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di 27 octobre 2009

데빠르뜨멍 (département)

département 은 여러 뜻이 있는 단어인데, 그 중에는 프랑쓰 전역을 잘게 나눠 놓은 구역을 칭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도 정도에 해당하는 데빠르뜨멍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도 보다는 크기가 작습니다. 데빠르뜨멍이 세네개 모이면 하나의 레지옹 (région), 즉 « 지역 » 이 되는데, 레지옹은 또 우리나라의 도보다는 더 큽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해당하는 번역어는 있을 수 없으며, 사실상 행정구역 명칭들도 대부분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냥 데빠르뜨멍 이라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프랑쓰 전국은 정확하게 백 개의 데빠르뜨멍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데빠르뜨멍은 이름이 있을 뿐 아니라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습니다. 01번은 앙 (Ain) 이고, 95번은 발-드와즈 (Val-d'Oise) 입니다. 그리고 에로 (Hérault) 는 34번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쓰 사람들 중에는 이 데빠르뜨멍들의 이름과 번호를 열심히 노력하여 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데빠르뜨멍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100개의 데빠르뜨멍의 번호를 모두 정확하게 아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거든요. 프랑쓰의 자동차 번호에는 모두 그 차가 등록된 데빠르뜨멍의 번호가 포함되게 되어 있으므로, 사실 차 번호만 보아도, 이 차가 어느 데빠르뜨멍에서 온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때문에, 흔히 고속도로 등지에서 차가 밀릴 때, 옆의 차들의 번호판을 보면서 어느 데빠르뜨멍의 차인지 알아 맞히는 놀이 따위를 하기도 합니다.

데빠르뜨멍의 번호는 또한 우편번호에도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75011 이라고 하면, 이것만 보아도, 빠리 11구에 있는 주소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남의 우편번호를 보고 어느 데빠르뜨멍일지 짐작하는 놀이들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도시 하나에 데빠르뜨멍 번호를 부여하는 일은 없습니다. 한 데빠르뜨멍 안에는 크고 작은 도시가 수두룩 하지요. 유일한 예외가 바로 빠리인데, 빠리는 서울처럼 일종의 특별시이기 때문입니다. 빠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꼬뮌 (commune) 이면서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데빠르뜨멍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방금 말했듯, 빠리의 번호는 75입니다.

프랑쓰에 백 개의 데빠르뜨멍이 있다면, 01부터 시작해서 100까지 차례대로 번호가 붙어야 할텐데, 엄격히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대다수는 그러합니다. 하지만 몇몇 예외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꼬르쓰 (Corse) 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와도 같이, 프랑쓰 남쪽에 위치한, 그리고 프랑쓰의 가장 큰 섬인 꼬르쓰는 20번에 해당되는데, 그 자체가 다시 두 데빠르뜨멍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 오뜨-꼬르쓰 (Haute-Corse) 와 꼬르쓰-뒤-쒸드 (Corse-du-Sud). 차라리 Haute-Corse (높은 꼬르쓰) 와 Basse-Corse (낮은 꼬르쓰) 로 구별하든지, 아니면 Corse-du-Nord (북쪽 꼬르쓰) 와 Corse-du-Sud (남쪽 꼬르쓰) 로 구분하든지 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이리 꼬아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꼬르쓰 섬을 구성하는 두 데빠르뜨멍의 명칭은 이러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번호는 20이 아니라, 2B 와 2A 입니다.

그리고 프랑쓰는 네 개의 해외 데빠르뜨멍 (département d'outre-mer = DOM) 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중미의 엉띠으 제도 (Antilles) 에 두 개, 남미 대륙에 하나, 그리고 인도양에 하나. 이들은 두자리가 아니라 세자리 숫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971 = Guadeloupe, 972 = Martinique, 973 = Guyane, 974 = La Réunion. 이 네 개의 데빠르뜨멍은 비록 프랑쓰 본토 (France métropolitaine) 에서 멀리 있지만, 이름이 나타내듯, 다른 데빠르뜨멍과 동등하게 프랑쓰를 구성하는 정식 행정구역입니다. 이 해외 데빠르뜨멍도 공식적인 프랑쓰 영토에 속하며, 불어가 공식 언어이고, 외로 (euro) 가 공식 화폐이며, 이 지역에서 태어나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프랑쓰 국적과 선거권을 가집니다.

따라서 평범한 데빠르뜨멍 93 + 특별시 데빠르뜨멍 1 + 꼬르쓰 2 + 해외 데빠르뜨멍 4 = 100 이 됩니다.

