배우이자 브뤼노의 동생인 드니 뽀달리데쓰 (Denis Podalydès) 가 맡았습니다. 사실 소설 속 룰따비으는 18세인데, 드니 뽀달리데쓰가 이 역할을 연기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니 뽀달리데쓰는 소설 속의 묘사처럼 동그란 머리와 똘망똘망한 눈빛을 갖고 있는 배우였기 때문에, 이 역할에 나름대로 잘 어울렸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어린 배우를 쓴 것보다 더 현실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드니 뽀달리데쓰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프랑쓰의 수많은 명배우들이 등장했습니다 : 싸빈 아제마 (Sabine Azéma), 삐에르 아르디띠 (Pierre Arditi), 미꺄엘 롱달 (Michael Lonsdale), 끌로드 리슈 (Claude Rich)... 이들 대부분이 같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후속작 검은 옷을 입은 부인의 향기 (2005) 에도 등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저는 개인적으로 르루의 소설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영화는 나름대로 독특한 유머가 돋보여서 재미있었습니다.

노란 방의 비밀의 예고편 (bande-annonce)

mardi 2 juin 2009

뒤뽕과 뒤뽕 (Dupond et Dupont)

만화 연작 땅땅과 밀루의 모험 속에는 땅땅과 밀루 외에도 뗄레야 뗄 수 없는 두 명의 짝꿍이 등장합니다. 뒤뽕 (Dupond) 과 뒤뽕 (Dupont) 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형사들인데, 항상 땅땅이 다 해결해 놓은 사건에 뒤늦게 끼여들어 일을 조금 망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두 사람은 매우 흡사한 외모와 똑같은 옷차림에, 행동과 말투도 꼭 쌍둥이 같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보여주듯, 이들은 쌍둥이는 커녕 한 형제도 아닙니다. 이들을 한꺼번에 통칭할 때는 les Dupondt 이라고 부릅니다.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콧수염입니다. 뒤뽕 (Dupond) 은 이름의 끝자 D 를 90도 눕힌 모양의 콧수염을 하고 있고, 뒤뽕 (Dupont) 은 이름의 끝자 T 를 180° 뒤집은 모양의 콧수염을 하고 있습니다.

뒤뽕과 뒤뽕

위 그림에서 왼쪽에 있는 사람이 뒤뽕 (T),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뒤뽕 (D) 입니다.

땅땅의 만화가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고유명사들도 재미나게 번역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뒤뽕과 뒤뽕의 이름은 말장난적인 특성 상 어떻게 각 나라 말로 번역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어 : Thomson and Thompson (톰쓴과 톰쓴)
독어 : Schulze und Schultze (슐츠와 슐츠)
에스빠냐어 : Hernández y Fernández (에르난데스와 페르난데스)
라띠나어 : Clodius et Claudius (끌로디우쓰와 끌라우디우쓰)

dimanche 31 mai 2009

땅땅 (Tintin)


땅땅아스떼릭쓰뤼끼 뤽과 더불어 대표적인 불어 만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뤼끼 뤽과는 달리 땅땅은 100 % 벨직 만화이지만, 역시 프랑쓰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프랑쓰 만화인 것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에르제 (Hergé) 가 쓰고 그린 이 만화 연작들의 정확한 제목은 땅땅과 밀루의 모험 (Les aventures de Tintin et Milou) 으로, 땅땅은 그 주인공 소년 — 또는 청년의 이름입니다. 땅땅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림으로만 보면 상당히 어려 보이는데, 하는 일을 보면 어른입니다.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며, 독립적으로 삽니다. 가족은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신문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취재를 떠난 땅땅이 여러 사건과 음모, 그리고 모험에 휘말리는 것이 만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이 점에서 땅땅은 룰따비으와 매우 닮았습니다). 용감한 땅땅은 항상 정의를 위해 싸우는데, 그러다가 위기에 처하면, 영리한 강아지 밀루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빠져 나옵니다. 이데픽쓰와 더불어 프랑쓰에서 가장 유명한 강아지 중 하나인 밀루는 똑똑하고 주인에 대한 충실함에 있어서도 이데픽쓰에 뒤질 바가 없습니다.

밀루를 제외하면 땅땅은 의외로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친구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 여럿 등장하지만, 모두 나이가 많은 어른들입니다. 아독 선장 (Capitaine Haddock), 뚜른쏠 교수 (Professeur Tournesol), 뒤뽕과 뒤뽕 (Dupond et Dupont), 까스따피오르... 그 때문에, 땅땅의 실제 나이를 도대체 몇살 정도로 보아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습니다. 또한 여자 성악가인 비엉꺄 꺄스따피오르 (Bianca Castafiore) 를 제외하면, 모두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어른들 뿐입니다. 여기서부터 땅땅을 동성애자로 보는 관점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땅땅의 세계와 에르제의 시각이 지나치게 식민주의적이고 때로는 인종차별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자주 있었습니다.

이토록 땅땅은 그저 어린이들이 즐겨 보는 만화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문학적, 사회학적 해석과 논쟁을 낳을 만큼 수많은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이렇게 땅땅에 관심을 갖고 땅땅을 좋아하고, 땅땅의 알범은 물론, 땅땅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모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 tintinophile. 이 때 -phile 은 « 좋아하는 » 을 뜻하는 접미사이지요.