참고로 département 이라는 단어는 불어동사 départir 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동사는 « part, 즉 각자의 몫에 맞게 나누다, 분배하다 » 라는 뜻입니다.

프랑쓰 본토의 데빠르뜨멍 지도

vendredi 23 octobre 2009

몽쁠리에 (Montpellier)

몽쁠리에는 에로 데빠르뜨멍의 수도 (chef-lieu) 이자, 렁그독-루씨용 (Langudoc-Roussillon) 지방의 수도이기도 한 프랑쓰 남부의 주요 도시입니다. 인구수로 볼 때도 프랑쓰에서 여덟번째로 큰 도시라고 합니다. 몽쁠리에는 바다와 접한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중해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1년 내내 따뜻한 편이고, 해가 항상 화창한, 즉 많은 프랑쓰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Montpellier 라는 도시명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몽쁠리에는 실제로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mont 이 « 산 » 을 뜻하는 것은 분명하나, pellier 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할 뿐입니다 : « 헐벗은 산 » (mont pelé), « 처녀들의 산 » (mons puellarum), 등등. 학술적으로 가장 진지하게 여겨지는 설은 « 자물쇠 산 » 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이 도시의 라띠나어 이름은 Mons pestelarium 이었는데, 비록 이 pestelarium 의 의미가 명확치 않으나, pessulus « 자물쇠 » 와 관계있을 것이라는 가정이지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몽쁠리에는 실제로 주변 지역의 통행을 통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Montpellier 에 관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e 다음에 l 이 두 개 뒤따름에도 불구하고 [몽쁠리에] 라 발음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발음되려면 l 이 하나만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l 이 두 개라면 [몽뻴리에] 로 발음되어야 하구요. 사실 몽쁠리에의 원래 이름, 즉 옥어 이름은 [몬뻴리에] 로 발음되었습니다. 아마도 불어로 변환되면서 l 의 발음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쁠라쓰 들 라 꼬메디 (Place de la Comédie) 를 제외하면, 몽쁠리에에서 특별히 볼 것은 없고, 전반적으로 너무너무 예쁜 도시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살기에 상당히 쾌적해 보이는 곳이기는 합니다. 또 몽쁠리에는 중세부터 의대가 유명했는데, 지금까지도 몽쁠리에 1대학의 의학과는 큰 명성을 자랑합니다.

Place de la Comédie de Montpellier

dimanche 11 octobre 2009

에로 (Hérault)

에로는 프랑쓰 남부를 흐르는 강 (fleuve) 의 이름입니다. 약 150 km 길이의 이 강은 마씨프 썽트랄 (Massif Central) 의 남쪽에 있는 산 몽 떼구알 (Mont Aigoual) 에서부터 흘러나와, 갸르 (Gard) 와 에로 (Hérault) 두 데빠르뜨멍을 거친 후, 지중해로 빠집니다.

프랑쓰 남부에 위치해 있는 만큼, 원래 강의 진짜 이름은 옥어로 Erau [에라우] 였습니다. 지금은 불어화된 이름을 쓰는데, 앞에 무성 h 를 붙여 씁니다 (따라서 l'Hérault). héraut 와 héros 는 비록 유성 아쉬로 시작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발음되지 않으므로, Hérault 는 이들과 똑같이 발음됩니다.

에로 강은 에로 (Hérault) 라는 데빠르뜨멍에도 그 이름을 주었고, 또 끌레르몽-레로 (Clermont-l'Hérault) 라는 작은 도시에도 이름을 주기도 했습니다.

dimanche 20 septembre 2009

héraut « 사자 »

héros 의 h 가 유성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héraut 의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프렁씩어 heriwald 에서 유래한 héraut 는 1180년 경부터 불어에서 쓰이기 시작하였으며, 제르마닉 계열의 어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애초에는 h 가 발음되었을 것입니다. 1300년 경부터 héros 가 불어에 도입되었으므로, 이 때 héros 는 기존 어휘인 héraut 를 흉내내어 발음되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현대 불어에서 두 단어는 정확하게 똑같이 소리납니다.

héraut 라는 것은 중세 기사 (chevalier) 체제의 한 계급으로서, 왕이나 영주 등의 메싸쥬 (message) 를 전달하거나, 공식적인 선언문 등을 공표하는 역할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또한 중요한 행사나 의식 따위에서 순서를 알리고 진행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흔히 나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하지요.

이렇게 항상 어떤 일의 알림을 맡았었기 때문에, 오늘날 héraut 는 « 선구자, 전조 » 등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하지만 중세에 에로의 중요한 임무는 기사들의 문장 (blason) 을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귀족들은 자신이 속한 가문을 대표하는 문장을 방패와 깃발 등에 그려서 가지고 다녔는데, 기사들의 경기 (tournoi) 나 귀족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문장을 일일이 확인하고 어떤 가문의 누구인가를 재빠르게 파악하여 선포하는 것이 에로들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문장을 연구하는 학문을 héraldique 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samedi 12 septembre 2009

héros, héroïne, héroïne, héro

« 영웅 » 을 뜻하는 불어 단어 héros 는 [에로] 처럼 발음됩니다. 즉 다른 모든 불어 어휘들처럼 첫글자 h 는 소리나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전통에 의해, 마치 h 의 음가가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런 아쉬들을 유성 아쉬 (h aspiré) 라고 부르지요. 불어를 조금이나마 공부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렇게 유성 아쉬로 간주되는 단어들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들과 동등한 취급을 받습니다. 따라서 모음 축약을 하면 안되지요. 즉 정관사와 함께 쓸 때, *l'héros 라고 쓰면 절대 안되고, le héros 라고 써야하며, 발음도 [르] 잠깐 쉬고 [에로] 라고, 분명히 두 단어 사이를 띠어서 읽어야 합니다. 복수 les héros 도 [레 제로] 라고 리에종하여 읽으면 안되고, [레 에로] 라고 발음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여기까지는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나, 문제는 héros 의 여성형인 héroïne 입니다. 이 단어는 비록 héros 에서 파생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무성 아쉬 (h muet) 로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첫글자가 자음이 아니라 모음인 듯 여겨지는 것이지요. 즉 정관사와 붙여 쓰면 *la héroïne 이 아니라, l'héroïne [레로인] 이 되며, 복수 les héroïnes 은 [레 제로인] 이라고 연결하여 읽습니다.

그 뿐 아니라 형용사 héroïque « 영웅다운 », 부사 héroïquement « 영웅답게 », 또다른 파생 명사 héroïsme « 영웅으로서의 자질, 영웅다움, 용기 » 등등은 모두 무성 h 로 시작하는 단어입니다.

héroïne 은 « 여자 영웅 » 을 뜻하는 것 외에 전혀 엉뚱한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즉 모르핀에서 얻은 화학 약품 « 에로인 » 을 가리키지요. 화학적으로 보다 정확한 용어는 diacétylemorphine. 디아쎄띨모르핀이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 약품을 취하면 영웅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해서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Heroin 이라 불린 것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독어에서는 [헤로인], 즉 h 가 분명히 발음되는데도 불구하고, 불어에서는 h 가 무성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의미일 때도 역시 l'héroïne.

그리고 이 약물이 마약으로 널리 퍼지면서 그 명칭도 짧아져, 오늘날 젊은 프랑쓰 사람들은 흔히 héro 라고 부릅니다. 물론 h 는 여전히 무성이므로 축약하면 l'héro.

결국 알고 보면, 이 모든 파생어들의 원형인 héros 만이 예외인 셈입니다.

mardi 28 juillet 2009

제물포의 영웅들 (Les héros de Chemulpo)

오페라의 유령, 룰따비으 연작 등 많은 소설을 지은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는 그외에도 특이한 저작 하나를 남겼는데, 제목이 제물포의 영웅들 입니다. 졍르를 명쾌히 정의하기 힘든 이 책은 일종의 보고서 또는 증언록이라 말할 수 있는데, 거기에 약간의 소설적 요소가 가미되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빛이 바랜 느낌이 풀풀나고, 독창성이나 창조성이 돋보이기 보다는 그 유치함에 절로 살며시 미소가 떠오르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100여년 전에 살았던 프랑쓰의 작가 르루가 한국을 알고 있었나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책을 몇 쪽만 읽고 나면, 한국은 전혀 그의 관심이 아니었음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제목의 제물포 는 인천을 가리키는 게 맞지만, 영웅들 이란 제물포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패한 러시아 장교와 군인들을 칭송하는 용어인 것입니다. 1904 년 일본 측의 공격으로 우리 나라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난 제물포 전투는 러일전쟁의 시작이 되었으며, 당시 극동 지역에 주둔해 있던 많은 서구 세력들에게 목격되어 상당한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특히 선전포고도 없이 국제법을 어기면서, 중립지역이었던 제물포에서 러시아를 공격한 일본군의 만행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 듯 합니다. 그렇다면 르루도 그 중 한 명으로 한국에 와 있었던 것일까요 ?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기자였으니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아니었습니다. 르루는 제물포 전투에서 살아 남아 돌아오던 러시아 군인들을 쒸에즈 운하 (Canal de Suez) 의 싸이드 항 (Port Saïd) 에서 만나, 그들의 배를 함께 얻어타고 마르쎄이으로 돌아오면서 군인들을 면담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러시아인들의 증언을 옮긴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면서 증언에 보다 생동감을 주려 했는지, 대화체와 소설적인 서술법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르루가 한국에 온 것도, 한국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책이 당시의 상황을 충실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역사 자료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소설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가미되어 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공정성,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저는 동양 근대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정확하고 중요한 자료인지 엄밀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책의 시작부터 르루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애를 태우다가 어렵사리 싸이드 항에 도착하여 러시아인들을 만나게 된 것인지부터 시작하여, 책의 구성, 문체, 모든 것에서 당시 전투의 심각성보다는 그저 르루 본인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웅으로 떠받드는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찬미와 칭송이 지나치게 두드러진 것 같아, 읽기가 거북했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죠안쏜 (Ar. Johanson) 이라는 사람이 르루의 글을 묘사한 그림이 여러 장 함께 실려 있습니다. 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핑계 하에, 이렇게 그림이나 삽화를 삽입하는 것이 당시에는 상당히 보편적인 관습이긴 했지만, 오늘날에는 어딘가 모르게 유치하고 어설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눈길을 끄는 제목과는 달리, 저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한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극동의 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자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mardi 30 juin 2009