1929년에 처음 출간된 땅땅 연작은 1983년 에르제의 죽음과 함께 끝을 맺었습니다. 몇몇 다른 만화가들과 달리 에르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만화를 이어서 그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미완성으로 남은 제 24권 땅땅과 알프-아르 (Tintin et l'Alph-Art) 가 마지막 알범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 에르제는 땅땅을 영화로 만드는 권한을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에게 팔았습니다. 땅땅은 이미 몇차례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는데, 사실 만화만한 재미는 없습니다. 스필버그는 현재 땅땅을 만들고 있는데, 정확하게 영화도 아니고, 정확하게 만화도 아닌, 둘을 약간 혼합한 일종의 합성 영상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스필버그가 에르제의 선을 얼마나 살리면서 영화의 잇점도 활용할지는 2011년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mardi 19 mai 2009

뤼끼 뤽 (Lucky Luke)

뤼끼 뤽아스떼릭쓰와 더불어 불어권 만화의 대표작입니다. « 불어권 » 이라고 한 것은 이 만화의 국적을 정확히 프랑쓰라고만 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화의 극본과 대화는 프랑쓰 작가 르네 고씨니 (René Goscinny) 가 썼지만, 그림은 벨직의 화가 모리쓰 (Morris) 가 그렸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연작은 1946 년부터 벨직의 만화 잡지 스삐루 (Spirou) 에 연재되기 시작하였지만, 1967 년부터는 프랑쓰의 만화 잡지인 삘롯 (Pilote) 에 연재되었습니다. 그리고 단행본들 역시 처음에는 벨직의 출판사 뒤쀠 (Dupuis) 에서 나오다가, 프랑쓰의 출판사 다르고 (Dargaud) 로 판권이 넘어갔으며, 현재는 뤼끼 꼬믹쓰 (Lucky Comics) 라는 출판사에서 계속 발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극본가와 만화가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 계속 » 발행이 되고 있다고 한 것은, 예전 알범들이 재판되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2001년부터 프랑쓰의 만화가 아쉬데 (Achdé) 와 프랑쓰의 유명한 희극인 (humoriste) 인 로렁 줴라 (Laurent Gerra) 가 대본을 써서, 새로운 뤼끼 뤽 연작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연작의 정확한 제목들은 모리쓰에 의한 뤼끼 뤽의 새로운 모험들 (Les nouvelles aventures de Lucky Luke d'après Morris) 입니다.

뤼끼 뤽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정확히는 미국의 서부를 외로이 방황하는 카우보이의 이야기이지요. 그는 카우보이이지만 사실 보안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그는 달똔 형제들과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데, 번번이 그들을 체포하여 감옥으로 보냅니다. 하지만 달똔 형제들은 또 번번이 감옥에서 탈출하여 한 탕 하려다가 또다시 뤼끼 뤽과 마주치게 되는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달똔 형제들이 감옥을 매번 탈출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갖혀 있는 감옥을 지키는 개가 렁떵쁠렁 (Rantanplan) 이기 때문입니다. 렁떵쁠렁은 오벨릭쓰의 강아지 이데픽쓰땅땅 (Tintin) 의 강아지 밀루 (Milou) 와 더불어 매우 유명한 만화 속 강아지의 하나지만, 앞의 두 강아지와는 달리 매우 어리석은 개입니다. 뤼끼 뤽 만화에서 렁떵쁠렁은 « 서부에서 가장 멍청한 동물 (l'animal le plus bête de l'Ouest) », 또는 « 자연의 실수 (l'erreur de la nature) » 라 불립니다. 하지만 뤼끼 뤽은 그러한 렁떵쁠렁을 귀여워 해 줍니다.

뤼끼 뤽 만화에 등장하는 또다른 주요 동물로 뤼끼 뤽의 충실한 친구인 그의 말 (cheval) 죨리 점뻬르 (Jolly Jumper) 가 있습니다. 이 말은 렁떵쁠렁과는 정 반대입니다. 이 말은 매우 똑똑해서 안장을 직접 등에 얹거나 걷어 내기도 하고, 신발끈도 묶을 줄 알며 장기도 둘 줄 압니다. 또한 시도 읊을 줄 알고 철학적인 논의도 합니다. 이 말은 똑똑하기만 할 뿐 아니라, 서부에서 가장 빠른 말 (le cheval le plus rapide de l'Ouest) 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기차보다도 빠르지요.

죨리 점뻬르의 주인 뤼끼 뤽 역시 매우 빠른 사람입니다. 그의 별명은 « 자기 그림자보다 더 빨리 총을 쏘는 사나이 (l'homme qui tire plus vite que son ombre) ». 뤼끼 뤽은 그동안 종이 만화 (bande dessinée) 외에도 수많은 만화 영화 (dessin animé), 그리고 실제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들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올해에도 새로운 뤼끼 뤽 영화가 나올 예정이라네요. 이번에는 졍 뒤쟈르당 (Jean Dujardin) 이 주인공 역을 맡는다고 합니다. 뒤쟈르당은 만화 속 뤼끼 뤽과는 별로 닮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카우보이 역할에 잘 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