오페라의 유령 (Le fantôme de l'Opéra)

갸스똥 르루 (Gaston Leroux) 는 룰따비으 (Rouletabille) 연작 외에도 여러 소설을 남겼는데, 유달리 유명한 작품 하나가 있으니, 바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이 소설은 빠리의 오페라 극장 (갸르니에 궁) 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괴이한 사건들,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낭만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번쯤 읽어 볼만은 하지만, 뭐가 그리 재미있고 대단한 건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이 소설이 무려 삼십여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요 ? 또한 뮤지컬 (comédie musicale) 로도 큰 인기를 모았었습니다. 그런에 여기서 특이한 것은, 이 중 프랑쓰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소설이 1910년 발표되었고, 소설을 주제로 한 첫 영화가 이미 1916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근까지 거의 백여년간을 거치면서, 프랑쓰 사람들 중에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입니다. 압도적인 대다수는 영미권 영화들입니다. 뮤지컬 역시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 가 작곡하여 런던과 뉴욕의 무대에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봐도, 불어로 된 자료들은 그저, 이러한 소설이 있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정도의 단순한 정보들을 반복하는데 불과하는데 비해, 영어로 된 싸이트들 중에는 이 소설에 — 보다 정확히 말하면 소설의 주제에 거의 광적으로 열광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신비롭다 못해 기괴한 분위기, 빠리 오페라 극장이라는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장소, 게다가 그 건물의 수백미터 지하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세계, 거기에다 추리적인 색채와 냉소적인 유머까지... 이 모든 것이 영미권 문화의 전통적인 문학 소재였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이런 것이 일종의 문화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물론 프랑쓰에도 이런 소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프랑쓰답지 못합니다. 설사 프랑쓰 작가가 불어로 쓴 작품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리고 사실 외국인들은 원작을 직접 읽어 볼 기회가 드물어서, 아마 문학작품으로서 오페라의 유령 보다는, 그 전체적인 주제와 줄거리에만 집착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실제로 원작을 읽어 보면, 그렇게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체는 너무 오래되어 색바랜 느낌이 물씬 풍기고, 줄거리는 너무 황당무계하여 현실감이 없습니다. 게다가 마치 실제로 갸르니에 궁에서 일어났던 일을 보고하듯이, 드문드문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인용하면서, 쓰고 있는데, 혹시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먹혔을지 몰라도, 지금 다시 읽기에는 너무 유치하고 설득력이 없습니다.

아무튼 아래 동영상은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중 유명한 이중창을 싸라 브라이트만 (Sarah Brightman) 과 안또니오 반데라쓰 (Antonio Banderas) 가 부른 것입니다. 한때 작곡가의 부인이기도 했던 브라이트만은 뮤지컬의 초연에서 여주인공 크리스띤 다에 (Christine Daaé) 역을 맡은 이후 이 역할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반데라쓰는 이 뮤지컬에 출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 특별한 기회에 아래와 같은 자리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원래 오페라의 유령 에릭 (Érik) 은 너무 추하게 생겨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안또니오 반데라쓰는 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잘 생긴 것 같군요. 그리고 음역이 너무 높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남자 가수들이 부른 걸 들어 보면 훨씬 저음이던데... 그래도 반데라쓰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인 것 같습니다.